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아 가격 급락…공급 급증·수요 급감에 2년여 만에 최저 기록

코코아 선물 가격이 급락했다. 2026년 2월 12일(현지시간) 기준으로 3월물 ICE 뉴욕 선물(CCH26)은 전일 대비 -139포인트(-3.69%) 하락했고, 3월물 ICE 런던 코코아(CAH26)는 -129포인트(-4.71%) 내렸다. 이날 하락으로 뉴욕 코코아는 최근물 기준으로 2년 3개월(약 2.25년) 만의 최저치를, 런던 코코아는 약 2년 6개월(2.5년) 만의 저점을 각각 기록했다.

2026년 2월 12일, Barchart의 보도에 따르면 이러한 급락은 전 세계적인 공급 과잉과 수요 약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이날 보도는 ICE(Intercontinental Exchange) 모니터링 재고의 증가와 제조회사 및 그라인딩(grinding·원두 분쇄 및 가공) 통계의 부진을 근거로 지목했다. 관련 선물 시세와 재고 현황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ICE NY Cocoa chart  ICE London Cocoa chart

공급 측 지표는 가격 하락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2026년 1월 29일 StoneX는 2025/26 시즌에 글로벌 코코아 초과공급량을 287,000톤으로, 2026/27 시즌은 267,000톤으로 전망했다. 또한 국제코코아기구(ICCO)는 2026년 1월 23일 발표에서 전 세계 코코아 재고가 전년 대비 4.2% 증가한 110만톤(1.1 MMT)으로 집계됐다고 보고했다.

선물시장에서 관찰되는 ICE 재고도 가격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ICE가 집계하는 코코아 재고는 수요일 기준으로 1,871,034가방으로 집계되며 최근 3.75개월 만의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여기서 ‘가방(bags)’은 코코아 재고를 산정하는 전통적 단위로, 거래·물류 관행상 재고 규모를 표현하는 표준 단위이다.

수요 측 약화 또한 가격 하락의 주요 요인이다. 소비자들이 고가의 초콜릿 구매를 꺼리면서 수요가 크게 둔화되고 있다. 세계 최대 대량 초콜릿 제조업체 중 하나인 Barry Callebaut AG는 2025년 11월 30일로 마감된 분기에서 코코아 부문 판매량이 -22% 감소했다고 1월 28일 발표했다. 회사는 이를 ‘시장 수요 약세 및 수익성 높은 세그먼트 중심의 볼륨 우선화’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라인딩 통계도 수요 감소를 방증했다. 유럽코코아협회(ECA)는 1월 15일 발표에서 2025년 4분기 유럽 지역 코코아 그라인딩이 전년 동기 대비 -8.3% 감소한 304,470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의 예상치(-2.9% y/y)보다 더 큰 낙폭이며, 12년 만에 4분기 기준 최저치다. 아시아코코아협회는 12월 16일 발표에서 4분기 아시아 그라인딩이 전년 대비 -4.8% 감소한 197,022톤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반면 미국국가제과협회는 북미 그라인딩이 4분기에 소폭 상승(+0.3% y/y)해 103,117톤을 기록했다고 보고했다.

지역별 수출·생산 변화도 시장을 흔들고 있다. 세계 5위 코코아 생산국인 나이지리아의 12월 코코아 수출은 연간 기준으로 +17% 증가한 54,799톤으로 집계돼 공급 압력을 가중시켰다. 반면, 코코아 최대 생산국인 아이보리코스트(코트디부아르)의 항구 반입(포트 인바운드)은 다소 둔화되는 모습이다. 집계에 따르면 2025/26 마케팅 연도(2025년 10월 1일~2026년 2월 8일) 동안 아이보리코스트 농민들이 항구로 출하한 물량은 1.27 MMT로, 전년 동기의 1.32 MMT보다 -3.8% 감소했다.

