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자동차 부품업계에 대규모 스핀오프가 단행됐다. 글로벌 타이어·부품 1위권 업체 컨티넨탈(Continental AG)에서 분할된 아우모비오(Aumovio)가 18일(현지시간)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에 상장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2025년 9월 18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아우모비오의 시초가는 주당 35유로로 결정됐다. 분할 구조에 따라 컨티넨탈 주주들은 보유 주식 두 주당 아우모비오 주식 한 주를 무상으로 배정받았다.
모회사인 컨티넨탈의 주가는 같은 시각(08:26 GMT) 전 거래일 종가 72.98유로 대비 22% 급락한 56.98유로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물적분할에 따른 지분 희석과 사업구조 재편에 대한 불확실성이 동반 매물로 이어졌다는 진단이다.
1. 아우모비오, 올해 독일 ‘프라임 스탠더드’ 첫 신규 편입
이번 상장은 독일 증권거래소의 최상위 규제시장인 ‘Prime Standard’ 부문에서 2025년 들어 첫 신규 상장 사례다. Prime Standard는 재무·공시 요건이 엄격해 독일이 자랑하는 ‘블루칩’ 기업들이 주로 편입되는 세그먼트다. 다만 스핀오프 방식이기 때문에 아우모비오는 신규 자본을 직접 조달하지 않았다.
상장 규정에 따라 아우모비오는 분할 첫날에 한해 DAX(독일 대표 40지수)에 모회사와 나란히 포함됐다. 이후 후속 재편 과정에서 어느 지수에 편입될지는 유동주식 비중과 시가총액에 따라 결정된다.
2. 사업 구조와 재무 전략
아우모비오는 컨티넨탈에서 가장 규모가 컸던 제동(브레이크) 시스템·차량용 소프트웨어·전자장치·디스플레이 사업부를 통합한 법인이다. 분할 이전인 2분기, 회사는 비용 절감과 판매가 인상을 통해 수익성을 눈에 띄게 개선한 바 있다.
컨티넨탈은 타이어 전문 기업으로의 ‘선택과 집중’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내년에는 산업용 고무·벨트 사업부 콘티테크(ContiTech) 매각까지 추진하며 포트폴리오 슬림화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3. 유럽 자동차 공급망 전환의 흐름
유럽 완성차·부품사는 원가 상승, 중국발 경쟁 심화, 무역 마찰이라는 삼중고에 직면해 있다. ZF 프리드리히스하펜, 보쉬(Bosch) 등 대형 부품사는 공장 폐쇄에 나섰고, 아우디, 포르쉐 등 완성차업체도 모델 라인업을 재편하며 비용 절감을 서두르고 있다.
특히 소프트웨어 역량을 내재화하려는 완성차 업계 움직임이 두드러지면서, 전통적 시스템 공급업체의 역할이 축소되는 한편 전문 소프트웨어 업체가 부상하는 양상이다. 이 같은 구조적 변화는 아우모비오의 사업 포트폴리오와 미래 전략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4. 밸류에이션 공방과 향후 관전 포인트
애널리스트들은 아우모비오의 가치를 놓고 엇갈린 평가를 내놓고 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6월 ‘합산평가법SOTP1’을 적용해 기업가치를 65억 유로로 산정했다. 반면 번스타인은 이달 초 42억 유로 수준에 그칠 것으로 봤다.
“우리는 분할 직후 차익 실현 매물이 출회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마진 개선 여지가 충분하다” — 제프리스(Jefferies) 보고서, 이번 주 초
시장 참여자들은 상장 직후 주가 변동성에 주목하면서도, 중장기적으로는 소프트웨어·전자장치 매출 비중 확대와 전장 부품 고부가가치화가 실적 개선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5. 낯선 용어 해설
스핀오프(Spin-off)란 기존 기업이 특정 사업부를 물적·인적 분할해 별도 법인으로 독립시키는 전략을 말한다. 모회사 주주가 분할 신설법인의 주식을 일정 비율로 무상 배분받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Prime Standard는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에서 가장 엄격한 공시·재무·투명성 기준을 요구하는 시장 세그먼트로, 상장 기업은 분기·연차 보고서뿐 아니라 영어 공시와 IFRS 회계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합산평가법(Sum-of-the-Parts, SOTP)은 기업을 복수의 사업부로 나누어 각 사업부 가치(멀티플·현금흐름 등)를 합산해 전체 기업가치를 산정하는 방법이다.
6. 기자 관전평
단순 분할이 아닌 ‘상장 분할’ 형태로 독일 대표 부품사가 대대적 체질개선에 나섰다는 점에서, 아우모비오의 향후 주가 흐름은 유럽 전장 부품 산업의 헤게모니 변화를 가늠할 리트머스지가 될 전망이다. 전장·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업계 가치사슬이 재편되는 가운데, 아우모비오가 독립 경영 하에 혁신 속도를 얼마나 높일 수 있을지가 투자자들의 핵심 체크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