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E 선물 시장에서 거래되는 코코아 가격이 장 초반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고 하락 전환했다. 2025년 3월물 뉴욕 ICE 코코아(CCH25)는 전일 대비 -56달러(-0.51%) 내린 종가 10,915달러를 기록했으며, 같은 만기의 런던 ICE 코코아(CAH25)도 -11파운드(-0.12%) 떨어진 9,338파운드에 거래를 마쳤다.
2025년 8월 8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시장 참여자들은 브라질의 4분기 코코아 가공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5.5% 감소한 59,589톤에 그친 사실을 주목하고 있다. 이는 고점 인근 가격이 코코아 수요를 저해하고 있다는 우려를 강화해 장중 매도 압력을 키웠다.
다만 장중 한때는 수요 회복 신호가 부각되며 가격이 상승하기도 했다. 스위스의 초콜릿 제조사 린트 & 스프루엥글리(Lindt & Spuengli AG)가 2024 회계연도 유기적 매출이 전년 대비 7.80% 증가했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시장 예상치 7.41%를 웃도는 실적은 소비자들이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초콜릿 소비를 지속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공급 측 압박 요인
세계 최대 코코아 생산국인 코트디부아르의 수출 둔화 가능성도 가격을 지지하고 있다. 현지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24/25 마케팅연도 들어 8월 초 현재까지 농가에서 항만으로 이동한 물량은 116만 톤으로 전년 대비 27% 증가했지만, 불과 한 달 전 35% 증가 폭과 비교하면 증가세가 둔화되는 모습이다.
미국 ICE 선물거래소에 등록된 검증 재고는 지난 1년 반 동안 꾸준히 줄어 8월 4일 기준 130만 5,196포대로 20년 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이는 실물 공급 부족이 심화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여기에 허쉬(Hershey Co.)가 전미선물거래위원회(CFTC)에 ICE를 통한 대규모 인수도를 승인해 달라고 요청한 사실도 공급 불안을 부채질한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허쉬는 현행 거래소 한도를 9배 넘어서는 9만 톤 이상의 코코아를 선물시장에서 인수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는 CFTC가 정한 4,900 계약(4만 9,000톤)의 연방 포지션 한도를 훌쩍 뛰어넘는 규모다.
생산 차질 요인: 하마탄(Harmattan)과 극심한 강우
서아프리카 지역의 하마탄(Harmattan) 건조 바람이 본격화하면서 코트디부아르·나이지리아 일부 농가에서는 잎이 노랗게 변하고 어린 코코아 꼬투리(cherelles)가 말라가는 현상이 보고되고 있다. 위성 관측사 맥사(Maxar Technologies)는 12월 중순 보고서에서 건조 조건이 4월 수확 예정인 중기 작황(mid-crop) 생육 초기 단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건조뿐 아니라 집중호우도 문제다. 올해 코트디부아르에서는 홍수·병해 증가로 수확 품질이 떨어지고 있다. 최근 수확된 생두의 100g당 알맹이 수(bean count)가 약 105개로 집계돼, 규제당국이 허용하는 80~100개 기준을 상회했다. 알맹이가 많을수록 크기가 작아 품질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국제코코아기구(ICCO)는 2023/24 시즌 세계 코코아 수급이 478,000톤 적자로, 60여 년 만에 최대 부족 상태라고 추정한다. 같은 시즌 생산량 전망도 438만 톤으로 전년 대비 13.1% 하향 조정됐다.
ICCO는 세계 재고 대비 분쇄 비율(stocks/grindings)을 27.0%로 제시했는데, 이는 46년 만에 최저치다. 통상 이 지표는 수급 타이트 여부를 판단하는 핵심 변수로, 비율이 낮을수록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진다.
수급 데이터: 지역별 혼조
2024년 3분기 코코아 분쇄(그라인딩) 실적은 지역별로 엇갈렸다. 북미는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한 109,264톤, 아시아는 2.6% 증가한 216,998톤을 기록해 견조한 수요를 보였다. 반면 유럽은 -3.3% 감소한 354,335톤에 그쳤다.
6대 생산국 나이지리아의 11월 수출은 38,015톤으로 전년 대비 35% 급증해 가격에 하방 압력을 가했다. 코트디부아르 규제당국 르콩세유 카페카카오(Le Conseil Café-Cacao)는 10월 18일 보도에서 2024/25 생산 전망치를 210~220만 톤으로 상향 조정해 공급 완화 기대를 키웠다.
전문가 해설 및 시장 전망
국내 원자재 시장에 정통한 애널리스트들은 “단기적으로는 브라질 수요 부진 등 부정적 지표가 가격을 조정하게 만들 수 있다”면서도, “서아프리카 기상 악화와 글로벌 재고 부족을 감안하면 중·장기 상승 추세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진단한다. 특히 허쉬의 대량 인수도가 승인될 경우, 선물시장 내 공급 압박(squeeze)에 따른 급등 리스크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용어 해설
- ICE(Intercontinental Exchange): 뉴욕·런던 등에서 선물·옵션을 거래하는 세계적 파생상품 거래소.
- 하마탄(Harmattan): 11월~3월 사하라 사막에서 불어오는 건조·먼지 바람으로, 서아프리카 농작물 생육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
- Bean Count: 100g당 코코아 빈의 개수를 의미하며, 숫자가 낮을수록 빈 크기가 크고 품질이 좋음을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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