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연방정부의 2025년 예산이 정부 운영비를 대폭 절감해 마련한 재원을 주택, 국방, 생산성 같은 장기 성장 분야에 재배치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마크 카니 총리의 첫 연방예산은 정부 운영과 장기 자본투자를 명확히 구분하는 새로운 자본예산 프레임워크를 도입하며, 단기 적자를 감수하되 중장기적으로 성장잠재력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2025년 11월 5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예산안은 오타와에서 화요일 상정됐으며, 정부가 2028~2029 회계연도에 일상적 운영 예산의 균형을 맞추겠다고 약속하는 한편, 수명이 긴 자산에 한해 정부 차입을 허용하는 원칙을 새로 세웠다. 요지는 ‘운영’과 ‘투자’를 분리하고, 운영수지는 균형을 지키되 공공자본 축적을 위해선 합리적 차입을 받아들이겠다는 점이다.
적자는 먼저 확대, 이후 축소라는 경로가 제시됐다. 예산 2025는 2025~2026년에 783억 캐나다달러(C$), 2026~2027년에 654억 C$의 적자를 전망했다. 이는 인프라와 산업 투자를 선집행하는 데 따른 결과로, 전년 전망 대비 폭이 넓어졌다. 반면 직전 연도 적자는 363억 C$로 하향 수정됐다. 정부는 올해 적자가 국내총생산(GDP)Gross Domestic Product 대비 2.5% 수준이며, 2029~2030년에는 1.5%로 축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동시에 2028~2029년까지 운영 지출을 수입과 균형시키고, 연방 부채비율을 하향 추세로 유지한다는 핵심 재정 앵커도 재확인했다.
‘덜 쓰고 더 투자’ 전략의 핵심은 종합 지출 재검토(Comprehensive Expenditure Review)다. 정부는 5년간 600억 C$ 절감을 목표로 하며, 2028~2029년에는 연간 130억 C$까지 절감폭을 확대한다. 절감은 자연감원, 자동화, 백오피스 기능 통합을 통해 달성한다. 이렇게 확보한 재원은 같은 기간 325억 C$ 규모의 신규 자본지출을 뒷받침한다. 카니 정부는 운영 적자(폐지 대상)와 자본 차입(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 간 구분을 분명히 하면서 재정정책의 프레임을 재설계했다. 이에 따라 총 자본지출은 2024~2025년의 320억 C$에서 2029~2030년에는 600억 C$로 거의 두 배 확대될 예정이다.
재원 배분: 어디에 쓰나
– 방위: 5년간 818억 C$을 투입해 캐나다 군과 국내 방위산업을 재건한다. 이 중 66억 C$는 신규 방위산업전략(Defence Industrial Strategy)에 배정된다.
– 인프라·주택: 빌드 커뮤니티즈 스트롱 펀드(Build Communities Strong Fund)와 빌드 캐나다 홈스(Build Canada Homes) 이니셔티브를 통해 주택 건설 가속과 무역 회랑 개선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다.
– 생산성·혁신: 기업 투자에 대한 새로운 생산성 슈퍼 공제(Productivity Super-Deduction)를 도입하고, 클린테크, 인공지능(AI), 핵심 광물 프로젝트를 지원한다.
– 세제 감면: 중산층 소득세율을 2025년 7월 1일부터 15%에서 14%로 인하한다. 5년간 약 270억 C$의 세제 혜택을 제공할 것으로 추정된다.
경제학자 평가: ‘인내의 예산’
CIBC의 에이버리 셴펠드, 알리 재퍼리, 캐서린 저지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계획을 무역 관련 약세를 상쇄하기 위한 장기 전략으로 해석했다. 이들은 다음과 같이 밝혔다.
“수출과 그에 연관된 자본지출이 관세 역풍에 직면한 가운데, 이번 연방예산은 다른 곳에서 경제 순풍을 만들어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대형 프로젝트를 성장의 원천으로 삼을 때 필연적으로 시간적 지연이 발생하므로, 캐나다인들은 인내가 필요할 것이다.”
세 명의 이코노미스트는 또 올해 780억 C$ 규모의 적자가 기존 전망보다 크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이는 “과거 경기 약세기와 비교하면 비정상적이라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보험수리적 상쇄 요인(actuarial offsets) 덕분에 오타와의 자금조달 수요는 관리 가능한 범위에 머물 것이라고 진단했다.
기업계 반응: 방향은 지지, 관건은 실행
캐나다 상공회의소는 생산성과 산업 경쟁력에 초점을 맞춘 방향성에 대체로 지지 입장을 보이면서도, 성패는 결국 실행력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파스칼 찬 전략정책·공급망 담당 부회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실질적 진전은 구조적 병목을 걷어내고, 집을 빠르고 합리적 비용으로 지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달려 있다.”
알렉스 그레코 제조·밸류체인 선임이사는 이번 예산을 “생산성, 혁신, 투자에 초점을 맞춘 올바른 신호”라고 평가하며, 이를 “더 강한 제조업 경제의 세 기둥”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이어 말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실행이다.”
핵심 정리
요컨대 카니 정부의 실험이 성공하면, 캐나다는 더 날씬한 정부와 더 강한 산업기반을 동시에 얻을 수 있다. 반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이번 예산은 캐나다인들이 얼마나 오래 인내할 수 있는가를 시험하는 사례로 남을 수 있다.
용어 설명과 맥락이해 돕기
자본예산 프레임워크(Capital Budgeting Framework): 정부가 도로, 철도, 군 장비, 공공주택 등 장수명 자산에 대한 지출을 ‘투자’로 분류해 장기간에 걸쳐 상각·상환하도록 설계한 회계·재정 운영 틀이다. 반면 공무원 급여, 복지 급여 등 운영 지출은 연도 내 재원으로 균형을 맞추도록 한다. 이는 미래 세대도 혜택을 보는 자산의 비용을 세대 간에 공정하게 분담하려는 취지다.
운영 적자 vs. 자본 차입: 운영 적자는 정부의 일상 경상지출이 수입을 초과한 상태로, 이번 예산은 이를 2028~2029년까지 제거하겠다고 못 박았다. 반면 자본 차입은 공공자본 축적을 위한 부채로 간주되어, 성장 및 생산성 향상을 뒷받침하는 전략적 수단으로 취급된다.
자연감원·자동화·백오피스 통합: 공공부문 인력의 자연감원은 퇴직·이직 시 충원을 최소화하는 방식이며, 자동화는 디지털 전환을 통한 업무 효율화, 백오피스 통합은 재무·인사·조달 등 공통 기능의 중앙화를 뜻한다. 이는 중복 제거와 비용 절감으로 이어져 연간 130억 C$의 절감 목표 달성에 기여한다.
생산성 슈퍼 공제: 기업의 설비·디지털·R&D 투자에 대해 기존보다 우대적인 세액공제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투자 조기 집행과 민간 생산성 제고를 유도한다. 구체적 설계는 세부 입법에 따르나, 민간자본 동원을 통해 공공투자의 효과를 배가하는 수단으로 읽힌다.
보험수리적 상쇄 요인(Actuarial offsets): 연금·보험 등 장기 부채의 평가 방식 변화나 충당부채 재계산으로 인해 나타나는 재정상의 상쇄 효과를 의미한다. 이는 단기 조달 압력을 완화해, 시장 금리·만기 구조와 함께 정부의 자금조달 가능성을 평가할 때 고려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