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E 선물시장에서 코코아 가격이 급격히 하락했다. 2025년 7월 24일(현지시간) 뉴욕 ICE 9월물 코코아(CCU25)는 전장 대비 -316달러(-3.74%) 급락한 채 마감했고, 런던 ICE 9월물 코코아(CAU25) 역시 -122파운드(-2.23%) 내렸다.
2025년 7월 25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낙폭은 글로벌 초콜릿 수요 둔화 우려가 직접적 요인으로 지목된다. 스위스의 프리미엄 초콜릿 제조사 린트 앤드 슈프렝글리(Lindt & Sprüngli AG)는 올해 상반기 매출 부진을 이유로 연간 마진 가이던스를 하향 조정했다. 같은 달 초, 벨기에계 스위스 업체 바리 칼레보(Barry Callebaut AG)도 고가의 원료 부담을 들어 올해 두 번째로 판매량 가이던스를 낮췄다.
바리 칼레보는 3~5월 분기 판매량이 -9.5% 감소해 1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이처럼 주요 제조사가 연쇄적으로 실적 전망을 하향하자 투자자들은 최종 수요 약화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공급 측 변수: 서아프리카 수출·작황·펀드 포지션
가격은 장 초반까지만 해도 2주 만의 고점을 시도했다. 아이보리코스트(코트디부아르)의 수출 흐름이 느려지는 조짐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현지 정부 통계에 따르면 10월 1일~7월 20일 농년(마케팅 연도) 누적 선적량은 174만t으로 전년 대비 +6.1% 증가했으나, 12월 말 +35% 급증했던 기조와 비교하면 둔화 폭이 확연하다.
런던 시장에서는 펀드의 대규모 순매도 포지션이 존재해 쇼트커버링(공매도 청산) 가능성이 잠재적 상승 재료로 꼽힌다. ICE 유럽이 7월 15일 기준 보고한 순매도 잔량은 6,361계약으로 2년여 만의 최대치다.
최근 저점 갱신과 분쇄(Grindings) 지표 악화
지난주 뉴욕 코코아 선물은 8개월, 런던 코코아는 17개월 만의 연저점으로 주저앉았다. 그 배경에는 지역별 코코아 분쇄(Grindings) 통계 부진이 있다.
‘분쇄’는 원두 형태의 코코아 빈(Bean)을 가공해 코코아 버터·파우더 등 원자재로 전환하는 작업량을 말한다. 가공 수요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유럽코코아협회(ECA)는 2분기 유럽 분쇄량이 전년 대비 -7.2% 줄어든 331,762t라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5%)보다 낙폭이 컸다. 아시아코코아협회(CCA)는 동 기간 아시아 분쇄량이 -16.3% 감소해 8년 만의 최저치인 176,644t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북미 분쇄량은 101,865t로 -2.8% 감소해 상대적으로 선방했으나, 전체적인 수요 약세 흐름을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재고·작황·기상 요소
미국 항만의 ICE 모니터링 재고는 7월 22일 기준 236만8,141자루로 10.5개월 만의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공급 불안 심리가 일부 누그러진 셈이다.
생산 측면에선 가나 코코아위원회(Ghana Cocoa Board)가 2025/26년 생산량을 65만t으로 전망해 전년 대비 +8.3% 증가를 예고했다. 가나는 세계 2위 생산국이다.
그러나 아이보리코스트 중간추수(mid-crop) 품질 저하 우려는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중간추수는 보통 4~9월 이뤄지는데, 올해는 -9% 감소한 40만t가량이 예상된다. 현지 가공업체들은 트럭 한 대당 5~6%를 불량 빈으로 판정해 반송할 정도로 품질이 떨어졌다고 토로한다.
Rabobank는 늦게 도착한 비(雨)로 생육이 제한돼 빈 크기·지방 함량이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ICCO 수급 전망과 시장 시사점
국제코코아기구(ICCO)는 5월 30일 보고서에서 2023/24년도 세계 공급 부족을 -49만4,000t로 상향 조정해 60년 만의 최대 규모라고 밝혔다. 생산량은 -13.1% 감소한 438만t, 재고 대비 분쇄 비율은 27%로 46년 만의 최저다. 반면 2024/25년에는 14만2,000t의 잉여로 전환되고, 생산량도 +7.8% 늘어난 484만t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전문가 시각에 따르면, 단기적으로는 고점 부담과 수요 위축이 지속적인 압박 요인이 될 전망이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서아프리카 기상 리스크, 중간추수 품질 저하, 펀드 쇼트커버링이 반등 트리거가 될 수 있다. 투자자들은 선물·옵션 포지션 관리 시 변동성 확대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용어 해설 및 투자 유의사항
ICE(Intercontinental Exchange)는 글로벌 상품·지수·주식 파생상품을 거래하는 전자 거래소다. 코코아 선물은 향후 정해진 시점에 일정 수량의 코코아 원두를 약정 가격으로 인수·인도하기로 한 계약이다. 가격 변동성이 극심하므로, 레버리지 활용 시 손실 위험도 크다.
본 기사에 제시된 데이터와 수치는 공개 자료를 기반으로 하며, 투자 판단의 최종 책임은 독자 본인에게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