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아 선물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며 뉴욕 시장에서 1주일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내려갔다. 2026년 3월 인도상품거래소(ICE) 뉴욕 코코아(CCH26)는 전일 대비 -40포인트(-0.67%) 하락했고, 런던 코코아 7번 선물(CAH26)도 -26포인트(-0.60%) 하락했다. 이날 가격 하락의 주요 배경에는 서아프리카의 우호적 기상 여건이 코코아 수확량 증가와 공급 확대를 기대하게 한다는 전망이 있다.
2025년 12월 18일, Barchart의 보도에 따르면 아이보리코스트(코트디부아르) 농가들은 비와 햇빛의 적절한 조합이 코코아 나무의 개화(꽃 피기)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보고했고, 가나 농가들도 하마르탄(Harmattan) 계절이 오기 전까지 비가 규칙적으로 내려 꼬투리(포드) 발달과 나무 성장에 유리하다고 전했다. 이 같은 현상은 단기적으로 수확량 증가 기대를 높여 코코아 가격에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
세계 주요 업계·기관들의 수치와 전망도 혼재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초콜릿 제조회사인 몬델리즈(Mondelez)는 최근 서아프리카의 코코아 포드(코코아 꼬투리) 카운트가 5년 평균보다 7% 높고 작년 수확량보다 실질적으로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아이보리코스트의 주요 작황 수확이 막 시작됐고 농가들이 품질에 대해 낙관적이라고 전했다.
재고·시장구조 관련 지표도 상반된 신호를 준다. ICE가 모니터하는 미국 항구의 코코아 재고는 1,643,161자루로 9개월 만의 최저로 떨어져 일시적 가격 지지 요인이 되고 있다. 반면 아이보리코스트 항구로의 코코아 반입(도착)량은 증가세를 보여 공급 확대 가능성을 시사한다. 정부 집계에 따르면 이번 마케팅 연도(10월 1일~12월 14일) 동안 아이보리코스트 농가의 항구 출하량은 895,544MT로 전년 동기(894,009MT) 대비 +0.2% 증가했다. 아이보리코스트는 세계 최대 코코아 생산국이다.
금융기관과 지수 편입 효과도 가격 변동에 영향을 준다. 시티그룹(Citigroup)은 2025/26년 글로벌 코코아 흑자(서플러스) 전망치를 134,000MT에서 79,000MT로 낮추며 공급 타이트닝 우려를 일부 유지했다. 반면, 뉴욕 코코아 선물이 블룸버그 상품지수(BCOM)에 2026년 1월부터 편입될 예정이어서 지수 추종 패시브 상품의 매수 수요가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 시티그룹은 이러한 편입이 최초 1월 초주에 최대 약 20억 달러 규모의 매수를 유발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기관별 공급·수요 전망 변화도 주목된다. 국제코코아기구(ICCO)는 2024/25년 글로벌 흑자 전망을 기존 142,000MT에서 49,000MT로 하향 조정했고, 같은 기간 생산량 추정치는 4.84MMT에서 4.69MMT로 낮췄다. 라보뱅크(Rabobank)도 2025/26년 글로벌 흑자 전망치를 328,000MT에서 250,000MT로 하향했다. 반면 ICCO는 2023/24년에는 -494,000MT 적자로 대규모 공급 부족을 보고한 바 있으며, 당시 전 세계 생산량은 4.368MMT로 전년 대비 -12.9% 감소했고, 전 세계 재고대연삭비율(stocks-to-grindings)은 27.0%로 46년 만의 최저를 기록했다.
