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연방 재정 동향
오타와—캐나다 재무부는 25일(현지시간) 발표한 월간 재정 보고서에서 2025/26 회계연도 시작 이후 두 달(4‧5월) 동안 누적 재정적자가 65억 캐나다달러(C$)(미국 달러 기준 약 47억1,000만 달러)에 달했다고 밝혔다.
2025년 7월 25일,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같은 기간 전년(2024/25 회계연도) 누적 적자 38억2,000만 캐나다달러 대비 약 70.4%나 증가한 수준이다.
1. 세부 지출·수입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프로그램 지출(program expenses)은 전년 동기 대비 4% 증가했다. 이는 △보건 △사회복지 △인프라 등 주요 항목 전반의 지출 확대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 용어 설명
프로그램 지출은 연방정부가 정책 수행과 공공서비스 제공을 위해 지출하는 금액 전체를 의미한다. 연금, 건강보험, 교육 지원 등이 모두 여기에 해당한다.
한편 공공부채 이자비용(public debt charges)도 3.8% 상승해 재정 부담을 가중했다. 이는 최근 캐나다 국채 수익률이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높아진 데 따른 결과다.
※ 용어 설명
공공부채 이자비용은 정부가 발행한 국채·채권에 대해 투자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이자 총액을 의미한다. 금리가 오르면 신규·만기연장 발행물의 이자율이 올라가면서 비용이 자연히 늘어난다.
2. 수입 정체와 관세 수입 급증
같은 기간 총수입(Year-to-Date Revenues)은 2600만 캐나다달러가량만 소폭 늘어나는 데 그쳤다. 법인세 수입 감소와 상품서비스세(GST) 수입 감소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 용어 설명
GST(Goods and Services Tax)는 캐나다의 부가가치세(VAT) 형태 소비세다. 국세인 GST와 지역별 PST(Provincial Sales Tax)가 결합된 HST(Harmonized Sales Tax) 형태로 징수되기도 한다.
다만 이러한 감소 요인은 △개인소득세 증가 △관세(customs import duties) 증가로 일부 상쇄됐다. 특히 관세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180% 폭등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대(對)캐나다 철강·알루미늄 관세에 대응해 캐나다 정부가 미국산 제품에 부과한 상계관세(counter-tariffs)가 계속 유지된 결과다.
※ 용어 설명
상계관세(counter-tariffs)는 상대국이 특정 품목에 관세를 부과할 때, 이에 맞서 동일하거나 다른 품목에 대응 관세를 부과하는 무역 보복 조치를 뜻한다.
3. 월별 재정수지
5월 한 달만 놓고 보면, 캐나다 정부는 2억2,800만 캐나다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2024년 5월 11억7,000만 캐나다달러 흑자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재정수지가 한 달 새 이렇게 급격히 변한 배경에는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법인세 감소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비용 확대 △재정 확대 정책 유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4. 환율 영향
보고서는 “$1 = 1.3701 캐나다달러”라는 환율 전제를 사용했다. 이 환율을 적용할 경우, 누적 재정적자 65억 캐나다달러는 미화로 약 47억1,000만 달러에 해당한다.
5. 전문가 시각 및 시사점
시장에서는 지속적인 적자 확대가 국채 발행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이 경우 캐나다 국채 금리가 추가 상승할 수 있으며, 이는 다시 공공부채 이자비용 증가로 연결될 수 있다. 이른바 ‘이자 비용의 이자비용’ 문제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한 180% 폭증한 관세 수입이 단기적으로는 세입을 끌어올렸지만, 대미 무역 의존도가 큰 캐나다 경제 구조를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원가 부담과 소비자 물가 상승 압력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재정정책 측면에서, 향후 법인세 인하 또는 소득세 감면 같은 경기부양 대책이 논의될 경우 재정수지는 한층 더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지출 절감 위주의 긴축정책을 단행하면 경제 성장률에 부담을 줄 수 있어, 정책 당국은 ‘재정 건전성’과 ‘성장 동력’ 사이에서 난제에 직면했다.
6. 시장·투자자 유의사항
• 캐나다 국채금리 : 재정적자 확대→국채 발행량 증가→금리 상승 가능성
• CAD 환율 : 금리 변동·재정 건전성 평가에 따라 변동성 확대 우려
• 주식시장 : 관세 정책이 특정 업종(자동차·가전·철강)에 미치는 영향 주시
• 소비·물가 : 관세 인상분이 소비자 가격에 전가될 경우 인플레이션 압력 재확대 가능성
투자자 및 기업은 이러한 재정·통화 환경 변화를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 특히 캐나다 채권 보유 비중이 높은 기관투자가는 금리 스프레드 변화를 통한 자본손익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7. 향후 일정 및 관전 포인트
캐나다 재무부는 통상 매월 말 직전 회계자료를 공개한다. 향후 6~8월 세수 흐름이 법인세·개인소득세 신고 시즌과 맞물려 있어 적자 폭이 다소 축소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중앙은행(BoC)의 통화정책 기조, 미국 연준(Fed)과의 금리 차, 글로벌 원자재 가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전망이어서 재정·경기 흐름 예측은 녹록지 않다.
정부는 올해 가을에 중기 재정전망 업데이트를 발표할 예정이며, 재정준칙(fiscal rule) 재정비 여부가 시장의 주요 관심사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지출은 늘고 세수는 정체됐지만, 관세 수입이 일시적으로 숨통을 틔웠다. 그러나 이 구조가 지속가능한지는 별개의 문제”—캐나다 의회예산책임관(PBO) 보고서 요약
결국 재정통합(fiscal consolidation)의 속도와 방향, 그리고 통상 정책의 불확실성이 2025/26 회계연도 캐나다 경제·시장 흐름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