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로이터) ― 세계 최대 탄산음료 기업 코카콜라가 미국 시장에서 고과당 옥수수시럽(High-Fructose Corn Syrup·HFCS)을 대체해 사탕수수 설탕을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전환은 음료·식품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비용 증가와 미국 농가에 대한 부정적 파급 효과가 예상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5년 7월 17일, 인베스팅닷컴과 로이터 통신의 공동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코카콜라 측과 논의한 결과 “코카콜라가 자사 음료에 사탕수수 설탕을 활용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Make America Healthy Again(MAHA) 사회운동의 후원을 받는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장관이 주도하고 있다. 케네디 장관은 “대체 원료가 더 건강하다”며 식음료 업계에 재료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사탕수수 설탕이란 무엇인가?
미국 소비자에게 익숙한 HFCS는 옥수수 전분을 효소 처리해 만든 액상 감미료로, 비용이 저렴하고 단맛이 강해 1970년대 이후 미국 음료 시장을 빠르게 장악했다. 반면 사탕수수 설탕은 사탕수수를 정제해 만드는 전통적 설탕으로, HFCS에 비해 가격이 높고 공급망이 한정돼 있다.
산업 구조·공급망 문제
식음료 산업 분석가들은 “HFCS와 설탕은 생산자·물류·라벨 표기 기준이 전혀 달라, 전면 교체에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고 지적한다. SOS랜드 퍼블리싱의 론 스터크 선임 에디터는 “식음료 업체들이 과거 HFCS를 채택한 이유는 오직 가격 경쟁력 때문”이라며 “음료 업계는 55% 과당 함량의 HFCS(55HFCS)를, 제빵 업계는 42%% 함량 제품을 주로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코카콜라가 HF55 사용량 전체를 사탕수수 설탕으로 대체한다면, 현재 가격 격차와 설탕 가격 급등 가능성을 감안할 때 연간 10억 달러 이상의 비용 증가가 불가피하다.” ― 헤더 존스 리서치, 헤더 존스 애널리스트
미 농가에 미치는 영향
미국 옥수수 정제업체로 구성된 Corn Refiners Association(CRA)은 HFCS가 미국 식품·음료 공급망에서 완전히 퇴출될 경우, 옥수수 가격이 부셸당 최대 34센트 하락해 연간 51억 달러의 농가 소득이 손실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CRA는 “이는 농촌 지역 고용 감소와 지역 경제 위축을 초래할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세계 최대 식품 소재 기업 아처-대니얼스-미들랜드(ADM)와 인그리디언(Ingredion)은 미국 중서부 곡창지대에 다수의 옥수수 제분 공장을 운영하며 HFCS·에탄올 등을 생산하고 있다. 두 기업 주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직후 하락세를 보였다.
수급 불균형 심화
미국 농무부(USDA)에 따르면, 음료·식품 제조에 쓰이는 HFCS 생산에는 연 4억 부셸(약 2.5%)의 옥수수가 투입된다. 반면 미국 국내 사탕수수 설탕 연간 생산량은 360만 t에 불과하며, 이는 현재 소비량을 충족하기 턱없이 모자라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브라질 등 세계 최대 사탕수수 설탕 생산국으로부터 대규모 수입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브라질산 설탕에 50% 관세를 부과해, 가격 인상과 공급 지연 가능성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설탕 부족분은 브라질산으로 메워야 할 것이다. 그러나 50% 관세가 부과된 상황에서 수입 비용 부담이 급격히 늘어날 수밖에 없다.” ― 설탕 분석가 마이클 맥두걸
경쟁사·소비자 동향
코카콜라 측은 “새로운 혁신 제품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조만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펩시코 역시 “소비자 수요가 있다면 사탕수수 설탕을 사용한 제품을 출시하겠다”며 시장 변화에 동참할 의사를 내비쳤다.
이미 멕시코 등 해외 시장에서는 사탕수수 설탕으로 만든 “멕시칸 코크“가 판매되고 있으며, 일부 미국 식료품점에서도 유리병 포장 제품이 소량 유통되고 있다.
HFCS와 설탕, 무엇이 더 건강할까?
영양학적으로 HFCS와 사탕수수 설탕은 열량(칼로리)이 유사하고, 과다 섭취 시 체중 증가·대사 질환 유발 위험이 있다는 점도 동일하다. 그러나 일부 연구는 HFCS가 체내에서 지방 합성을 더 촉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며, MAHA 운동은 이를 근거로 “자연 유래 설탕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학계에서는 여전히 섭취량 관리가 가장 중요한 변수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전문가 전망
시장조사업체들은 코카콜라·펩시코 등 대형 음료사가 실제 설탕 전환을 추진하더라도 일부 제품군에 한해 프리미엄 라인으로 선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전면 교체가 이뤄질 경우 재무적 부담이 지나치게 크고, 미 의회 및 농업 로비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소비자 선호, 건강 이슈, 무역 정책, 원재료 가격 등 복합 요인이 향후 의사 결정에 결정적 역할을 할 전망이다. 미국 농가·식품 공급망 전반에 미칠 영향이 상당한 만큼, 업계는 점진적이면서 다각적인 대응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