기상·생산 전망은 다소 엇갈린 신호를 준다. 웨스트아프리카의 기후 상황이 코코아 생육에 유리하다는 보고가 잇따르면서 단기적으로 생산 증가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Tropical General Investments Group은 최근 보고에서 현재의 기상 여건이 아이보리코스트와 가나의 2월~3월 수확을 개선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농가들은 전년 동기보다 더 크고 건강한 꼬투리(pods)를 보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Mondelez는 서아프리카의 최신 코코아 팟 카운트(pod count)가 5년 평균보다 7% 높다고 밝히며, 이는 작년 수확보다 현저히 많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아이보리코스트의 주력 작물 수확이 이미 시작됐고, 농가들은 품질에 대해 낙관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장기적인 공급 전망에서는 일부 긴축 신호도 존재한다. 나이지리아 코코아협회는 2025/26년 나이지리아 생산량이 전년 대비 -11% 감소한 305,000톤이 될 것으로 전망했으며, 이는 2024/25년 전망치(344,000톤)보다 낮은 수치다. 국제코코아기구(ICCO)는 2024/25년 글로벌 공급·수급 전망을 여러 차례 조정했다. 11월 28일에는 2024/25년 잉여량 추정치를 기존 142,000톤에서 49,000톤으로 하향 조정했고, 같은 시점에 글로벌 생산량 추정치도 4.84 MMT에서 4.69 MMT로 낮췄다. 더 나아가 ICCO는 2023/24년(과거)에 대해 -494,000톤의 글로벌 적자를 기록했다고 5월 30일에 수정 발표했으며, 2023/24년 생산은 전년 대비 -12.9% 감소한 4.368 MMT으로 집계됐다. 이후 ICCO는 12월 19일 기준으로 2024/25년 글로벌 공급이 49,000톤 초과로 4년 만에 첫 흑자를 기록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용어 설명

ICE(Intercontinental Exchange)는 선물과 옵션 등 다양한 파생상품이 거래되는 국제 거래소를 의미하며, 코코아·설탕·커피 등 주요 원자재 선물의 거래와 재고 집계를 제공한다. 그라인딩(grinding)은 코코아 빈을 분쇄하고 가공하여 코코아 매스, 버터, 파우더 등으로 전환하는 공정으로 시장의 최종 제품 수요(초콜릿·제과류 등)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가방(bags)은 코코아 재고를 산정하는 전통적 단위로, 선물시장과 물류에서 관행적으로 사용하는 표준화된 묶음 단위다.


시장 영향 및 전망

단기적으로는 풍부한 재고와 약한 그라인딩 수요가 가격 하방 압력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ICE 재고가 3.75개월 만의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고, 주요 초콜릿 제조사의 판매량이 급감한 점은 소비 측 수요 회복이 느리다는 신호다. 또한 유럽과 아시아에서의 그라인딩 감소는 최종 수요 축소를 보여주며, 이는 코코아 가격의 추가 하락 가능성을 높인다.

중기적으로는 일부 공급 차질 가능성이 가격의 하단을 지지할 수 있다. 예컨대 기상 악화, 병충해, 또는 주요 생산국의 정치·물류 문제 등이 발생하면 글로벌 공급 전망이 빠르게 악화될 수 있다. 이미 ICCO와 일부 은행들은 공급 전망을 수차례 수정해 왔고, 이에 따라 가격이 반등한 사례가 있는 만큼 향후 변동성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거시적 관점에서는 소비자 물가와 원자재 비용, 그리고 환율 변동이 코코아 수요와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초콜릿 가격의 최종소비자 부담이 커지면 수요 회복은 지연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제과업체의 제품 믹스와 원가 구조 재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글로벌 경제 회복과 소비 증가, 또는 일부 지역의 공급 차질은 중기적 반등 요인이 될 수 있다.

투자·산업적 시사점

산업 참가자들에게는 실수요(그라인딩) 지표와 주요 생산국의 출하·기상 데이터를 면밀히 모니터링하는 것이 중요하다. 재고 수준, 생산량 예측치, 그리고 주요 제조사들의 판매 동향이 향후 가격 방향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다. 또한 코코아를 원재료로 사용하는 초콜릿 제조업체들은 원가 관리와 제품 가격 전략을 조정해야 하며, 중장기적으로는 공급망 다변화와 품종 개선, 재배 기술 투자 등이 비용과 품질 관리 차원에서 중요해질 전망이다.

요약하자면, 2026년 2월 중순 현재 코코아 시장은 풍부한 재고와 약화된 소비 수요라는 이중 압력으로 인해 최근 몇 주간 급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단기적 하방 압력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기상·생산 차질 등 공급 변수가 발생할 경우 변동성이 확대되며 반등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