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 코코아 시장 동향
ICE 뉴욕(9월물) 코코아 선물 가격(CCU25)이 21일(현지 시각) 전 거래일 대비 3.49% 오른 톤당 8,072달러(+272달러)로 마감했다. 같은 날 ICE 런던(9월물) 코코아 #7(CAU25)도 3.80%(+192파운드) 상승해 톤당 5,247파운드를 기록했다. 주요 생산국인 코트디부아르의 수출 속도가 둔화된 가운데, 쇼트 커버링(공매도 상환)을 유발할 만한 과도한 펀드 순쇼트 포지션이 가격 상승에 힘을 보탰다.
2025년 7월 21일, 나스닥닷컴과 Barchart의 공동 보도에 따르면, 코트디부아르 농가가 2024/25회계연도(작년 10월 1일~올해 7월 20일) 동안 항만으로 출하한 코코아는 174만 t(전년 동기 대비 +6.1%)로 집계됐다. 그러나 연초인 12월 기준 +35%였던 증가폭에 비하면 크게 둔화된 수치다.
◆ 펀드 포지션과 가격 변동성
ICE 선물 거래소에 따르면 7월 15일 기준 런던 코코아에 대한 펀드 순쇼트 포지션은 6,361계약으로 일주일 새 1,010계약 늘어 2년여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순쇼트 포지션이란 매도 계약이 매수 계약보다 많은 상태를 의미하며, 급등 국면에서는 공매도 투자자의 손실 회피 목적 ‘쇼트 커버링’이 촉발돼 가격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다만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코코아 가격은 부진했다. 뉴욕 선물 가격은 8개월래, 런던 선물 가격은 17개월래 최저 수준으로 밀렸는데, 유럽·아시아의 ‘그라인딩(grindingㆍ원두 파쇄 후 가공)’ 감소가 수요 불안을 키웠다.
◆ 수요 측면: 그라인딩 지표 하락
유럽코코아협회(ECA) 집계에 따르면 2분기 유럽 그라인딩 물량은 331,762t으로 전년 대비 7.2% 줄었으며, 시장 컨센서스(-5%)를 웃도는 감소폭이다. 아시아코코아협회도 2분기 아시아 그라인딩이 176,644t으로 16.3% 급감해 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같은 기간 북미 지역 그라인딩은 101,865t으로 2.8% 감소하는 데 그쳤다.
글로벌 초콜릿 제조사 바리 칼리바우트(Barry Callebaut AG)는 원재료 가격 부담을 이유로 3개월 만에 두 번째로 연간 판매량 가이던스를 하향 조정했다. 이 회사는 3~5월 분기 판매량이 9.5% 감소해 10년 만에 가장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 공급 측면: 재고·작황·품질 변수
미국 항만의 ICE 모니터링 창고 내 코코아 재고는 6월 18일 236만 3,861포대(10개월래 최고치)까지 불어났다. 7월 17일 현재 234만 6,466포대로 소폭 감소했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공급 확대 요인으로는 가나코코아위원회가 7월 1일 내놓은 전망이 꼽힌다. 위원회는 2025/26 연도 가나 생산량이 65만 t으로 8.3%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가나는 세계 2위 코코아 생산국이다.
반면, 코트디부아르의 미드크롭(mid-crop)(4~9월 소량 수확) 품질 저하가 공급 우려를 자극 중이다. 현지 가공업체들은 트럭 한 대분 기준 5~6%가 불량이라고 지적했는데, 주(主)수확기(main crop) 평균 1%에 비해 높은 수치다. Rabobank는 “늦은 강우로 꼽추 열매가 늘고 콩 크기가 작아졌다”고 분석했다. 올해 미드크롭 생산량은 40만 t으로 전년 대비 9% 축소될 것으로 추정된다.
◆ 국제코코아기구(ICCO) 전망
ICCO는 5월 30일 보고서에서 2023/24 시즌 세계 코코아 공급 부족 규모를 49만 4,000t으로 상향했다. 이는 60여 년 만에 최대다. 같은 보고서는 생산이 전년 대비 13.1% 감소한 4,380만 t으로 줄었으며, 재고/그라인딩 비율이 27.0%로 46년 만에 최저라고 밝혔다.
다만 2024/25 시즌에는 14만 2,000t 흑자 전환을 예상했다. 생산량도 7.8% 늘어난 4,840만 t으로 전망했으나, 실제 수확·품질·수요 동향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 용어 해설(투자 참고)
그라인딩(Grinding)은 코코아 원두를 파쇄·가열해 코코아 버터와 파우더 등으로 가공하는 과정을 말한다. 이는 초콜릿·베이커리·음료 산업에서 실수요를 가늠하는 핵심 선행지표다.
ICE(Intercontinental Exchange)는 뉴욕·런던 등에서 원자재·통화·주식지수 선물을 거래하는 글로벌 선물거래소다. 이곳 코코아 선물 가격은 국제 벤치마크 역할을 맡는다.
MMT는 Million Metric Ton의 약어로, ‘백만 미(미터)톤’을 의미한다. 1MT는 1,000kg(1t)이다.
◆ 시장 전망 및 시사점
단기적으로는 펀드 쇼트 커버링과 생산국 수출 둔화가 가격 지지 요인이지만, 유럽·아시아 수요 부진이 장기 반등을 가로막는 변수로 꼽힌다. 중장기적으로는 ICCO의 흑자 전환 전망과 가나 생산 증대가 공급 완화를 예고하지만, 코트디부아르 미드크롭 품질 저하와 기후 리스크가 잠재적 불안 요소다.
전문가들은 “재고 수준·펀드 포지션·그라인딩 통계 등 세 가지 변수를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