코코아 선물시장, 공급 불안 신호에 다시 들썩이다
ICE 선물시장에서 9월 인도 뉴욕 코코아(종목 코드 CCU25) 가격이 전 거래일 대비 2.27%(+189달러) 오른 3주 내 최고가로 마감했고, 같은 달물 런던 코코아(종목 코드 CAU25) 역시 +1.91%(+105파운드) 상승했다.
2025년 7월 29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서아프리카 최대 산지인 코트디부아르의 수출 속도가 둔화되면서 글로벌 공급 타이트닝을 우려하고 있다. 현지 정부 통계에 따르면 10월 1일부터 7월 27일까지 코트디부아르 농가가 항구로 반출한 코코아는 175만 t로 전년 동기 대비 6.1% 증가했으나, 지난해 12월 기록한 35% 증가율과 비교하면 증분 속도가 크게 약화됐다.
시장 참가자들은 가뭄과 고온이 이어지는 기후 변수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유럽 중기예보센터(ECMWF)는 최근 보고서에서 코트디부아르와 가나의 강수량이 30년 평균을 밑돌고 있으며, 고온 현상까지 겹쳐 10월 시작되는 주요 수확기(main crop)의 꼬투리(pod) 형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투기적 공매도, 단기 숏커버 가능성 부각
런던 ICE에 따르면 커머디티 펀드들은 7월 22일 기준 순공매도 잔량을 8,265계약으로 1주일 새 1,904계약 늘리며 2년여 만에 최대 규모 숏포지션을 보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추가 반등할 경우, 단기 숏커버링 랠리가 촉발될 여지를 배제하지 않고 있다.
수요 부진 신호는 여전히 부담
반면 초콜릿 수요 둔화도 뚜렷하다. 7월 22일 린트 & 슈프렝글리(Lindt & Spruengli AG)는 상반기 매출 부진을 이유로 연간 이익률 가이던스를 하향 조정했다. 이보다 앞서 바리칼리보(Barry Callebaut AG)도 3개월 새 두 번째로 판매량 전망을 낮췄으며, 3~5월 분기 판매량이 전년 대비 9.5% 감소해 10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고공 행진하는 원두 원가가 최종 제품 가격에 전가되면서, 소비자 수요가 예상을 뛰어넘어 위축되고 있다.” — 글로벌 초콜릿 제조업계 관계자
실제 수요를 가늠할 수 있는 그라인딩(grinding) 지표도 급감했다. 유럽코코아협회(ECA)는 2분기 유럽 그라인딩 물량이 -7.2%(331,762 t) 줄어 시장 예상치(-5%)를 하회했다고 발표했다. 같은 기간 아시아코코아협회 집계는 무려 -16.3%(176,644 t) 감소해 8년 만에 분기 최저치를, 북미 역시 -2.8%(101,865 t) 감소세를 기록했다.
재고·생산 변수
미국 항만에 보관 중인 ICE 지정 재고는 7월 22일 236만 8,141포대로 10.5개월 만의 최고치를 찍어 공급 압력을 시사했다. 그러나 세계 2위 생산국 가나는 2025/26년도 수확량을 +8.3%(65만 t)로 전망하며 증산 가능성을 언급, 가격 하방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반면 코트디부아르 미드크롭(mid-crop) 품질 악화는 상승 재료다. 라보뱅크 분석에 따르면 4월 시작된 소규모 수확에서 불량률 5~6%가 확인돼, 평시(1%) 대비 크게 높다. 업계는 올해 미드크롭 생산량이 40만 t으로 전년보다 9% 감소할 것으로 본다.
ICCO 전망과 구조적 수급
국제코코아기구(ICCO)는 5월 30일 2023/24 시즌 -49만 4,000 t 적자를 공표하며, 60여 년 만에 최악의 공급 부족이라고 평가했다. 생산은 전년 대비 13.1% 줄어든 4,380 만 t로 추산됐고, 재고/그라인딩 비율은 46년 만의 최저치(27%)로 내려앉았다. 다만 2024/25 시즌에는 14만 2,000 t 흑자로 반전될 것이란 예측도 제시됐다.
용어 풀이*
*MMT(Million Metric Tons)는 ‘백만 미트릭톤’, 즉 100만 톤 단위를 의미한다. 그라인딩은 원두를 분쇄해 버터·파우더 등으로 가공하는 공정을 말하며, 실제 수요와 가장 밀접한 선행 지표로 통한다.
기자 해설 및 전망
본 기자는 단기적으로는 공매도 잔량 축소 과정에서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을 주목한다. 특히 기상 악화가 지속되고 아시아·유럽 수요가 연말 성수기를 앞두고 바닥을 찍는다면, 가격이 지난 8개월 저점 대비 반등폭을 크게 키울 여지도 있다. 다만 미국 재고가 꾸준히 늘고 가나의 생산 증가가 현실화될 경우, 장기 추세적 강세로 이어지기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투자자들은 그라인딩 통계, 서아프리카 강수량, 펀드 포지션을 동시 관찰하면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자료 출처: ICE Futures, ICCO, ECMWF, 유럽코코아협회(ECA), 아시아코코아협회, Lindt & Spruengli AG, Barry Callebaut A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