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비아대학교, 트럼프 행정부 조사 합의…3년간 2억 달러 이상 배상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컬럼비아대학교(Columbia University) 미국 정부가 제기한 다수의 연방 조사 건을 해결하기 위해 향후 3년간 2억 달러(한화 약 2조7,000억 원) 이상을 납부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조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시작된 대규모 조사와 연방 지원금 동결 사태를 매듭짓는 결정으로 평가된다.

2025년 7월 24일, 인베스팅닷컴(Investing.com)의 보도에 따르면 학교 측은 총 2억 달러를 3년에 걸쳐 미국 정부에 지급하고, 추가로 2,100만 달러를 미국 평등고용기회위원회(EEOC, Equal Employment Opportunity Commission)에 별도로 납부해 고용 차별 관련 청구를 종결하기로 했다. EEOC는 연방 차원의 고용‧채용 차별을 조사·감독하는 독립 기구로, 미국 내 고용환경 전반을 감시·시정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컬럼비아 캠퍼스

이 같은 합의는 트럼프 행정부가 2025년 3월경 “유대인 및 이스라엘 유학생에 대한 반(反)유대주의적 괴롭힘을 학교가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약 4억 달러 규모의 연방 보조금·계약을 즉각 동결한 데서 비롯됐다. 이번 절차가 마무리되면 동결됐던 지원금 대부분이 단계적으로 복원된다고 학교 측은 밝혔다.

“합의 이후에도 교수 채용·학생 선발·학사 결정에 관한 대학의 자율성 및 권한은 온전히 보장될 것이다.” — 컬럼비아대학교 공식 성명


주요 합의 조건

1) 재정적 배상: 3년간 2억 달러 납부, EEOC 청구와 관련해 2,100만 달러 추가 지급
2) 지원금 복원: 동결된 4억 달러 중 대부분이 해제돼 연구·장학·시설 예산으로 재투입
3) 제도 개혁: 새로운 반유대주의 정의 도입, 학생 징계 절차 전면 개편, 관련 학술 프로그램 감독 강화

특히 ‘새로운 반유대주의 정의’의 구체적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미국 및 유럽 대학들이 참고해 온 IHRA(International Holocaust Remembrance Alliance) 정의 또는 연방 정부 가이드라인을 반영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배경: 반유대주의 논란과 연방 지원 중단

2020년대 중반 들어 미국 주요 대학가에서는 친(親)팔레스타인 시위가 확산되며 캠퍼스 내 유대계 학생 보호 문제와 표현의 자유 간 충돌이 심화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과정에서 “대학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타이틀 VI(민권법) 위반을 근거로 지원금 동결과 조사를 단행했다. 타이틀 VI는 연방 보조금을 받는 기관이 인종·색·국가 출신 차별을 금지하도록 규정한다.

컬럼비아대학교는 이번 사태로 연구비·장학금·시설 확충 예산이 급격히 축소돼 다수의 연구 프로젝트가 지연됐다고 설명했다. 연방 정부와의 합의는 학교의 재정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연구 생태계 정상화에 중요한 전기가 될 전망이다.

전문가 시각 및 향후 과제

법률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가 “연방정부가 고등교육 기관의 차별 민원 처리에 대해 직접 재정적 제재를 가한 보기 드문 전례”라며, 다른 대학들도 유사 사안을 대비한 내부 규정 정비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한다.

재정 측면에서는 합의금 2억 달러가 학교 예산의 약 4%에 해당하지만, 세계 최대 재단 중 하나인 컬럼비아대 기부금(엔다우먼트) 규모가 134억 달러(2024 회계연도 기준)에 달해 재정 건전성에는 큰 타격이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EEOC 청구를 포함해 고용 다양성·포용성(EDI) 문제가 부상하면서, 교수·연구원 채용 과정에 대한 외부 감시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학은 “채용·승진 절차 투명성을 높이고, 모든 유형의 차별을 예방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잠재적 파급효과

1) 타 대학의 정책 강화: 하버드·MIT 등 아이비리그 및 주요 연구대학들도 반유대주의·혐오 표현 대응 지침을 가다듬고 있다.
2) 정치권의 관심 지속: 2026년 미 대선 국면에서 대학 내 표현의 자유와 학생 안전 문제가 재차 쟁점화될 전망.
3) 국제 파트너십 영향: 미국 대학에 연구비를 지원하는 유럽·아시아 정부 기관이 유사 사건 발생 시 지원 조건을 재검토할 가능성.


용어 해설

*EEOC: 1964년 민권법(Civil Rights Act) 제정에 따라 설립된 독립 기구로, 인종·성별·장애·종교 등을 이유로 한 고용 차별을 조사·설치·시정 명령을 내릴 수 있다.
**타이틀 VI: 연방 자금을 받는 모든 기관이 인종·피부색·출신 국가를 이유로 차별하지 못하도록 규정하는 미국 민권법 조항.
***반유대주의(Antisemitism): 유대인에 대한 편견·혜택 박탈·폭력적 행동 등을 포괄하는 용어. 최근 국제사회는 증오범죄 방지를 위해 구체적 정의와 사례 지침을 마련하고 있다.


기자 해설: 이번 합의는 미국 고등교육계가 직면한 ‘학내 표현의 자유 vs. 학생 보호’ 논쟁의 첨예함을 보여주는 한편, 대학이 연방 자금과 사회적 책임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지 숙제를 던진다. 나아가 해외 유학생 비중이 높은 국내 대학들도 학내 갈등 대응 체계를 재점검해야 한다는 시사점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