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아 가격, 코트디부아르 수출 둔화 우려에 1.5주 만에 급등

ICE 선물시장 9월물 뉴욕 코코아(CCU25) 가격이 23일(현지시간) 전장 대비 3.10% 오른 +253달러를 기록했고, 런던 코코아 9월물(CAU25)도 1.50% 상승한 +80파운드를 기록했다.

2025년 7월 23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코코아 현·선물 가격이 1.5주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투자자들은 코트디부아르(아이보리코스트)산 코코아 수출 속도가 둔화되면서 전 세계 공급 타이트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를 두고 있다.

코트디부아르 정부 자료에 따르면, 10월 1일부터 7월 20일까지 농가가 항구로 선적한 코코아 물량은 174만 t으로 전년 대비 6.1% 증가했으나, 작년 12월 기록했던 +35% 폭증세와 비교하면 증가 폭이 크게 축소됐다. 이러한 공급 둔화 신호가 시장의 강세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같은 날 영국 파운드화(GBP/USD)가 1.5주 최고치로 급등하면서 런던 코코아 가격 상승 폭은 뉴욕에 비해 상대적으로 제한됐다. 코코아 선물은 파운드화로 가격이 정해지기 때문에, 파운드 강세는 계약 단가 부담을 높여 투자 수요를 일부 억누르는 효과가 있다.


공급 · 수요 동향

지난주 투자펀드(commodity funds)가 런던 코코아 순매도(숏) 포지션을 1,010계약 늘려 6,361계약으로 확대한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는 2년여 만의 최대 순매도 규모로, 현재 가격 반등 국면에서 쇼트커버링(손실 회피용 매수 청산) 압력을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ICE Futures Europe에 따르면, 7월 15일 기준 자금운용사들의 런던 코코아 순매도 포지션은 6,361계약으로 집계됐다.자료: ICE

그러나 불과 얼마 전까지 시장 분위기는 정반대였다. 뉴욕 코코아는 지난주 8개월래 최저치까지 밀렸고, 런던 코코아도 17개월래 저점을 기록했다. 유럽, 아시아, 북미 등 주요 지역 코코아 분쇄(그라인딩) 실적 부진이 가격 하락을 주도한 데 따른 것이다.

유럽코코아협회(ECA)는 2분기 유럽 그라인딩 물량이 전년 대비 7.2% 줄어 331,762 t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5%)를 밑도는 수준이다. 아시아코코아협회(CCA) 발표에 따르면, 2분기 아시아 그라인딩은 8년 만의 최저치인 176,644 t로 16.3% 급감했다. 북미 역시 2.8% 줄어 101,865 t를 기록했으나 감소 폭은 상대적으로 작았다.


초콜릿 업체 실적 · 전망

수요 측면에서는 글로벌 프리미엄 초콜릿 제조사들의 실적 경고가 이어지며 투자 심리를 짓눌렀다. 스위스 린트&슈프렝글리(Lindt & Spruengli)는 1분기 판매 부진을 이유로 올해 영업이익률 가이던스를 하향 조정했다. 세계 최대 초콜릿 원료업체 바리칼리바우(Barry Callebaut)도 최근 3개월 새 두 차례나 연간 판매량 전망을 낮췄으며, 3~5월 분기 판매량이 9.5% 감소해 10년 내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미국 내 ICE 모니터링 창고에 보관된 코코아 재고는 10.5개월 만의 최고치인 2,368,141포대로 늘어 공급 과잉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이는 단기적으로 가격의 상단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주요 생산지 작황 · 품질 이슈

코트디부아르 ‘미드 크롭(4~9월 수확)’ 품질 문제도 주목된다. 현지 가공업체들은 최근 트럭 단위로 들여온 원두의 5~6%가 불량이라고 지적했는데, 이는 주 수확기(main crop) 평균치(1%)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시장조사업체 라보뱅크(Rabobank)늦게 도착한 우기가 꽃·꼬투리 성장을 지연시켜 품질이 저하됐다고 설명했다.

올해 코트디부아르 미드 크롭 생산량은 40만 t(전년 대비 -9%)로 예상된다. 미드 크롭은 연중 두 번 있는 수확기 가운데 규모가 작은 편이지만, 품질이 낮아지면 글로벌 블렌딩(혼합) 수요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편 이웃 국가 가나 코코아위원회(Ghana Cocoa Board)는 2025/26 시즌 생산량이 8.3% 증가한 65만 t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나는 세계 2위 생산국이므로 실제 증산 여부가 국제 가격 흐름의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국제 코코아기구(ICCO) 전망

ICCO는 지난 5월 30일 보고서에서 2023/24 시즌 전 세계 코코아 공급 부족 규모를 494,000 t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60년 만의 최대 결손이다. 동 기구는 2023/24년 생산량이 전년 대비 -13.1% 감소한 4.380 Mt(메트릭톤)에 그쳤다고 밝혔다.

또한 재고 대비 소비(그라인딩) 비율(stocks-to-grindings ratio)이 46년 만의 최저치인 27.0%로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다만 ICCO는 2024/25 시즌에는 142,000 t 흑자가 발생하고, 생산도 7.8% 늘어난 4.84 Mt로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Stocks-to-grindings ratio는 연간 소비(분쇄)량 대비 가공·유통 과정에 남아 있는 재고 비율을 뜻한다. 수치가 낮을수록 공급이 빠듯하다는 의미여서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시장 전문가 시각 · 투자 전략

시장 참여자들은 “수급 불균형과 숏 포지션 누적, 품질 저하가 한데 겹치면서 단기적으로 숏커버링 주도 강세 랠리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데 대체로 동의한다. 다만, 북반구 경기 둔화에 따른 초콜릿 수요 위축과 미국 ICE 재고 증가 추세가 상반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변동성 장세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경계감도 여전하다.

실제 옵션시장에서 변동성 미스프라이싱을 겨냥한 스트래들(straddle)·스트랭글(strangle) 전략 배치가 증가하고 있다. 이는 방향성 베팅보다 가격 변동폭 자체에 초점을 맞춘 포지션으로, 현물·선물 가격 급등락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방증한다.


향후 체크 포인트

  1. 코트디부아르 수출·미드 크롭 품질 검사 결과
  2. 2024/25 시즌 ICCO 수급 데이터 업데이트
  3. 유럽·아시아 3분기 그라인딩 통계
  4. 글로벌 초콜릿 업체 실적 발표 및 가이던스
  5. ICE·LIFFE 창고 재고 변동

본 기사에서 언급된 금융상품에 대해 필자는 직접적·간접적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본 기사는 정보 제공 목적이며, 투자 자문을 위한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