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농업화학 기업 코르테바(Corteva)가 종자(Seed) 사업부와 농약(Pesticide) 사업부를 각각 독립적인 두 개의 회사로 분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같은 소식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25년 9월 12일(현지시간) 복수의 익명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하면서 처음 공개됐다.
2025년 9월 12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코르테바는 시가총액 약 500억 달러(전 거래일 종가 기준)를 보유한 대형 농업 기업으로, 내부적으로는 종자 부문과 작물 보호(농약) 부문 사이의 사업 구조를 이원화하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가까운 시일 내에” 공식 계획을 발표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언이다.
이번 분할 논의가 공식화될 경우, 코르테바 주식은 두 개의 신규 법인으로 각각 이전 또는 재상장될 수 있다. 다만 현재로서는 최종 결정이 내려진 단계가 아니며, 이사회 내부 승인 절차와 규제 당국 심사를 포함한 다층적 절차가 남아 있다. 코르테바 측은 로이터의 즉각적인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용어 해설〉
※ 코르테바는 2019년 듀퐁(DuPont)과 다우케미컬(Dow Chemical)의 농업 부문이 합병·분사되며 탄생한 기업으로, 글로벌 종자 시장과 농약 시장을 동시에 선도하고 있다.
※ 종자(Seed) 사업은 옥수수, 대두, 밀 등 곡물의 종자를 개발·판매하는 영역으로, 품질 및 생산성 향상에 초점이 맞춰진다.
※ 농작물 보호제(Crop Protection)란 해충·질병·잡초로부터 작물을 보호하기 위한 제초제·살충제·살균제 등을 포괄한다. 한국에서는 흔히 ‘농약’으로 불린다.
“회사의 두 핵심 사업이 각각 집중도와 성장 동력이 다르다는 사실이 분할 검토의 핵심 배경”
— WSJ가 익명의 관계자 인용
현재 코르테바 주가는 보도 당일 1% 상승 마감하며 투자자 기대감을 반영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순수 플레이(Pure Play)’ 구조가 형성되면 두 사업의 가치가 재평가될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친다. 특히 자본집약적 종자 연구개발(R&D) 분야와 화학 공정 위주의 농약 제조 분야가 분리될 경우, 각 사업군에 최적화된 자본 배분과 비용 구조를 달성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쟁 구도와 시장 영향
코르테바는 미국 내 최대 농약·종자 기업 중 하나로, 글로벌 외국계 경쟁사로는 중국계 신젠타(Syngenta), 독일 BASF, 독일 바이엘(Bayer) 등이 있다. 이들 업체는 작물 보호 시장을 놓고 치열한 연구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코르테바가 분할을 단행할 경우, 경쟁사 역시 사업 구조 재편 또는 신규 투자 여부를 재검토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한 농업화학 업계 전반에 ‘선택과 집중’ 바람이 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들은 “화학 제조 부문은 환경·규제 부담이 커지고, 종자 부문은 생명공학·유전공학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며 “두 사업영역의 위험 프로파일이 달라 독립 운영 시 투자 매력도가 높아질 수 있다”고 분석한다.
투자자 및 주주 반응
월스트리트 전문가는 △투자자 선택권 확대 △잠재적 밸류에이션 재평가 △경영 집중도 향상 등을 긍정적인 효과로 꼽는다. 반면 △분할 과정에서 발생하는 세금·회계 비용 △인수합병(M&A) 유혹 증가 △공급망 복잡도 상승 등은 부정적 요소로 지적된다.
코르테바는 아직까지 공식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지만, 과거 다우·듀퐁 합병 이후 분사 경험이 있어 내부적으로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역량이 축적돼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장에서는 2026년 상반기까지 구체적인 로드맵이 발표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전망과 과제
전문가들은 향후 관전 포인트로 ▲규제 당국 승인 절차 ▲분할 후 양사 간 계약 구조(공동 연구·특허 라이선스 등) ▲ESG(환경·사회·거버넌스) 리스크 관리 ▲글로벌 공급망 안정성 등을 꼽는다. 특히 농약 부문은 환경 규제에 민감해, 독립 후에도 각국 정부 승인을 개별적으로 받아야 한다는 점이 난제로 지목된다.
필자의 시각
기자 입장에서 볼 때, 이번 분할 논의는 단순한 기업 구조조정 차원을 넘어 미·중 기술전쟁과 글로벌 식량 안보라는 거시적 흐름 속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종자 기술은 식량 자급과 직결되는 전략 산업이며, 농약 기술은 기후변화 대응의 핵심 축으로 평가받는다. 코르테바가 두 영역을 각각 독립시킬 경우, 각 사업은 특화된 전략적 파트너십과 투자 유치를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규제·환경 리스크 관리가 분사 이후 주요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내 농화학 업계에도 간접적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한국 내 중견기업들이 글로벌 플레이어와의 기술 제휴나 공동 연구를 추진할 때, 분할된 코르테바 각 사가 새로운 협력 창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코르테바의 공식 발표와 주가 흐름은 글로벌 농업·화학 산업의 재편 방향을 가늠할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