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슈티나(코소보), 2025년 12월 29일 — 코소보 총리 알빈 쿠르티의 압도적 승리는 민족주의 성향의 지도자가 정치적 교착 상태를 끝내고 유럽에서 가장 젊은 국가의 향후 국내·외 정책 방향을 수년간 좌우할 가능성을 높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5년 12월 29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서 쿠르티의 정당인 베테벤도스예(Vetevendosje)가 일요일 투표에서 과반에 육박하는 표를 얻어 정국 주도권을 확고히 했다고 공식 집계 결과가 밝혔다. 개표가 거의 끝난 시점에 베테벤도스예는 49%를 넘는 득표율을 기록해, 소수의 아주 작은 연립 파트너들과 함께 의회 과반을 구성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이 승리는 국내 개혁을 밀어붙일 수 있는 쿠르티의 권한을 강화한다. 선거운동에서 쿠르티는 복지 확대와 공무원·공공부문 노동자에 대한 임금 인상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다만 그는 여전히 세르비아와의 긴장, 보건·교육 시스템의 취약성 등 주요 과제를 안고 있다. 코소보의 보건·교육 수준은 인접한 발칸 국가들보다 뒤처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월 치러진 이전 총선에서 쿠르티가 충분한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고 제1야당들과 연정을 구성하지 못해 의회가 2025년 대부분 기능하지 못했던 상황에서 이번 승리는 확연한 반전이다. 당시의 정치적 교착은 약 10억 유로 규모의 국제 재원 집행 지연을 초래했고, 이는 코소보와 같은 유럽의 저소득국에게 매우 중요한 자금이었다.
쿠르티의 추가 임기 성격과 정확한 결과는 아직 확정적이지 않지만, 이번 선거 결과는 코소보의 역사적 동맹국들, 특히 미국과의 관계 및 쿠르티가 지지하는 유럽연합(EU) 가입 시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정치적 지진이다. 반대당들을 산산이 부쉈고 우리는 다음 10년간 이 결과의 여파를 느끼게 될 것이다.”
현지 정치 평론가 일리르 데다(Ilir Deda)는 이렇게 평가했다. 그는 이어 “코소보는 정치적 다원주의를 포기하고 다른 서(西)발칸 국가들처럼 강한 정부와 약한 야당 모델을 채택하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투표 성향과 디아스포라 영향
일요일 선거는 연말 휴가 기간에 치러졌는데, 이 기간에 외국에 체류하던 코소보 디아스포라(해외동포)들이 고향을 찾아 투표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2021년 쿠르티 당선 당시와 유사한 양상으로, 이번에도 디아스포라의 적극적 참여가 쿠르티에게 유리하게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여론조사 기관 우보 컨설팅(Ubo Consulting)이 실시한 출구조사에 따르면 디아스포라 유권자 중 61.7%가 총리의 정당에 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에 거주하다가 투표를 위해 프리슈티나로 돌아온 타히르 샤바니(58)는 “우리는 9개월간 이어진 이 봉쇄 사태에 지쳤고, 이는 우리의 신경과 수백만 유로의 비용, 개발 진전을 후퇴시켰다. 이번 결과로 해결책이 생겼기 때문에 기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유권자들은 교착 해소 이후 삶의 질, 의료, 교육 분야에서의 즉각적 변화을 기대하고 있다. 프리슈티나의 유권자 스켄더 할리미(52)는 “제도들이 정상적으로 작동해야 하고 국가는 계속 기능해야 한다. 예산안을 승인하고 국제협정을 처리하며 진전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부 지역과 세르비아와의 긴장
코소보는 2008년 세르비아로부터 일방적으로 독립을 선언했으며, 이 과정에서 미국의 지지와 함께 1999년 세르비아군을 상대로 한 NATO의 공습이 있었다. 코소보 인구는 약 160만 명으로 추정되며, 다수(약 90%)는 알바니아계다.
국제적 지지에도 불구하고 코소보는 빈곤, 불안정, 조직범죄 문제로 고군분투해 왔다. 현재 100여 개국이 코소보의 국가성을 인정하고 있으나 세르비아, 그리스, 스페인, 러시아 등 많은 국가들은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2023년에는 북부 지역의 세르브(세르비아계) 소수민족 문제로 긴장이 폭발적으로 고조되었고, 이로 인해 EU가 코소보에 제재를 가하기도 했다. 제재는 부분적으로 쿠르티의 북부 세르브 소수민족 대상 정책 때문이었다고 평가되며, 이 제재로 인해 코소보는 수백만 유로에서 수억 유로대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달 선거운동이 시작될 무렵 EU는 해당 제재를 해제하겠다고 발표했다. 정치 평론가 데다는 “유권자들은 이것을 쿠르티 정부와 서방(미국·EU 등) 간에 문제가 없다는 신호로 해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적 분석: 경제·외교적 영향 전망
이번 선거 결과는 코소보의 단기적 정치 안정성은 높이지만, 정책 집행의 방향에 따라 경제와 외교에 상이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선 예산안 승인 지연이 해소될 경우, 이미 지연된 국제 자금 약 10억 유로의 집행이 재개되어 인프라·사회복지·공공임금 인상 등에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단기적으로 내수 회복을 촉진하고 서비스 부문 고용을 지원할 수 있다.
반면, 쿠르티 정부가 보수적 또는 강경한 민족주의 정책을 지속할 경우 세르비아와의 긴장 재발 가능성과 일부 EU 회원국 및 주변국과의 외교적 마찰이 재연될 수 있다. 이 경우 추가적인 경제적 비용(무역장벽, 제재 등)과 외국인 투자 감소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이미 과거 제재로 인해 수백만~수억 유로 규모의 비용이 발생했다고 보도된 점은 주의가 필요하다.
중장기적으로는 쿠르티의 EU 가입 지지 입장이 유지된다면 협상 동력이 유지될 수 있으나, 가입 과정은 정치·사법·행정 개혁과 소수민족 권리 보장 등 광범위한 조건을 요구하므로 단기간 내 가시적 진전이 이뤄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미국과의 관계는 전략적 파트너십 측면에서 중요하며, 쿠르티가 서방과의 협력을 우선시하면 외교적 안정성과 경제적 지원이 강화될 여지가 크다.
따라서 향후 투자자와 국제기구는 예산안 처리 여부, 대(對)세르비아 정책의 구체적 변화, 소수민족 권리 보장 정도, 대외제재 위험의 재발 여부 등을 주의 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변수들이 안정적으로 관리될 경우 코소보의 경제회복과 국제적 신뢰 회복에 기여할 수 있다.
용어 설명
베테벤도스예(Vetevendosje)는 코소보어로 ‘자결’ 또는 ‘자주’를 뜻하며, 위 기사에서는 해당 정당의 고유 명칭을 병기했다. 디아스포라(diaspora)는 본국을 떠나 해외에 거주하는 동포 사회를 지칭한다. 또한 기사에서 언급된 NATO는 북대서양조약기구로서 1999년 당시 세르비아군을 상대로 한 공중작전으로 언급된 국제군사동맹이다.
결론
종합하면, 2025년 12월 29일 실시된 코소보 총선에서 알빈 쿠르티와 베테벤도스예의 승리는 정치적 교착을 해소하고 정부의 정책 추진력을 회복시킬 가능성을 높였다. 그러나 북부 세르브 지역과의 긴장 해소, 보건·교육 등 사회기반 서비스 개선, 국제 파트너와의 외교적 균형 유지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여전히 크다. 향후 몇 달간 예산안 처리와 국제자금 집행 재개 여부, 대세르비아 정책의 실질적 변화가 코소보의 정치·경제적 방향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