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애호가들은 당분간 가격 인상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최근 몇 년간 코코아 선물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데다, 소매 물가 전반의 상승이 맞물려 소비자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
2025년 8월 22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서아프리카의 악천후·병해충·공급난으로 전 세계 코코아의 약 75%를 차지하는 주요 생산국(코트디부아르·가나)의 출하가 줄어들면서 초콜릿 원가가 크게 뛰었다.
이 같은 흐름은 전 세계 소매 물가 상승세와 겹치며 소비자 비용 부담을 키우고 있다. 영국 소비자 단체 ‘Which?’가 실시한 2024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영국 내 식료품 중 초콜릿 제품의 평균 연간 인플레이션율이 11%로 가장 높았다.
미국에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대표 상품인 허시 키세스(Hershey’s Kisses) 가격이 전년 대비 약 12% 급등했다.
“코코아 가격이 과거 수준으로 다시 내려오지는 않을 것”
이라고 스위스 초콜릿 기업 린트&슈프륑글리의 최고경영자 아달베르트 레흐너는 2025년 4월 CNBC 인터뷰에서 밝혔다.
코코아 선물 가격 변동
코코아 선물은 2025년 1월 톤당 8,177달러에서 8월 7,855달러로 완만히 하락했지만, 3년 전 2,374달러와 비교하면 여전히 3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J.P.모건의 농산물 전략가 트레이시 앨런은 CNBC ‘Squawk Box Europe’에서 “지난해 4분기 사상 최고치였던 고가격의 숙취(hangover)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높은 원가가 시차를 두고 소비자가격에 전가되고 있다. 코코아 원두와 완제품 재고가 크게 감소해 당분간 높은 가격이 유지될 것”
이라고 말했다.
내년 부활절 전후 전망
앨런 전략가는 공급이 점진적으로 회복되고 있어 2026년 부활절 성수기에는 다소 숨통이 트일 가능성을 언급했다. 특히 에콰도르·브라질 신규 농장의 수확이 본격화되고, 기상 조건이 개선되면서 생산량이 늘어나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J.P.모건은 톤당 6,000달러를 ‘장기 균형 가격’으로 제시하며 구조적으로 높은 수준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서 ‘코코아 선물(Futures)’은 특정 시점에 일정 가격으로 코코아를 인수·인도하기로 한 파생상품 계약을 의미한다. 기업들은 이를 통해 원가 변동 리스크를 헤지하지만, 가격이 급등하면 헤지 비용 자체가 증가해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진다.
생산국 구조적 문제와 관세 변수
경제조사기관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하마드 후사인 이코노미스트는 “코트디부아르·가나의 만성적인 생산성 부진·질병·투자 부족으로 공급 부족 현상이 장기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영국의 최저임금 인상, 기업 연금 부담 확대가 식품가격 상승의 또 다른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에서는 스위스산 초콜릿 등에 부과된 최대 39%의 보복관세가 추가적인 가격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후사인은 “소비자는 상당 기간 높은 초콜릿 가격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기자 해설: 앞으로 주목할 관전 포인트
첫째, 기상 패턴이다. 라니냐 전환이 예상보다 빨라지면 서아프리카 강우량이 늘어 병해충 피해가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둘째, 수요 측면에서 소비자 지출 위축이 지속될 경우, 제조사들이 ‘소량 포장·저가 브랜드’ 전략으로 전환할 수 있다. 셋째, 관세 협상의 향방이다. 미국·스위스 간 무역 협상이 타결될 경우, 고급 초콜릿 가격 압력이 완화될 수 있다.
결국 초콜릿 가격은 향후 6~12개월 안에 완만한 하락으로 전환될 여지가 있으나,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기엔 시간이 더 필요하다. 소비자는 품질 대비 가격을 따지는 ‘가성비 소비’로, 기업은 공정무역·지속가능 인증을 강조하는 프리미엄 전략으로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