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세이퍼시픽, 보잉 777-9 항공기 14대 추가 구매…2025년 상반기 순이익 36억 홍콩달러 기록

홍콩을 대표하는 항공사 캐세이퍼시픽항공(Cathay Pacific Airways Ltd.)이 대형 기재 교체·확대를 위해 보잉(Boeing) 777-9 항공기 최소 14대를 신규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동시에 옵션 계약을 통해 최대 7대를 추가 구매할 수 있는 권리도 확보해, 장거리 노선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2025년 8월 6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캐세이퍼시픽은 이번 계약 발표와 함께 2025년 상반기(1~6월) 실적을 공개했다. 회사는 순이익 36억 5,000만 홍콩달러(약 4억 6,000만 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기(33억 7,000만 홍콩달러) 대비 약 8% 증가했다고 밝혔다.

매출액은 543억 1,000만 홍콩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496억 홍콩달러에서 크게 늘었다. 회사 측은

중국 및 아시아 지역의 여객 수요가 급격히 회복된 것과 국제 유가 하락으로 인한 항공유 비용 절감이 실적 개선의 핵심 동인”

이라고 설명했다.


◆ 777-9 기재 도입 의미와 전략적 배경

보잉 777-9는 1동급 최장거리 운항 능력과 2최대 400여 석의 좌석을 갖춘 차세대 와이드보디(wide-body, 광동체) 기종이다. 연료 효율이 기존 777-300ER 대비 최대 20% 개선돼, 환경 규제가 강화되는 글로벌 항공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번 계약을 통해 캐세이퍼시픽은 보잉 777-300ER, 에어버스 A350 중심이었던 장거리 기단에 최첨단 항공기를 추가해 △대서양 및 유럽 노선 확대 △운항비 절감 △탄소배출 감축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특히 홍콩발(發) 국제 환승 수요코로나19 이후 구조적으로 회복되고 있는 만큼, 항공사 간 장거리 노선 좌석 공급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777-9 도입은 캐세이퍼시픽의 허브 전략을 재강화하고 프리미엄 여객화물 수요를 동시에 흡수하는 핵심 축이 될 것”이라고 진단한다.


◆ 실적 세부 분석

여객 부문 매출이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해 실적을 견인했다. 중국 본토 및 동남아·일본 노선은 방역 규제 완화와 맞물린 보복여행 수요로 탑승률이 평균 85% 이상을 유지했다. 반면 화물 부문은 글로벌 해상 운임 하락과 전자제품 수출 둔화 영향으로 전년 대비 4% 감소했으나, 항공유 가격이 같은 기간 12% 하락해 전사 손익에는 큰 타격을 주지 않았다.

또한 회사는 주주환원 정책으로 보통주 1주당 0.20 홍콩달러(20센트)의 중간 배당을 결정했다. 이는 배당수익률 약 1.4% 수준으로, 팬데믹 기간 배당 중단 이후 점진적으로 정상화되는 흐름을 보여준다.


◆ 자회사 HK익스프레스의 단기 난관

캐세이 측은 성명에서 저비용 항공 자회사 HK익스프레스단기적으로 수요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특히 동남아 단거리 노선 중심의 저가 항공 시장은 공급 과잉과 환율 변동성으로 수익성이 압박받고 있어, “예약률이 일정 기간 정상 수준에 못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고금리·고환율 환경이 당분간 지속될 경우 가격 민감도가 높은 단거리 여행 수요가 위축될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반면 장거리 프리미엄 시장은 상대적으로 견조해, 모회사 캐세이퍼시픽의 주력 노선 다변화 전략이 빛을 발할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 미·중 무역 관계 개선과 항공기 구매

캐세이퍼시픽의 이번 보잉 기재 추가 구매미국과 중국 간 무역 완화 분위기 속에서 나왔다. 2025년 초 양국은 상호 관세를 단계적으로 축소하기로 합의했으며, 이는 중국 항공업계의 미국산 항공기 도입 제한 가능성을 약화시켰다. 일각에서는 “양국 해빙 모드가 장기화할 경우, 중국계 항공사들의 미국 비행기 발주가 재개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 용어 풀이

와이드보디(Wide-body) : 동체 폭이 넓어 좌석 7열 이상을 배치할 수 있는 대형 항공기를 일컬음. 장거리 국제선과 대량 승객·화물 수송에 적합하다.

보복여행(Pent-up demand) : 억눌렸던 여행 욕구가 규제 완화와 함께 폭발적으로 분출되는 현상. 코로나19 이후 관광·항공업계 실적 상승의 주요 동인으로 꼽힌다.


◆ 기자 전문 시각

캐세이퍼시픽의 777-9 대규모 발주는 아시아 항공시장 재편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에어버스 A350-1000, 보잉 787-10 등 동급 기종 사이에서 선택지를 검토한 끝에, 캐세이는 좌석 경쟁력과 연료 효율을 우선시하는 전략을 택했다. 이는 결국 탄소배출 규제가 강화되는 EU·미주 노선을 겨냥한 포석이다. 다만 777-9 개발 일정이 잦은 연기※FAA 인증 지연을 겪어온 만큼, 도입 시점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할지가 관건이다.

향후 항공사 주가 흐름은 △유가 방향성 △여객 회복 속도 △환율·금리 추이 등의 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할 전망이다. 투자자라면 캐세이퍼시픽의 장거리 네트워크 확대 전략과 함께, LCC 시장 변동성을 동시에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