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호세발 로이터 — 코스타리카 내각에 대규모 변동이 발생했다. 로드리고 차베스(Rodrigo Chaves) 대통령은 현지 시각 30일(수) 총 7명의 장관이 일괄적으로 사임서를 제출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이들이 “국가를 한 단계 더 전진시키기 위해 새로운 지평(New Horizons)을 찾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2025년 7월 30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사임 명단에는 스티븐 브루너(Stephen Brunner) 부통령과 노귀 아코스타(Nogui Acosta) 재무장관이 포함돼 있다. 부통령은 코스타리카 헌법상 장관급 지위를 갖는 동시에, 대통령 부재 시 국가 원수 대행을 맡는 핵심 직책이다. 재무장관 역시 중남미 지역에서 가장 안정적인 재정 운용으로 평가받는 코스타리카의 경제 정책을 총괄해 왔다는 점에서, 두 사람의 동시 사임은 국내외 금융시장에 적지 않은 파급 효과를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차베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
그들은 모두 향후 국가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을 모색하고 있다*
”고 강조했다. 여기서 언급된 ‘새로운 방식’은 사실상 2026년 2월로 예정된 차기 대선·총선 출마 준비를 뜻한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코스타리카 선거법은 고위 공직자가 선거 1년 전에 사임하도록 규정한다※ 후보자격을 위한 조건. 이에 따라 이번 사임은 예견된 ‘정치 일정’의 일환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사임한 7명의 구체적 직책은 다음과 같다. 첫째, 부통령 스티븐 브루너. 둘째, 재무장관 노귀 아코스타. 셋째, 교통·공공사업부 장관, 넷째, 공공보건부 장관, 다섯째, 외교부 차관, 여섯째, 여성가족부 장관, 일곱째, 청년·문화체육부 장관이다. 정확한 명단은 대통령실이 별도 공문 형태로 공개할 예정이다. 현지 언론은 이 가운데 최소 3명이 집권 국민진보당(PPSD) 후보로 상·하원의원 선거에 나설 것으로 전망한다.
배경 및 분석
코스타리카는 중앙아메리카에서 가장 안정적인 민주주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1948년 내전을 끝으로 군대를 폐지하고, 적극적 복지정책과 교육 투자로 ‘라틴아메리카의 스위스’라는 별칭을 얻었다. 그렇기에 장관급 대규모 사임은 국가의 제도적 안정성을 시험하는 분기점이 될 수 있으며, 동시에 정치인 개인에게는 차기 선거 승부수를 띄우는 기회로 작용한다.
특히 재무장관 노귀 아코스타는 2023년 이후 이어진 글로벌 금리 상승기에도 재정 균형을 유지해 ‘투자적격’ 등급을 지켜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가 재무부를 떠나면서 국채 스프레드 확대와 같은 단기 변동성이 불가피하다는 경고가 전문가 사이에서 제기된다. UBS중남미리서치센터는 “코스타리카의 재무 정책 신뢰도가 향후 6개월 간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통령 스티븐 브루너는 기후변화 대응 전략을 내세워 국제무대에서 활발히 활동해 왔다. 코스타리카는 2019년 ‘탄소중립 2050’ 로드맵을 발표해 글로벌 탈탄소 정책의 모범국으로 꼽힌다. 브루너 부통령이 퇴임 후 대선 출마에 나설 경우, ‘친환경 성장’ 이슈가 선거 캠페인의 핵심 축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선거 일정 및 전망
헌법상 대통령·부통령·국회의원 선거는 4년마다 동시 실시된다. 차기 선거일은 2026년 2월 2일로 예정돼 있으며, 40% 이상 득표자가 없을 경우 4월 5일 결선투표가 치러진다. 로드리고 차베스 대통령은 재선이 금지돼 있어 출마할 수 없으며, 이번에 물러난 각료 다수는 여권 계열 신당 결성 또는 국민진보당 경선 참여를 검토 중이라고 알려졌다.
향후 과제
첫째, 공석이 된 재무장관과 부통령 후임 인선이 최대 관심사다. 후임이 조속히 결정되지 않을 경우 예산안 심사 지연, 대외 신용등급 재평가 등의 리스크가 가중될 수 있다. 둘째, 장관 공백이 장기화되면 보건·교통 등 공공서비스 예산 집행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세 번째 과제는 2026년 선거를 앞둔 정책 연속성 확보다. 차베스 정부가 추진해 온 디지털세 도입, 전기차 보조금 확대 등이 새 내각에서 변동될 경우, 기업 투자 계획도 조정이 불가피해진다.
전문가 의견에 따르면, 코스타리카의 정치 관행상 ‘선거 6~8개월 전 사임’은 드문 일이 아니다. 다만 한꺼번에 7명이 물러난 사례는 최근 20년간 없었다는 점에서 사안의 중대성이 부각되고 있다. 정치학자 마리아 로드리게스(María Rodríguez) 국립대 교수는 “
이번 사임은 집권 세력의 내부 조정이자, 차베스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개혁 속도를 높이겠다는 신호
“라고 분석했다.
핵심 용어 해설
• 부통령(Vice President): 대통령 유고 시 권한대행을 맡는 동시에, 내각 회의 참여권을 가진다.
• 재무장관(Finance Minister): 국가 예·결산, 국채 발행, 세제 정책 총괄.
• 탄소중립(Net Zero): 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량을 합해 ‘0’으로 만드는 개념.
이렇듯 장관 7인의 동반 사임은 차기 선거 구도를 촉발하는 정치적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향후 후임자 인선 속도와, 사임한 인사들의 출마 선언 시점이 코스타리카 정치·경제 지형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