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저지주 셀린즈그로브(Selinsgrove)에 본사를 둔 코어위브(CoreWeave)가 인공지능(AI) 반도체 강자인 엔비디아(Nvidia)와 최대 63억 달러(약 8조 6,000억 원)에 달하는 클라우드 컴퓨팅 용량 보장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초도 물량 계약은 고객에게 판매되지 못한 잔여 서버 용량을 엔비디아가 전량 인수해 주는 ‘백스톱(backstop)’ 구조가 핵심이다.
2025년 9월 15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계약 덕분에 비상장 기업인 코어위브의 주가는 사모주식 시장에서 8% 상승하며 엔비디아의 핵심 클라우드 파트너라는 지위를 공고히 했다. 투자업계에서는 최근 AI 컴퓨팅 수요 둔화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엔비디아가 미판매 용량을 매입하기로 함에 따라 코어위브가 수요 공백에 직면할 리스크가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계약 주요 내용
이번 수정·확대 계약은 2032년 4월 13일까지 유효하며, 2023년 4월에 체결됐던 1차 계약을 확장한 것이다. 당시 양사는 AI 전용 데이터센터 확충을 위해 초기 파트너십을 맺었고, 이번에 구체적인 최소 구매 보장 금액을 명시해 사업 안정성을 한층 강화했다.
“엔비디아의 추가 지출은 특정 소수 대형 고객 의존도를 낮추는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 — 바클레이스(Barclays) 애널리스트 보고서
글로벌 투자은행 바클레이스는 보고서를 통해 “코어위브가 보유한 서버 용량이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와 오픈AI(OpenAI)라는 두 곳 이상으로 확대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이번 계약이 투자자들의 우려를 불식시킬 것이라고 평가했다.
주요 고객 및 선행 계약
코어위브는 미국과 유럽에 걸쳐 AI 특화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며,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임대 방식으로 제공한다. 지난 3월에는 오픈AI와 5년간 119억 달러 규모의 클라우드 컴퓨팅 용량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여기에 더해 2029년 4월까지 최대 40억 달러를 추가 지불받을 수 있는 옵션 계약도 맺었다.
이처럼 ‘챗GPT(ChatGPT)’를 운영하는 오픈AI, 그리고 AI 클라우드 경쟁에서 맹추격 중인 마이크로소프트가 최대 고객으로 자리 잡으면서 코어위브의 분기별 매출은 가파르게 확대되는 추세다. 실제로 2025년 2분기 실적 발표에서 클라우드 서비스 수요가 폭발하며 매출이 전년 대비 수배로 커졌지만, 운영비용도 11억 9,000만 달러로 약 4배 급증해 영업 레버리지 확대에 따른 재무적 부담이 부각된 바 있다.
산업적 의미와 용어 해설
GPU(Graphic Processing Unit)는 원래 그래픽 연산용 반도체지만, 병렬 연산 능력이 뛰어나 대규모 AI 모델 학습과 추론에 최적화돼 있다. AI 전용 데이터센터란 바로 이러한 GPU를 대량으로 집적해 기업 고객이 필요할 때마다 빌려 쓸 수 있도록 한 고성능 컴퓨팅 인프라를 뜻한다.
현재 AI 시장은 ‘모델 경쟁’에서 ‘인프라 확보’ 경쟁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구글, 아마존 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 애저(Azure)가 자체 데이터센터를 확장하는 와중에, 코어위브 같은 전문 클라우드 사업자까지 가세하면서 GPU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엔비디아와의 시너지 효과
엔비디아 입장에서도 이번 계약은 수요 예측의 변동성을 완화하고, 자체 GPU 생태계를 더욱 확장하는 전략적 선택이다. 특히 AWS·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 ‘슈퍼 스케일러’ 고객에 대한 매출 집중도를 낮출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엔비디아로서는 안정적 수요 확보와 동시에 신규 플레이어 육성을 통해 시장 파이를 키우는 ‘투 톱 전략’을 병행하는 셈”이라는 평가가 업계에서 제시된다.
잠재적 리스크 및 전망
다만 AI 서버 장비의 ‘과잉 투자’ 우려도 제기된다. 만약 AI 서비스의 성장 속도가 급격히 둔화될 경우, 대규모 용량을 선행 투자한 사업자들은 미사용 서버를 떠안아야 할 가능성이 크다. 이를 감안해 코어위브는 ‘잔여 용량 매입’이라는 안전장치를 마련했고, 엔비디아는 장기적 관점의 파트너십을 통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시장조사회사 옴디아(Omdia)는 글로벌 AI 인프라 지출이 2024년 720억 달러에서 2028년 2,000억 달러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코어위브-엔비디아 동맹은 이런 거대 성장 흐름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고 있다.
결론
결과적으로 이번 63억 달러 규모 계약은 코어위브에게는 안정적 매출을, 엔비디아에게는 공급망 다각화를 안겨주는 ‘윈-윈(win–win)’으로 평가된다. 향후 AI 인프라 시장의 핵심 키워드는 속도·안정성·비용 효율이며, 코어위브가 확보한 물량 보장 모델은 향후 중소형 데이터센터 사업자에게도 하나의 벤치마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