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에서 중국 국적자 2명이 엔비디아(Nvidia) H100 등 첨단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중국으로 빼돌린 혐의
2025년 8월 5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과 미 법무부(DoJ) 발표에 따르면, 퍼사디나 거주 쳔 겅(Chuan Geng·28)과 엘몬테 거주 양 스웨이(Shiwei Yang·28)가 2022년 10월부터 2025년 7월까지 미국 정부 허가 없이 고성능 AI 칩을 중국으로 반출한 혐의로 연방법원에 기소됐다.
“두 피의자는 미국의 수출 통제 체계를 우회해 수천 만 달러 규모의 첨단 반도체를 중국 측에 공급했고, 이는 국가 안보와 공급망을 위협한다” (미 법무부 공보)
범행은 두 사람이 2022년 설립한 ALX Solutions Inc.라는 엘몬테 소재 법인을 통해 이뤄졌다. 이 시점은 미국 상무부가 중국에 대한 첨단 반도체·AI 장비 수출을 대폭 제한하기 시작한 직후다. 해당 규정은 엔비디아 H100, A100은 물론 고성능 GPU·FPGA도 ‘수출 전(前) 라이선스’ 취득을 의무화한다.
1. 주요 혐의 내용
검찰에 따르면 ALX Solutions는 20건 이상의 선적을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의 특송·포워딩 업체로 보내는 형식을 취했다. 이는 최종 목적지가 중국임을 숨기기 위한 ‘환적(trans-shipment)’ 수법으로 자주 사용된다고 당국은 지적했다.
또한 2024년 1월에는 중국 본토 기업으로부터 100만 달러를, 이후 홍콩·중국 소재 여러 업체로부터 추가 대금을 수령했다. 지급 당사자는 포워딩 업체가 아닌 실제 수요처로 추정된다.
2. 엔비디아 H100·PNY RTX 4090, 무엇이 문제인가
H100 Tensor Core GPU는 초당 80GB 메모리 대역폭과 4PF 성능을 갖춘 엔비디아의 최신 데이터센터급 AI 칩이다. 주로 대규모 언어 모델(LLM) 학습, 자율주행, 정밀 의료 등에서 핵심 부품으로 쓰인다. PNY GeForce RTX 4090 역시 연산 능력이 뛰어나 중국 정부가 지정한 ‘성능 상한선’을 초과해 수출 전면 허가 대상에 포함돼 있다.
미국은 중국군·국가기관의 AI 역량 고도화를 억제한다는 명분으로 2023년 10월 추가 규제를 발표했으며, 해당 규정을 통해 H100과 RTX 4090 모두 ‘중국·러시아·이란’ 등에 심사를 거쳐야 한다. 무허가 이전은 형사처벌 대상이다.
3. 공급망 추적: 슈퍼마이크로컴퓨터(SMCI)의 역할
공소장에는 산호세 소재 슈퍼마이크로컴퓨터(Super Micro Computer, SMCI)가 2023년 8월~2024년 7월 사이 H100 최소 200개를 ALX 측에 판매한 기록이 명시돼 있다. 당시 ALX는 최종 사용처가 ‘싱가포르·일본’이라고 신고했다. SMCI 관계자는 로이터 질의에 “논평할 입장이 없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SMCI 자체가 불법 행위에 연루됐다는 증거는 아직 없으나, ‘몰랐다’는 주장만으로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최근 미 상무부는 딜러·총판에게도 “최종 수요자 실사(due diligence)”를 요구하고 있다.
4. 법적 절차 및 처벌 수위
두 피고인은 8월 4일(월) 로스앤젤레스 연방지방법원에 처음 출석했다. 영주권자인 겅은 25만 달러 보석금을 내고 석방됐고, 체류허가가 만료된 양은 8월 12일 구금 심사를 받는다. 유죄 확정 시 최대 징역 20년 및 수백만 달러 벌금이 가능하다.
유사 사건으로 2024년 5월 텍사스에서 기소된 한 중국계 사업가는 ‘이중용도 품목’ 무허가 수출 혐의로 18개월 실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수사당국은 “이번 사건이 단순 개인 범죄를 넘어 조직적 공급망의 일부일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조사를 확대 중이라고 밝혔다.
5. 전문가 시각 및 파급 효과
워싱턴 소재 안전국제정책센터(CSIS)의 제임스 루이스 선임연구원은 “H100 한 개 가격이 최대 3만 달러에 이르는 만큼, 200개면 최소 600만 달러 규모다. 대규모 자금·물류조직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전문가들은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차세대 모델(H200·B100)로 규제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특히 한국·대만·싱가포르처럼 글로벌 IT 허브인 국가들은 ‘환적 거점’으로 악용되지 않기 위해 자국 수출 통제 제도와 미국 규제 간 정합성을 높이고, 중간 수요자 실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6. 알아두면 좋은 용어
환적(Trans-shipment)은 물류 과정에서 제3국을 거쳐 최종 목적지로 운송하는 방식이다. 불법 거래자는 이를 이용해 ‘서류상 목적지’를 허위 기재해 수출 규제를 회피한다.
미국 수출관리규정(EAR)은 이중용도(군·민 겸용) 기술·부품의 해외 이전을 통제하며, Entity List·Unverified List 등 리스트를 통해 거래 상대를 제한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민사 책임을 모두 질 수 있다.
7. 향후 관전 포인트
첫째, 미 수사당국이 ALX 뒤에 존재할 중국 내 실수요 기업·정부 기관을 얼마나 특정하느냐가 핵심이다.
둘째, 불법 환적에 연루된 싱가포르·말레이시아 물류사에 대한 국제 공조 수사가 예고된다.
셋째, 엔비디아·SMCI 같은 미국 공급망이 내부 통제(Compliance)를 어떻게 강화할지도 업계가 주목한다.
이번 사건은 단순 수출 규제 위반을 넘어 미·중 기술패권 경쟁의 최전선에서 일어난 ‘AI 칩 블랙마켓’ 실태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