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와발 금융속보 — 캐나다 중앙은행(Bank of Canada, BoC)이 30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연 2.75%로 세 차례 연속 동결했다. 동시에 심각한 글로벌 무역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완화됐다고 평가하며, 필요 시 인플레이션 압력이 통제되는 범위 안에서 추가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조건부 완화적 메시지를 내놓았다.
2025년 7월 30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결정은 시장이 이미 100% 가까이 예상한 시나리오였다. 그러나 중앙은행이 2개 분기 연속으로 구체적인 성장·물가 전망치를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는 미국 통상 정책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는 이유에서다.
“캐나다 경제는 현재까지 상당한 회복력을 보여주고 있으며 인플레이션은 목표치 2% 부근에 머물고 있다. 다만 기저 인플레이션 압력의 증거도 확인되고 있다.” — 티프 맥클럼(Tiff Macklem)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
■ 금리 동결의 배경과 핵심 포인트
이번 통화정책회의는 캐나다가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 등 3개 부문에서 미국 관세를 적용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파급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사실을 재확인했다. 실업률은 낮은 수준을 유지하며 일자리 증가세가 견조하고, 세부 물가지표(코어 CPI)는 목표 수준을 상회하지 않는 범위에서 단단히 버티고 있다.
중앙은행은 지난해 6월부터 225bp1를 단행하며 공격적으로 완화했지만, 올해 3월 이후로는 “관망 모드”에 들어가 있다. 이는 가파른 금리 인하가 실물경제·물가에 미치는 효과, 그리고 대(對)미 관세 충격을 동시에 점검하기 위해서다.
1 basis point(베이시스포인트)는 금리 0.01%p를 의미한다. 225bp는 2.25%p에 해당한다.
■ 세 가지 시나리오 제시
BoC는 전망치를 대신해 세 가지 거시 시나리오를 공개했다.
① 기본 시나리오: 철강·알루미늄·자동차에 대한 기존 관세가 유지되며, 북미자유무역협정(USMCA) 요건 미준수 상품에도 동일한 관세가 계속 적용된다. 이에 따라 2025년 2분기 GDP는 –1.5% 역성장 후, 하반기 +1% 반등, 2027년에는 +1.8% 성장으로 회복될 것으로 추산했다. 물가는 향후 2년간 2% 근처에서 안정될 전망이다.
② 관세 완화(De-escalation): 글로벌 관세가 낮아질 경우 성장이 개선되고 직접적인 물가 압력도 줄어든다.
③ 관세 확대(Escalation): 관세가 더 높아지면 경제가 약화되고 비용상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진다.
맥클럼 총재는 “관세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기저 인플레이션 지표를 확인하겠다”며, “만일 경기 둔화가 인플레이션을 하락시키고, 동시에 무역충격이 야기하는 상방 물가압력이 제한된다면 정책금리 인하의 필요성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8월 1일 중요 분수령
무역 불확실성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일부 캐나다산 제품에 대해 35% 추가 관세를 경고한 8월 1일이 협상 마감시한으로 지목됐다. 만약 양국이 합의에 실패하면, 동 시점 이후 관세가 실제 발효될 가능성이 있다.
시장에서는 9월 회의에서도 금리 동결(81% 확률)을 전망하며, “적어도 올해 안에 추가 인하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컨센서스가 형성돼 있다. 캐나다 국채 선물시장 역시 같은 시각을 반영 중이다.
CIBC 캐피털마켓의 시니어 이코노미스트 앤드루 그랜섬은 “중앙은행이 추가 인하 필요성에 조금씩 무게를 두고 있다”면서도 “구체적 결단은 향후 지표가 결정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책 발표 이후 캐나다 달러는 미화 대비 0.30% 약세를 기록하며 1달러당 1.3811캐나다달러(미 달러당 0.7241달러)로 내려갔다.
■ 용어·배경 설명
코어 인플레이션(core inflation)은 일시적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 가격을 제외한 물가지표로, 중앙은행이 중장기 정책판단에 사용하는 지표다. 또한 USMCA는 2020년 발효된 미국·멕시코·캐나다 3국의 신(新) 자유무역협정으로, 각국 관세·원산지 규정·노동 규칙 등을 포함한다.
아울러 forward guidance(선제 가이던스)처럼 중앙은행이 향후 금리경로를 미리 제시하던 관행과 달리, 이번 회의에서는 예측치를 삭제하고 시나리오만 제시하는 ‘조건부 전략’을 선택했다는 점도 특징이다. 이는 통상정책 변수의 불확실성이 높을 때 중앙은행들이 채택하는 위험관리 수단으로, 시장 참가자에게 옵션별 파급경로를 투명하게 알리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 전망과 시사점
전문가들은 캐나다 경제가 경기 둔화와 인플레이션 관리라는 ‘이중 과제’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한다. 무역협상의 향방이 성장·물가·환율을 동시에 좌우할 변수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특히 근원물가가 2%선에 근접해 있는 상황에서 추가 금리 인하가 단행된다면, 소비자물가 기대치가 재차 튀어 오를 위험도 상존한다.
따라서 시장은 ▲8월 1일 관세 협상 결과 ▲7~9월 고용·임금·소매판매 지표 ▲글로벌 공급망 병목 해소 여부를 주시하며, BoC가 올해 남은 세 차례 회의에서 어떤 정책 조합을 내놓을지 탐색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향후 긴축 속도 조절 또한 CAD(캐나다 달러) 방향성에 결정적 변수가 될 전망이다. Fed가 추가 긴축에 나선다면 캐나다와의 금리 스프레드2 확대가 CAD 약세를 심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2 금리 스프레드는 두 국가의 기준금리 차이를 뜻한다.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통화로 자금을 이동시키는 경향이 있어, 스프레드 확장은 자국통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종합적으로 이번 BoC 결정은 거시경제 안정성 확보와 무역불확실성 관리라는 두 가지 목표 사이에서 균형점을 모색한 조치로 평가된다. 향후 관세 협상 결과와 미국 통화정책 경로가 분기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며, 이에 따라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소지가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