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아 선물가, 코트디부아르 우기 기대감에 5주 만에 급락

코코아 선물 가격이 다시 급락했다. 21일(현지시간) 뉴욕 ICE(Intercontinental Exchange)에서 거래되는 2025년 9월물 코코아 선물(CCU25)은 전장 대비 -192달러(-2.50%) 하락하며 5주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같은 날 런던 ICE 9월물(코드: CAU25) 역시 -187파운드(-3.36%) 떨어지며 2주 만의 저점을 찍었다.

2025년 8월 21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시장 참가자들은 앞으로 일주일간 코트디부아르에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적절한 비’가 주요 산지의 생육 상황을 호전시킬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를 실었다. 이 같은 기상 전망이 수급 불균형 완화 기대감을 자극하며 가격을 압박했다.

코트디부아르는 전 세계 코코아 공급량의 약 40%를 차지하는 핵심 생산국이다. 일반적으로 9월부터 10월 사이 시작되는 주 수확(Main Crop)을 앞두고 충분한 강수가 확보될 경우, 열대 작물인 카카오나무는 깍지(코코아 포드)의 탈락률이 낮아지면서 생산성이 높아진다. 시장은 최근 30일(7월 16일~8월 15일) 동안 코트디부아르에 기록된 ‘46년 만의 최저 강수량’ 탓에 촉발됐던 공급 불안을 일시에 되돌리는 양상이라고 평가한다.

1. 수요 부진: 초콜릿 기업들의 ‘실적 경고’

가격을 짓누르는 또 다른 요인은 글로벌 초콜릿 수요 둔화다. 스위스 프리미엄 초콜릿 업체 린트&슈프륭글리(Lindt & Spruengli AG)는 7월, 상반기 판매 부진을 이유로 올해 이익률 가이던스를 하향 조정했다. 세계 최대 B2B 초콜릿 공급사인 바리칼레보(Barry Callebaut AG) 역시 같은 달 3개월 만에 두 번째로 2024/25 회계연도 판매량 전망을 낮추며 “지속적으로 높은 원료 가격이 발목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3~5월 분기 판매량이 전년 대비 -9.5% 감소해 10년 만에 가장 큰 폭의 감소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2. 공급 변수: 재고·수출·품질 이슈

올해 들어 빠르게 소진되고 있는 ICE 감시 재고도 시장의 변동성을 키웠다. 미국 항만에 보관 중인 ICE 인증 코코아 재고는 20일 기준 220만 6,573포대로 2.5개월 만의 저점이다. 다만 이번 주 들어 기상 호전 기대감이 부각되며 재고 축소 효과는 다소 희석되는 모습이다.

코트디부아르 정부 자료에 따르면, 10월 1일부터 8월 17일까지 누적 코코아 수출 물량은 178만 t으로 전년 대비 +6.0% 증가했지만, 연초(12월)의 +35% 급증세에 비하면 크게 둔화됐다. 이는 ‘공급 타이트’ 시나리오를 지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왔으나, 단기적으로는 강수 예보가 이를 상쇄하고 있다.

품질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현지 가공사들은 4월부터 9월까지 진행되는 ‘중간 수확(Mid-Crop)’ 물량 가운데 5~6%가 불량이라며 트럭 단위로 반송 조치를 단행했다. 주 수확기 불량률(1%) 대비 5배 이상 높다. 시장조사기관 라보뱅크(Rabobank)는 “늦게 내린 비가 열매 형성에 악영향을 준 결과”라고 분석한다. 올해 중간 수확량 예상치는 40만 t으로 전년(44만 t)보다 -9% 감소할 전망이다.

3. 타 산지 동향: 나이지리아·가나

세계 5위 생산국인 나이지리아도 생산 감소가 예상된다. 나이지리아코코아협회는 2025/26 시즌 생산량이 30만 5,000t으로 전년 대비 -11%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6월 코코아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0.9% 증가한 1만 4,597t을 기록했다.

반면 가나는 증산 계획을 내놨다. 7월 1일 가나코코아위원회(COCOBOD)는 2025/26년 작황이 65만 t로 올해(60만 t)보다 +8.3%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단기적으로 공급 과잉론을 자극해 가격 하방 압력으로 해석된다.

4. 수요 지표: 그라인딩(Grinding) 통계

코코아 산업에서 ‘그라인딩’은 원두를 갈아 코코아 버터·파우더 등을 추출하는 1차 가공 공정을 의미한다. 통상 초콜릿 수요의 선행지표로 쓰인다. 유럽코코아협회(ECA)는 7월 17일 2분기 유럽 그라인딩 물량이 331,762t(-7.2% YoY)로 예상치(-5%)를 밑돌았다고 발표했다. 아시아코코아협회(CAA)는 같은 기간 아시아 그라인딩이 176,644t으로 -16.3% 급감해 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북미는 101,865t으로 -2.8% 감소해 상대적으로 선방했지만, 전 지역이 수요 위축 국면에 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5. 국제기구 전망

국제코코아기구(ICCO)는 5월 30일 2023/24 시즌 글로벌 공급 부족 규모를 -49만 4,000t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60여 년 만의 최대치다. ICCO는 같은 보고서에서 2023/24 세계 생산량이 전년 대비 -13.1% 감소한 4,380만 t로 추산됐다고 밝혔다. 그 결과 ‘재고 대비 가공 비율(Stocks-to-Grindings Ratio)’은 27.0%로 46년 만의 최저치에 근접했다.

다만 2월 28일 발표된 2024/25 전망에서는 14만 2,000t 흑자(4년 만의 첫 흑자)가 예상됐다. 생산량은 4,840만 t(+7.8% YoY)로 증대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제시했다.

6. 용어 설명 및 체크포인트

ICE 선물 : 인터콘티넨털익스체인지가 운영하는 파생상품 시장으로, 농산물·금속·에너지 등 다양한 상품 선물이 거래된다.
Stocks-to-Grindings Ratio : 재고(Stocks)를 분모, 분자에 가공량(Grindings)을 두어 산출하는 지표. 값이 낮을수록 공급 대비 수요가 팽팽하거나 타이트하다는 의미다.

이외에도 그라인딩 감소, 재고 소진, 산지별 기상 여건 등 공급·수요·재고 삼박자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코코아 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투자자들은 향후 한 달간 서아프리카 강우 패턴, ECA·CAA·NCA(북미) 3분기 그라인딩 발표, 그리고 10월부터 시작될 주 수확기 물량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 본 기사에 포함된 가격·통계·전망치는 2025년 8월 21일 기준 ICE·공식기관·기업 공시 자료를 인용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