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와발 거시경제 지표가 침체(recession) 가능성을 둘러싼 시장의 논쟁에 새로운 단서를 제공했다. 캐나다 통계청(Statistics Canada)은 5월 국내총생산(GDP)이 전월 대비 0.1%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해당 수치는 로이터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와 일치하지만, 동시에 통계청이 제시한 선행 추정(advance estimate)에 따르면 6월에는 0.1% 반등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는 2분기(4~6월) GDP가 연율 기준으로도 0.1% 성장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2025년 7월 31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러한 전망치는 캐나다 중앙은행(BoC)이 불과 하루 전 제시한 “2분기 1.5% 역성장” 전망과 명확히 대비된다. 최종 6월 수치는 8월 말 확정될 예정이지만, 예비치만으로도 통화정책 경로에 적잖은 파급을 초래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세부 산업별 흐름
5월에 가장 큰 충격을 받은 부문은 소매업(retail trade)이다. 소매업 생산은 1.2% 줄었는데, 12개 세부 업종 중 7개가 위축되며 서비스업 전반 특성을 반영했다. 서비스업은 캐나다 GDP의 약 75%를 차지하지만, 부동산(real estate)과 운송(transportation) 부문의 견조한 흐름이 하방 압력을 완충해 서비스업 전체 산출은 보합에 머물렀다.
재화 생산을 담당하는 goods-producing 부문(전체 GDP의 25%)에선 광업·채석·석유 및 가스 채굴 부문이 1% 감소하며 발목을 잡았다. 반면 제조업(manufacturing)은 4월 1.8% 급감 이후 5월 0.7% 반등했다. 통계청은 “재고(inventory) 축적 효과”가 회복을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1분기(1~3월) 캐나다 경제는 연율 2.2% 성장했다. 당시 기업들은 미국의 관세 부과 시행일(3월) 이전에 수출을 서둘러 ‘밀어내기(shipping front-loading)’ 전략을 썼다. 그러나 관세가 본격 적용되자 3월 이후 수출과 산업생산이 직격탄을 맞았다.
통화정책 변수
캐나다 중앙은행은 7월 30일 기준금리를 2.75%로 동결했다. 결정문에서는 “수출 25% 급감에 따른 2분기 1.5% 역성장”을 전망하며, 하반기 추가 완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통계청의 2분기 플러스 성장 시나리오가 현실화된다면, 9월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 인하 압박이 약화될 수 있다.
CIBC 캐피털마켓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앤드루 그래넘(Andrew Grantham)은 “
월간 GDP는 산업 생산 기반 지표이므로, 소득·지출 기반의 분기 GDP와 괴리가 나타날 수 있다. 실제로 실질 성장세가 중앙은행 전망을 상회하는지는 8월 공개될 분기 GDP를 지켜봐야 한다
”고 분석했다.
데자르댕 그룹(Desjardins Group)의 거시전략 책임자 로이스 멘데스(Royce Mendes)는 “무역정책 불확실성과 국내 구조적 역풍이 남아 있다”며 “중앙은행이 9월부터 다시 완화 사이클에 들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생·환시 반응
금융시장에서는 9월 17일 기준금리 동결 확률을 89%로 반영했다. 이는 GDP 발표 전보다 3%포인트 상승한 값이다. 같은 날 캐나다 달러(루니)는 미 달러 대비 0.11% 하락, 1달러당 1.3842루니(미화 0.7224달러)를 기록했다.
무역 협상
현재 미국과 캐나다는 금요일(8월 2일) 기한 내 관세 완화 목적의 새 무역협정 체결을 추진 중이다. 양국 협상팀은 “시한 내 타결이 불투명하다”고 인정했지만, 협상이 결렬되면 양국 무역비용이 추가로 상승할 수 있어 시장의 촉각이 곤두서 있다.
용어·배경 설명
• 연율(annualized): 분기 성장률을 1년(4분기) 기준으로 환산한 값이다. 예컨대 분기 성장률이 0.025(2.5%)면, 이를 4배 해 연율 10%로 표현한다.
• 재화 생산(goods-producing) vs 서비스 생산(services-producing): 통계청 분류상 제조, 채굴, 건설 등은 재화 생산, 금융·부동산·소매·운송 등은 서비스 생산으로 묶인다.
• 선행 추정치(advance estimate): 공식 통계 발표 전에 부분 데이터를 활용해 산출한 예비 수치다. 확정치와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기자 해설·전망
작년 말 이후 캐나다 경기 모멘텀은 수개월마다 반락을 반복하고 있다. 금번 2분기 반등 전망이 확정될 경우, 중앙은행의 정책 딜레마는 더욱 깊어질 것이다. 수출 부진이 예상보다 덜 심각하다는 신호로 해석될 경우 자국 통화 강세 부담이 커질 수 있고, 반대로 8월 확정치에서 마이너스로 수정된다면 시장은 9월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화할 것이다.※
결국 관건은 ▲미·캐 무역협상의 성패, ▲6월 인플레이션·고용 지표, ▲달러 강세 지속 여부라는 세 가지 변수다. 본 기자는 “상·하방 위험이 공존하는 불확실성 장세에서, 투자자들은 통화정책 커브(선도금리)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고 판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