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피털원, 두 은행 파산 관련 예금보험 특별분담금 과다 청구 주장하며 FDIC 제소

미국 여섯 번째 규모의 상업은행인 캐피털원 파이낸셜(Capital One Financial)이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상대로 거액의 소송을 제기했다.

소장은 FDIC가 2023년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시그니처은행(Signature Bank) 파산 이후 예금보험기금 손실을 회수하기 위해 부과한 4억7,410만 달러‘특별분담금(special assessment)’ 가운데 1억4,920만 달러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2025년 9월 11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캐피털원은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 연방지방법원에 소장을 제출하며 FDIC가 산정 과정에서 핵심 데이터를 잘못 계산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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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에 따르면 FDIC는 캐피털원의 두 자회사(Capital One, N.A. 및 Capital One Bank USA, N.A.) 간 내부 포지션 562억 달러‘보험 미적용 예금(uninsured deposits)’으로 잘못 분류해 특별분담금을 부당하게 1억4,920만 달러 증액했다.

“FDIC는 자체 계산이 잘못됐다는 점을 2년 가까이 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잘못 산정한 금액을 징수하려 한다”고 캐피털원은 소장을 통해 강조했다.


FDIC ‘특별분담금’ 제도의 배경

FDIC는 예금자 보호를 위해 예금보험기금(Deposit Insurance Fund, DIF)을 운용한다. 은행이 파산할 경우 DIF에서 보험금을 지급하나, 2023년 3월 SVB시그니처은행 파산으로 예상보다 큰 자금이 소요됐다. 이에 FDIC는 같은 해 11월 총 186억 달러를 회수하기 위해 모든 자산 50억 달러 이상 은행에 특별분담금을 부과한다고 결정했다. 자산 50억 달러 미만 은행은 면제됐다.

특별분담금 산식은 파산 당시 각 은행이 보유했던 보험 미적용 예금 잔액을 기준으로 한다. 이에 따라 캐피털원은 총 4억7,410만 달러를 납부해야 한다는 고지서를 받았다.

그러나 캐피털원은 내부 계정 간 거래를 FDIC가 제3자 예금으로 오인해 미보험 예금으로 계산했다고 항변한다. 해당 금액이 제외되면 특별분담금 납부액은 약 3억2,490만 달러로 줄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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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의 쟁점

캐피털원은 현재 FDIC가 제시한 수정 불가 입장을 ‘교착 상태(impasse)’로 규정하고, 법원의 채무부존재 확인(declaratory judgment)을 요청했다. 회사는 FDIC가 하루 단위로 부과하고 있는 체납 가산금(daily penalty)까지 합칠 경우 재정적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고 주장한다.

이번 소송은 Capital One, N.A. v. FDIC(동부버지니아연방지방법원, 사건번호 25-01515)로 접수됐다. FDIC 대변인 브라이언 설리번은 “진행 중인 소송에 대해 논평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캐피털원 역시 추가 언급을 거부했다.


2023년 은행 위기와 후폭풍

2023년 3월, SVB시그니처은행이 잇따라 파산하면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데자뷔’라는 시장 공포가 확산했다. 추가로 대형 지역은행 퍼스트리퍼블릭(First Republic Bank)도 같은 해 5월 문을 닫았다. 당시 미 재무부·연준·FDIC가 공동 성명을 통해 “모든 예금을 전액 보호한다”고 발표했으나, 결국 예금보험기금의 지출은 불가피했다.

FDIC는 2024년 6월 30일 기준, 111개 은행으로부터 총 186억 달러를 특별분담금 형태로 회수할 예정이라고 추산했다. 이번 캐피털원 건은 그 집행 과정에서 불거진 최대 규모의 이의 제기 사례다.

한편 FDIC는 올해 1월 파산한 SVB의 전직 임원 17명을 상대로 수십억 달러 배상을 요구하는 별도 소송을 제기했다. FDIC는 이들이 ‘중대한 과실(gross negligence)’과 ‘수탁자 의무 위반(breach of fiduciary duty)’으로 은행을 파산에 이르게 했다고 주장한다.


용어 해설 및 제도 설명

특별분담금(Special Assessment): FDIC가 예금보험기금의 급격한 손실을 메우기 위해 일시적으로 부과하는 추가 보험료다. 일반 보험료와 달리 파산 원인이 된 예금 유형, 즉 미보험 예금 잔액에 비례해 산출된다.

미보험 예금(Uninsured Deposits): FDIC 기준으로 1인당 25만 달러 한도를 초과해 예치된 금액. 파산 시 보험 대상이 아니므로 DIF에서 직접 보호해야 하는 ‘고위험’ 예금으로 분류된다.

이처럼 FDIC는 안전망 강화를 위해 ‘위험 집중도가 높은 항목’에 추가 비용을 부과하는 방식을 채택하는데, 이번 분쟁은 ‘내부 자금 이동’을 실제 고객 예금으로 오인했는지가 핵심이다.


전문가 시각

업계 변호사들은 “은행이 FDIC 계산 방식에 대해 법정 다툼을 벌이는 사례는 드물다”며 이번 판결이 선례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한다. 만약 캐피털원이 승소할 경우 다른 대형은행도 특별분담금 재산정 움직임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FDIC가 승소하면 규제당국의 재량권이 더욱 공고해진다. 이는 향후 금융위기 때 대형은행이 부담해야 할 비용 구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은행별 자본관리·유동성 전략이 재편되는 촉매가 될 것이라는 평가다.

캐피털원은 지난 7월 실적 발표에서 “소송과 별개로 최대 2억 달러를 추가 충당금으로 설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이번 분쟁이 주주 배당정책이나 자사주 매입 계획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향후 전망

법원은 통상 수개월 내 양측의 요약판결(Summary Judgment) 신청 여부를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빠르면 2026년 상반기에 1심 판결이 나올 수 있으나, 패소 측이 항소할 경우 최종 결론까지 2~3년이 더 소요될 가능성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이번 소송이 은행권 회계·공시 관행에 대한 규제당국의 해석 가이드라인을 제공할 것”이라며 “예금자 보호 체계의 비용을 누가, 어떻게 부담할 것인지에 대한 제도적 논의가 강화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결론적으로, 캐피털원과 FDIC 간의 이번 법정 공방은 2023년 은행 위기의 후속 정산 과정에서 촉발된 첫 대형 분쟁으로, 결과에 따라 미국 금융규제 지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