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아 선물 가격 급등, 공급 차질 우려 재점화

코코아 가격이 다시 급등했다. 2025년 8월 5일(현지시간) 뉴욕 ICE(Intercontinental Exchange)에서 9월물 코코아 선물(CCU25)은 전일 대비 261달러(+3.22%) 상승한 채 마감했고, 런던 ICE의 9월물 코코아 선물(CAU25)도 169파운드(+3.14%) 올랐다.

2025년 8월 6일, 나스닥닷컴(Nasdaq.com)의 보도에 따르면 아이보리코스트(코트디부아르)의 코코아 수출 증가세가 둔화되고 서아프리카 지역의 가뭄이 장기화하면서 글로벌 공급 부족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지 정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1일부터 올해 8월 3일까지 아이보리코스트 농가가 항만으로 반입한 코코아 원두는 176만t으로 전년 대비 6% 늘었으나, 지난해 12월 기록했던 35% 증가율과 비교하면 상승폭이 크게 줄었다.

시장 참가자들은 특히 10월 시작되는 새 작기(main crop) 생산량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에 주목한다. 유럽 중기예보센터(ECMWF)는 아이보리코스트와 가나의 강수량이 30년 평균을 밑돌고 있으며, 고온 현상까지 겹쳐 코코아 꼬투리(pod) 형성이 지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품질 악화·중간 작기 부진

현재 수확 중인 중간 작기(mid-crop) 원두 품질 저하도 가격을 지지한다. 현지 가공업체들은 “트럭 한 대당 5~6%가 불량품”이라고 불평하고 있다. 이는 주 작기(main crop) 때의 1% 안팎보다 크게 높다. 글로벌 농산물 전문은행 라보뱅크(Rabobank)는 “늦게 내린 비로 열매 성장 기간이 짧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아이보리코스트 중간 작기 생산량 추정치는 40만t으로, 전년(44만t) 대비 9% 감소할 전망이다.

“중간 작기는 아이보리코스트 연간 생산량의 약 1/3을 차지하지만, 품질 악화는 전 세계 가공업체의 블렌딩(blending) 전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 현지 트레이더 발언


다른 생산국 동향과 수급 전망

세계 5위 생산국인 나이지리아 역시 공급 축소 요인이다. 나이지리아코코아협회는 2025/26년 생산량이 전년 대비 11% 감소한 30만5,000t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가나는 2025/26년 생산량이 8.3% 증가한 65만t에 이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코코아기구(ICCO)는 2023/24년 세계 코코아 공급 부족을 49만4,000t으로 상향 조정해, 60여 년 만에 최대 규모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년 대비 글로벌 생산량은 13.1% 줄어든 438만t으로 집계됐다.

재고 지표도 타이트하다. 2023/24연도 재고 대비 가공률(Stocks-to-Grindings Ratio)은 27%로 46년 만의 최저치다. 단, ICCO는 2024/25연도에는 14만2,000t 흑자로 전환될 가능성을 제시했으며, 생산량이 7.8% 늘어난 484만t까지 회복될 수 있다고 예상한다.


수요 부진이 남긴 그림자

수요 측면은 온전히 긍정적이지 않다. 스위스 프리미엄 초콜릿 업체 린트&슈프륭글리(Lindt & Spruengli)는 상반기 초콜릿 판매가 예상보다 크게 감소했다며 연간 마진 가이던스를 하향 조정했다. 세계 최대 초콜릿 원료 기업인 바리칼리보(Barry Callebaut)도 올 들어 두 번째로 연간 판매량 전망을 하향했고, 3~5월 분기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9.5% 줄어 10년 만의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실제 소비 부진은 그라인딩(분쇄ㆍ가공) 데이터에 반영된다. 7월 17일 발표된 유럽코코아협회 2분기 가공량은 전년 대비 7.2% 감소한 33만1,762t으로, 시장 예상(-5%)보다 부진했다. 아시아코코아협회도 같은 기간 16.3% 감소한 17만6,644t을 기록해 8년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북미 지역 역시 2.8% 줄어든 10만1,865t으로 집계됐다.


가격 변수: 무역정책과 재고

지난 8월 4일 뉴욕과 런던 선물 가격은 한때 2주·1주 저점을 각각 터치했다. 이는 미국 관세 정책 완화 기대 때문이었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미국 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품목에는 관세가 면제될 수 있다”고 언급했는데, 코코아가 대표적인 예다.

한편 ICE가 관할하는 미국 항만 재고는 7월 22일 기준 236만8,141포대(10.75개월 최고치)로 늘었다. 높은 재고 수준은 단기 가격 상단을 제한할 수 있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용어 해설Glossary

ICE(Intercontinental Exchange): 뉴욕·런던 등 주요 금융센터에서 선물ㆍ옵션 거래를 운영하는 글로벌 거래소. 농산물부터 에너지, 금융선물까지 다룬다.

그라인딩(Grinding): 코코아 원두를 분쇄·가공해 코코아 매스, 버터, 파우더 등으로 만드는 과정. 실질 소비 수요를 가늠하는 핵심 지표다.

Stocks-to-Grindings Ratio: 재고를 가공량으로 나눈 지표로, 1년 동안 소비할 수 있는 수준의 재고가 얼마나 되는지 표시한다. 비축 여력이 클수록 가격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


뉴욕 ICE 코코아 선물 차트

런던 ICE 코코아 선물 차트

시장 전문가들은 “공급 불안이 해소되지 않는 한 코코아 가격의 중장기 상승 궤도는 유효하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고가가 장기화될 경우 초콜릿 업체들의 원가 부담과 소비 감소가 다시 한 번 악순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