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아 선물 가격이 이틀 연속 가파르게 상승했다. 21일 ICE 뉴욕 9월물 코코아 선물(CCU25)은 전장 대비 +272달러(+3.49%), ICE 런던 9월물(CAU25)은 +192파운드(+3.80%) 올랐다. 주요 생산국인 코트디부아르의 수출 속도 둔화와 투자펀드의 대규모 숏(매도) 청산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최근 8개월 최저치 부근에서 반등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5년 7월 21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코트디부아르 정부 통계는 10월 1일부터 7월 20일까지 누적 코코아 선적량이 174만t(전년 대비 +6.1%)에 그쳤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증가세이지만, 12월에 기록된 +35% 증가율과 비교하면 크게 둔화된 수치다. 시장 참가자들은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이 잦아드는 것은 공급 측 타이트닝을 시사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 ICE 뉴욕 9월물 코코아 선물 가격 추이(출처: Barchart).
한편 Barchart는 원유·커피·곡물 등 전 상품을 아우르는 무료 뉴스레터를 제공하며, 시장의 일일 변동성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놓치면 손해”라는 문구까지 동원한 홍보이지만, 변동성이 확대된 상품 시장에서는 데이터 기반 판단이 더욱 중요해지는 만큼 관심을 가질 만하다는 평가다.
가격을 떠받친 또 다른 요인은 “과도하게 쌓인 숏포지션”이다. ICE 선물거래소 유럽 지사는 7월 15일 기준 펀드 순매도 잔량이 6,361계약으로 일주일 새 1,010계약 늘었다고 밝혔다. 이는 2년여 만에 최고치로, 최근 급등은 단기 차익실현 및 숏커버가 맞물린 결과란 해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분위기는 정반대였다. 뉴욕 선물 가격은 지난주 목요일 8개월 최저치까지 밀렸고, 런던 선물도 17개월 저점을 기록했다. 배경에는 글로벌 수요 부진이 있었다.
“2분기 유럽 코코아 분쇄량은 전년 대비 -7.2% 감소한 331,762t으로, 시장 예상치(-5%)보다 부진했다.”
같은 기간 아시아 분쇄량은 -16.3% 감소해 8년 만의 최저치를 나타냈다. 북미는 -2.8% 감소에 그쳐 비교적 선방했지만, 전반적 수요 위축 흐름을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 ICE 런던 9월물 코코아 선물 가격 추이(출처: Barchart).
수요 둔화 우려는 스위스 초콜릿 제조업체 Barry Callebaut AG의 실적 가이던스 하향에서도 확인된다. 회사 측은 “높은 코코아 원가”를 이유로 올해 들어 두 번째로 판매량 전망을 낮췄으며, 3~5월 분기 판매량이 -9.5%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10년 만에 가장 큰 낙폭이다.
공급 측에서는 미국 항만에 보관된 ICE 모니터링 재고가 6월 18일 236만 3,861포대(10개월 만의 최고치)까지 늘어난 뒤, 7월 17일 기준 234만 6,466포대로 소폭 감소했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높은 재고는 단기 공급 여력을 의미해 추가 상승 탄력을 제한할 수 있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여기에 “세계 2위 생산국 가나의 생산 회복세”도 중·장기적으로는 하방 압력 요인이다. 가나코코아위원회(Ghana Cocoa Board)는 2025/26연도 생산량이 전년 대비 +8.3% 증가한 65만t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병충해와 기후 악화로 감소했던 직전 연도(60만t) 대비 의미 있는 회복폭이다.
반면 코트디부아르의 “세컨드 하비스트”로 불리는 중간 작물(mid-crop)은 4~9월 수확되는데, 올해는 품질 저하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현지 가공업체들은 “트럭 1대 분량의 원료 가운데 5~6%가 불량품으로 분류된다”고 호소했다. 일반적으로 주 수확기(main crop) 불량률이 1% 수준임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시장조사기관 Rabobank는 “늦게 도착한 강우”를 원인으로 지목하며, 올해 중간 작물은 40만t으로 -9%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ICCO 전망과 시장 균형
국제코코아기구(ICCO)는 5월 30일 발표에서 2023/24연도 글로벌 공급 부족이 -49만4,000t으로, 60년 만의 최대치가 될 것이라고 상향 조정했다. 같은 보고서에서 2023/24 생산량은 전년 대비 -13.1% 감소한 438만t으로 집계됐으며, 재고 대비 분쇄 비율(stocks/grindings ratio)은 27.0%로 46년 만의 최저치를 나타냈다. 다만 ICCO는 2024/25연도에는 14만2,000t 규모의 4년 만의 공급 과잉이 재개될 것으로 내다봤다. 생산량도 +7.8% 증가한 484만t으로 반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용어 풀이 및 참고
• ICE(Intercontinental Exchange)는 글로벌 파생상품 거래소로, 농산물·금속·에너지 선물을 상장한다.
• MT(Metric Ton)은 미터법 톤으로, 1MT는 1,000kg이다.
• 그라인딩(grindings)은 초콜릿·코코아버터 생산을 위한 원두 분쇄량을 뜻하며, 실수요(physical demand)의 핵심 지표로 활용된다.
• 숏포지션은 가격 하락에 베팅하는 선물·옵션 계약을 의미한다.
이처럼 전문 용어가 빈번히 등장하는 만큼, 투자자는 개념을 숙지해야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기자 해설
공급·수요 지표가 엇갈리면서 단기 변동성이 극단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향후 1~2개월간은 코트디부아르 중간 작물의 실제 출하량 및 품질, 그리고 펀드 포지션 변화가 가격을 결정지을 가능성이 크다. 만약 유럽과 아시아의 분쇄 수요가 3분기에도 회복되지 못한다면, 최근 반등은 기술적 조정에 그칠 위험이 있다. 반대로 품질 악화로 실물 공급이 더 줄고, 숏커버가 지속된다면 8,000달러 선 회복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 트레이더들의 시각이다. 투자자라면 현물 재고·포지션 데이터와 함께 주요 제과업체들의 원료 구매 전략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