수요 측면의 약화 신호도 가격에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 미국 초콜릿 업체 허쉬(Hershey)의 최고경영자(CEO)는 10월 30일 해롤윈 시즌 초콜릿 판매가 “실망스러웠다”고 밝힌 바 있고, 2024년 미국 연간 사탕 판매에서 할로윈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8%로 크리스마스 다음으로 높은 기간이다. 또한 아시아 코코아협회는 10월 17일 3분기 아시아 코코아 연삭(grindings)이 전년 동기 대비 -17% 감소한 183,413MT로 9년 만에 최저 수준이라고 보고했다. 유럽 코코아협회도 10월 16일 발표에서 3분기 유럽 연삭량이 전년 동기 대비 -4.8% 감소한 337,353MT로 10년 만에 가장 낮았다고 밝혔다. 북미의 3분기 연삭량은 112,784MT로 +3.2% 증가했으나 이는 신규 리포팅 기업의 포함으로 데이터가 왜곡됐을 수 있다. 시장조사회사 서카나(Circana)의 데이터에 따르면 북미의 초콜릿 캔디 판매량은 9월 7일로 끝난 13주 동안 전년 동기 대비 -21% 이상 감소했다.
지역별 특이 동향도 존재한다. 세계 5위 코코아 생산국인 나이지리아는 2025/26년 생산량을 전년 대비 -11% 감소한 305,000MT로 예상한다고 나이지리아 코코아협회가 전망했다. 다만 나이지리아의 9월 수출은 전년 동기와 동일한 14,511MT로 집계됐다.
전문용어 설명
BCOM(블룸버그 상품지수)는 에너지, 농산물, 금속 등 주요 기초상품을 대상으로 한 대표적인 총수익형 지수로, 이 지수에 편입된 선물상품은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펀드의 매수·매도 대상이 된다. 연삭(grindings)은 원두와 유사하게 코코아 빈을 가루로 분쇄·처리하는 산업 수요 지표로, 제과업체의 원료 수요를 가늠하는 핵심 통계이다. 하마르탄(Harmattan)은 서아프리카에서 겨울철에 불어오는 건조한 계절풍으로, 건조·먼지로 수확과 생산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시장 영향 및 전망 분석
단기적으로는 서아프리카의 기상 호조와 항구 반입 증가가 가격 하방 압력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아이보리코스트의 항구 출하량 증가(895,544MT)와 몬델리즈의 포드 카운트(+7%·5년 평균 대비) 등은 즉각적인 공급 기대를 확대한다. 그러나 ICE 재고의 9개월 만의 감소(1,643,161자루)는 동시에 구조적 공급 불안 요인으로 작용해 가격 하락을 제한하는 변수이다.
중기적으로는 지수 편입(BCOM)과 금융권의 수급 전망 변동이 가격의 등락 폭을 키울 수 있다. 시티그룹이 예측한 약 20억 달러 규모의 편입 매수는 1월 초 선물시장에 강한 매수 압력을 제공할 수 있으며, 이는 기상 변수에 따른 공급 증감과 맞물려 변동성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 반면 글로벌 실수요 지표(연삭량)의 약화와 유럽의 규제 지연(유럽의 벌채 관련 규정 EUDR 1년 연기)은 장기 수요 성장 둔화를 시사해 구조적 약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책·기후·수요 동향을 종합하면, 가격은 단기적으로 하방 압력 속에서 재고·지수 편입·수요 회복 여부에 따라 급등·급락이 반복되는 박스권 장세가 예상된다. 투자자와 실수요자는 다음 요인에 주목해야 한다: 서아프리카의 우기 진행과 하마르탄 도래 시기, ICE 재고 추이, BCOM 편입에 따른 자금 유입 규모, 그리고 글로벌 연삭량(특히 아시아·유럽)의 분기별 변화.
실용적 시사점
초콜릿 제조사 및 관련 원자재 트레이더는 단기 수급 개선 신호가 있지만 변동성 확대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헤지 전략으로는 선물·옵션을 활용한 가격 상·하방 리스크 통제와 더불어 물리적 재고 조정, 공급계약의 분산화가 권고된다. 정책 당국 및 산업 협회는 산지 기상 정보의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수확·운송 병목을 완화하기 위한 항구 물류 지원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요약: 서아프리카의 우호적 기상과 항구 반입 증가가 코코아 가격을 하락시키는 한편, ICE 재고의 감소 및 BCOM 편입 가능성은 가격을 지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향후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