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럭셔리 업계] 케어링(Kering SA)이 2025년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매출 18% 감소라는 뼈아픈 성적표를 내놓았으나, 기대 이상의 영업이익률(EBIT 마진)로 시장의 즉각적 우려를 다소 완화시켰다.
2025년 7월 30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프랑스 파리에 본사를 둔 이 럭셔리 그룹은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8% 줄어든 37억 유로(약 5조 4,000억 원)에 머물렀다고 밝혔다. 이는 LSEG(구 톰슨로이터) 애널리스트 컨센서스 39억6,000만 유로를 다소 밑도는 수준이다.
케어링은 북미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소폭 회복이 있었으나 서유럽과 일본에서의 관광객 급감이 직격탄이 됐다고 설명했다. 연결 기준으로 매출은 15% 줄었고, 여기에 환율 역풍이 3%p 추가 부담을 야기했다. 결과적으로 직영 소매 매출은 16% 감소했으며, 도·소매(Wholesale & Other) 부문도 12% 줄어 전반적인 매출 하락을 부추겼다.
1. 하우스별 성적표 – ‘구찌’ 부진 지속
케어링의 플래그십 브랜드 구찌(Gucci)는 2분기 유기적 기준으로 매출이 25% 급감했다. 매장 방문자 수가 눈에 띄게 줄었고 평균 판매 단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수요 위축이 이를 상쇄하지 못했다. 구찌의 EBIT 마진은 16.1%로, 전년 동기 대비 8.6%p 하락했고 컨센서스(16.7%)에도 미치지 못했다.
케어링은 1분기와 2분기 연속으로 구찌 매출이 두 자리 수 감소세를 기록하면서 브랜드 리포지셔닝 전략의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던졌다.
“스티브 부트릭 구찌 최고경영자(CEO)는 ‘브랜드 재도약을 위한 구조적 변화를 진행 중이며, 단기적 매출 압박은 예상된 단계’라고 밝혔다.”
2. 생로랑·기타 하우스도 동반 후퇴
구찌 외에도 생로랑(Yves Saint Laurent)과 ‘Other Houses’(발렌시아가·알렉산더맥퀸 등) 역시 두 자릿수 매출 감소를 기록하며 부진을 면치 못했다. 반면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는 견고한 가죽 제품 수요에 힘입어 소폭 성장했고, 케어링 아이웨어 사업부는 크리드(Creed) 여성 향수 라인의 선전에 힘입어 실적 방어에 성공했다.
3. 상반기(H1) 실적과 재무 지표
2025년 상반기 누적 매출은 75억9,000만 유로로 16% 감소했다. 반기 기준 EBIT는 9억6,900만 유로를 기록했다. 이는 시장 기대치를 상회한 수치로, 케어링 관계자는 “비용 효율화와 공급망 슬림화 작업이 결실을 거두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EBIT 설명 — EBIT는 ‘Earnings Before Interest and Taxes’의 약자로, 이자비용과 법인세 차감 전 영업이익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본업 수익성을 판단하는 핵심 지표로 사용된다.
4. 경영진 발언 및 전략
프랑수아-앙리 피노(François-Henri Pinault) 회장은 “올해 상반기는 ‘중대한 의사결정의 시기’였다”며 인사 단행, 유통 구조 조정, 비용 절감 프로젝트 등을 언급했다. 그는 “이번 조치들이 케어링 성장의 다음 단계를 위한 견고한 토대를 마련할 것”이라고 자평했다.
그러나 바클레이즈(Barclays) 애널리스트들은 메모에서
“실적 서프라이즈는 규모가 작은 사업부들의 선전 덕분이며, 구찌는 여전히 복원력이 부족하다”
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과거 수년간 시장 컨센서스를 밑돌았던 케어링이 이번에 EBIT 기준으로 ‘마침내 한숨 돌렸다’면서도, ‘브랜드 포트폴리오 재배치’가 시급하다고 평가했다.
5. 업계 맥락과 용어 해설
최근 럭셔리 업계는 포스트 팬데믹 소비 둔화, 달러 강세에 따른 환차손, 그리고 중국·일본 outbound 관광 감소라는 삼중고를 겪고 있다. 특히 유럽 주요 도시 면세점 매출이 관광객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 구찌·생로랑 같은 글로벌 브랜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Comparable Basis(동일 기준)’란 조직 구조, 환율, 회계정책이 변하지 않았다고 가정하고 산출한 전년 대비 성장률을 의미한다. 실제 매출 증가·감소분과 비교해 실질적인 사업 성과를 평가할 수 있다.
6. 기자 시각 – 향후 관전 포인트
필자가 주목하는 부분은 첫째, ‘구찌 회복 시점’이다. 구찌는 그룹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캐시카우(현금창출원)인 만큼, 브랜드 리뉴얼 작업의 성공 여부가 케어링 주가의 중·장기 방향을 결정할 공산이 크다. 둘째는 환율 움직임이다. 유럽 명품기업에 있어 유로화 강세는 수출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며, 이는 매출 가이던스 변동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셋째, 관광·면세 채널 회복 속도도 변수다. 글로벌 여행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정상화된다면 하반기엔 서유럽·일본 매장 트래픽이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 다만 미국 소비 둔화와 중국의 ‘내수 소비 촉진’ 정책 기조가 지속될 경우, 케어링의 기저 회복은 2026년 이후로 미뤄질 수도 있다는 관측도 상존한다.
종합적으로, 케어링이 고수익 하우스 다변화와 구찌 체질 개선을 성공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지가 향후 12~18개월간 기업가치의 핵심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