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대학교(University of California, UC) 노동조합·교수진·학생 단체가 1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연방 자금 동결 조치의 위법성을 다투는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 측은 행정부가 연방 기금을 무기 삼아 학문적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2025년 9월 16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원고는 북부 캘리포니아 연방지방법원에 소장을 제출하고, 연방 정부가 재정적 위협으로 대학 운영을 압박하는 행위를 즉각 금지하고 이미 동결된 자금을 원상복구해 달라고 청구했다.
소장에는 “1행정부가 대학·학계의 교육과정, 학내 표현 활동, 다양성·형평성·포용(DEI) 프로그램을 경멸하며 재정 제재라는 ‘플레이북’을 실행하고 있다”고 적시됐다. UC 측은 이를
“고등교육 기관에 대한 전례 없는 탄압”
으로 규정했다.
UC 본부와 백악관은 소송 제기 직후 “검토 중”이라며 별도 논평을 내지 않았다. 반면 행정부는 가자지구 공습에 반대하는 학내 시위 과정에서 발생한 반유대주의(antisemitism) 의혹을 포함, 기후변화 대응·DEI 프로그램 등 여러 사안을 이유로 연방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거나 조사에 착수해 왔다.
인권단체와 법학자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대학을 정치적 지향에 맞게 ‘순치’하려 한다고 비판한다. 표현의 자유와 학문적 자유를 위협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UC는 10개 주요 캠퍼스와 30만 명에 육박하는 재학생, 26만5,000명의 교수·직원이 소속된 미국 최대 규모 공립대학 시스템이다. 매년 연방 정부로부터 170억 달러(약 22조 7,000억 원) 이상을 지원받는다.
행정부는 UC 로스앤젤레스(UCLA)에 대한 조사 종결 조건으로 10억 달러 규모의 합의금을 요구한 바 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이를 “공갈에 준하는 행위”라고 규탄했다.
UCLA는 지난해 8월 5억8,400만 달러의 연방 자금이 일시 중단됐다가 연방법원의 가처분 결정으로 일부를 되찾았다. UC 버클리는 지난주 160명의 교수·학생 정보를 정부에 제출해 조사를 받는 중이라고 밝혔다.
UC 총장 제임스 밀리컨은 “이번 사태는 UC 역사상 가장 중대한 위기”라며 “연방 지원금 없이 연구·교육·장학 사업이 모두 위축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연방 법원은 최근 하버드대에 책정된 20억 달러 이상의 보조금을 일방적으로 끊은 행정부 조치를 위법으로 판단해 무효화했다. 이 결정은 UC 소송에도 영향을 줄 선례로 평가된다.
행정부는 대학이 반유대주의를 방조했다고 주장하지만, 시위 참가자와 일부 유대계 단체는 “팔레스타인 인권 옹호와 이스라엘 정부 비판을 반유대주의와 동일시하는 건 오류”라고 반박한다. 중동 분쟁 장기화로 반유대주의·반아랍 정서·이슬람 혐오가 함께 증가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행정부는 이슬람 혐오 관련 조사는 공식 착수하지 않았다. 대신 컬럼비아대·브라운대와는 별도 합의를 통해 조사를 종결했다. 이처럼 학교마다 상이한 결과가 나오면서 공정성 논란이 더욱 가열되고 있다.
• 용어 해설
DEI(Diversity·Equity·Inclusion)는 다양성·형평성·포용성을 향상하기 위한 제도와 교육 프로그램을 의미한다. Antisemitism(반유대주의)은 유대인에 대한 편견·차별·증오를 지칭하며, 학내 시위 맥락에서는 유대 학생·교직원에 대한 위협 여부가 주된 쟁점이다.
• 기자 시각
이번 소송은 ‘연방 자금’이라는 실질적 지렛대를 둘러싼 정치·법적 힘겨루기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캘리포니아대가 승소할 경우, 타 대학도 표현의 자유와 재정 자율성을 지키기 위해 집단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정부가 승리하면 고등교육 전반의 연구·교육 지형이 정권 친화적 방향으로 재편될 위험이 있다. 법원의 첫 판단은 향후 몇 년간 미국 대학의 운영 원칙과 학문 생태계를 좌우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