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국적 항공사 캐세이퍼시픽 항공(Cathay Pacific Airways Ltd.)이 국제 특송기업 DHL 익스프레스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아시아 주요 화물 노선에 지속가능항공연료(Sustainable Aviation Fuel·SAF)를 공급하기로 했다. 이번 협력은 항공 화물 산업의 탄소 배출 저감 노력을 가속화하려는 양사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며 성사됐다.
2025년 8월 13일, 나스닥닷컴과 RTT뉴스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이번 파트너십의 재무적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미 시장 전문가들은 연료 비용·탄소배출권 가격 변동을 감안할 때, SAF 사용 확대는 중·장기적으로 항공사와 화주 모두에게 재무적·환경적 가치를 동시에 창출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계약에 따라 캐세이퍼시픽은 서울·도쿄·싱가포르에서 출발하는 국제 화물편에 총 2,400톤의 SAF를 공급한다. 이는 기존 화석연료 대비 최대 80%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 관계자는 “이번 제휴는 향후 항공 화물 업계 전반에서 SAF 도입 가속을 이끌 마중물이 될 것”이라며,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공급망 모든 참여자의 동참이 핵심”이라고 밝혔다.
해당 노선은 캐세이퍼시픽 자회사 에어홍콩(Air Hong Kong)이 운항한다. 에어홍콩은 DHL 전용 화물기 운영을 통해 아시아 지역 익스프레스 배송을 담당하고 있다.
환경 효과도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2025년까지 SAF를 사용함으로써 약 7,190톤의 생애주기(Lifecycle)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할 수 있으며, 이는 에어버스 A330 화물기 기준 홍콩–싱가포르 왕복 100회 이상의 비행에서 나오는 배출량과 맞먹는다.
■ SAF란 무엇인가?
SAF(Sustainable Aviation Fuel)는 폐식용유, 동·식물성 지방, 바이오매스, 합성 원료 등에서 추출한 연료로, 기존 제트연료와 물리적·화학적 특성이 거의 동일하다. 기존 항공기 및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하면서도 원료의 재생 가능성과 제조 과정에서의 탄소 배출 저감 효과 덕분에 항공업계가 가장 현실적·즉각적으로 도입할 수 있는 탈탄소 솔루션으로 꼽힌다.
다만 생산 단가가 기존 제트A-1 연료 대비 2~5배에 달해 규모의 경제 확보와 정부 정책 지원이 필수적이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2050년까지 전 세계 항공 연료의 65%를 SAF로 전환해야 ‘넷제로(Net Zero)’ 달성이 가능하다고 전망한다.
■ 업계 및 전문가 시각
항공·물류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제휴를 두고 “단순 구매계약이 아닌, 장기적 공급망 협력 모델”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캐세이퍼시픽은 이미 ‘Fly Greener’ 프로그램을 통해 고객에게 탄소상쇄 옵션을 제공하고 있으며, DHL 역시 ‘Strategy 2030’에서 신재생에너지 물류 솔루션을 핵심 과제로 제시한 바 있다.
특히 항공 화물 수요가 급증하는 아시아 시장에서 선제적 SAF 도입은 가격 경쟁력·서비스 신뢰도·ESG 평가 등 다방면에서 차별화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 주가 및 재무적 함의
제휴 소식이 알려진 8월 13일, 캐세이퍼시픽 주가는 홍콩증권거래소에서 전일 대비 1.24% 상승한 10.650 홍콩달러에 마감했다. 분석가들은 “탄소배출 규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SAF 조달 역량이 곧 기업가치로 직결될 것”이라며 긍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 전망과 과제
캐세이퍼시픽과 DHL의 협력은 아시아 항공·물류 생태계 전반에 ‘그린 전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그러나 SAF 생산설비 확대, 국제 표준 인증 확보, 정부 인센티브 등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장기 계약·공동 투자·정책 공조가 삼위일체로 작동해야 SAF 가격을 2030년까지 기존 연료 대비 1.5배 수준으로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우리가 지금 행동하지 않는다면 2030년 이후 항공업계의 탄소 가격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 아시아항공연료포럼(AAFF) 관계자 발언
따라서 이번 제휴는 단순한 화물노선 연료교체를 넘어, 공급망 전반의 탈탄소 전략 수립과 국제 파트너십 모델의 확산을 촉진할 것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