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디부아르의 호우 소식에 뉴욕·런던 코코아 선물가 3%대 급락

코코아 선물 시장, 호우(好雨) 소식에 일제히 약세

세계 최대 코코아 생산국인 코트디부아르에 내린 이로운 비가 향후 작황 개선 기대를 키우면서, 21일 뉴욕과 런던 코코아 선물 가격이 각각 3% 넘게 하락했다.

2025년 8월 21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ICE 선물거래소에서 9월물 뉴욕 코코아(CCU25)는 전장 대비 240달러(-3.13%) 하락한 톤당 7,410달러로 거래를 마감했다. 같은 달물 런던 코코아(CAU25)도 214파운드(-3.84%) 떨어진 톤당 5,354파운드로 2주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날 하락은 이번 주 들어 누적된 낙폭을 더욱 키웠다. 뉴욕 코코아는 5주 만의 최저치, 런던 코코아는 2주 만의 최저치를 각각 찍었다. 시장 참여자들은 “건조 우려가 해소되며 지난주 2개월 고점을 이끌었던 매수세가 급격히 뒤집혔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생산 전망:30일간 역대 46년 중 최악의 가뭄 → 돌연 호우

미 기상조사업체 Commodity Weather Group은 8월 15일까지 최근 30일간 코트디부아르가 46년 만에 가장 건조했다고 진단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주 들어 강우가 평년을 웃돌면서 10월 시작되는 주(主)수확기 ‘가지(枝) 유지율’—나무에 달린 꼬투리가 떨어지지 않고 유지되는 비율—이 개선될 것이라는 낙관론이 우세해졌다.

시장 전문가들은 “당초 건조 피해로 톤당 8,000달러선까지 지지선이 형성되는 듯했지만, 기습 호우에 따라 헤지펀드·CTA(상품투자자문) 포지션이 대거 정리됐다”고 설명했다.


수요 둔화:초콜릿 제조업체 실적 부진

수요 측면에서도 악재가 겹쳤다. 스위스 프리미엄 초콜릿 기업 린트&슈프륭글리(Lindt & Spruengli) AG는 7월 중순 상반기 매출 부진을 이유로 연간 영업이익률 가이던스를 하향 조정했다. 글로벌 코코아 가공 1위 바리 칼리바우트(Barry Callebaut) AG도 같은 달 세 번째로 판매량 전망을 낮췄다. 회사는 3~5월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9.5% 감소해 10년 만의 최대 분기 감소폭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공급망 분석가들은 “고공행진한 코코아 선물가가 초콜릿 완제품 가격을 끌어올리자, 소비자 저항이 커지며 가공·유통 업계 매출이 줄었다”면서 “수요 부진이 고착화되면 가격 반등 역시 제한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재고·수출 흐름:타이트하지만 속도 둔화

공급 측 요인은 상반된 신호를 보이고 있다. ICE가 모니터링하는 미국 항만 재고는 2,191,730포대로 2.75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하며 타이트한 물량을 보여줬다. 반면 코트디부아르 정부 통계에 따르면 10월 1일부터 8월 17일까지 누적 선적 물량은 178만t으로 전년 대비 6% 증가했지만, 지난해 12월의 35%↑ 급증세와 비교하면 확연히 둔화됐다.

품질 이슈도 부각됐다. 현재 수확 중인 ‘미드 크롭(mid-crop)’—4~9월에 이뤄지는 소규모 수확—에서 가공업체들이 5~6%의 저품질 빈을 통상보다 네 배가량 높은 비율로 반송하고 있다는 제보가 나왔다. 네덜란드계 은행 라보뱅크(Rabobank)는 “늦장마가 꼬투리 생장을 저해해 평균 40만t으로 예상되는 올해 미드 크롭 생산량이 작년(44만t)보다 9%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타 생산국 동향과 국제기구 전망

세계 5위 생산국 나이지리아에서는 생산 감소 전망이 나왔다. 나이지리아 코코아협회는 2025/26년 생산량이 30만5,000t으로 전년 대비 11%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6월 수출은 1.46만t으로 전년 대비 0.9% 증가했다.

반대로 세계 2위인 가나는 2025/26년 생산이 전년 대비 8.3% 증가한 65만t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러한 상충 요인은 가격 변동 폭을 더욱 키우고 있다.

국제코코아기구(ICCO)는 5월 30일 ‘2023/24년 세계 코코아 공급 부족 규모’를 49만4,000t으로 상향 조정하며 60년 만의 최악 적자를 경고했다. 다만 2024/25년에는 14만2,000t 흑자로 전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용어 설명: 그라인딩(grinding)

그라인딩은 코코아 빈을 분쇄해 코코아 버터와 코코아 케이크로 가공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지역별 그라인딩 통계는 실제 초콜릿·음료 제조업체의 원료 수요를 가늠할 핵심 지표이므로, 투자자들은 국가별·분기별 변화에 주목한다.


전문가 시각과 향후 변수

시카고 소재 선물중개사 관계자는 “비와 가뭄이라는 ‘천혜(天災) 리스크’가 코코아 가격을 좌우하는 전형적인 시즌이 전개되고 있다”며 “수급 지표 상으로는 여전히 재고가 불안정해 재차 급등할 기회가 남아 있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는 “달러 인덱스원두 대체재 가격 흐름도 코코아 변동성을 증폭시킬 수 있으므로, 헤지 전략 수립 시 통화·부자재 시장과의 상관관계를 동시에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번 기사 작성 시점 기준 필자 Rich Asplund는 관련 종목에 보유 포지션이 없다고 밝혔다. 본 기사는 정보 제공 목적이며, 투자 판단의 책임은 독자에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