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주류업계, 美 증류주 보이콧 여파로 전체 주류 판매 12.8% 급감

캐나다 주(州) 정부들이 미국산 증류주에 대한 보이콧을 단행한 이후, 캐나다 전역의 주류 시장이 예상보다 큰 충격을 받았다. 캐나다 주류 제조‧유통업계를 대표하는 단체 ‘스피리츠 캐나다(Spirits Canada)’는 미국산 제품뿐 아니라 기타 수입산·국산 증류주 판매량도 동반 하락했다고 밝혔다.

2025년 7월 22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캐나다 각 주 정부가 3월 5일부터 미국산 위스키·버번·보드카 등 증류주 판매를 중단한 뒤 4월 말까지 약 두 달간 미국산 증류주 판매량은 무려 66.3% 감소했다. 같은 기간 캐나다 전체 증류주 판매액은 12.8% 줄었다는 게 업계 집계다.

스피리츠 캐나다의 칼 브리커(Cal Bricker) 대표는 성명을 통해 “

북미 증류주 시장은 매우 긴밀하게 얽혀 있다. 캐나다 소매점에서 미국산 제품이 전면 철수한 것은 국경 양측 증류주 업계 모두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다

”고 강조했다. 그는 내수 침체와 동시에 수입·수출 루트가 막히면서 중장기 리스크가 확대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 美·캐나다 ‘관세 갈등’이 촉발한 보이콧

이번 사태의 직접적 배경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산 일부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한 조치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8월 1일부터 캐나다산 물품에 35% 추가 관세를 예고했고, 이는 양국 간 ‘무역 전면전’ 우려를 키웠다. 이에 대응해 캐나다 온타리오·브리티시컬럼비아·퀘벡 등 주요 주 정부들은 ‘Buy Canadian(캐나다 제품 애용)’ 캠페인을 앞세워 미국산 주류를 매대에서 철수시켰다.

참고로 ‘Buy Canadian’은 자국 상품 소비를 촉진해 외국산 의존도를 낮추자는 운동이다. 캐나다 소비자들이 국내 브랜드를 선호하면 미국 기업은 판매 경로를 잃고, 이는 미국 정부에 정치적·경제적 압박으로 작용한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관세란 국가가 수입품에 부과하는 세금으로, 자국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삼지만 과도하게 부과될 경우 상대국의 보복 관세를 불러 ‘치킨게임’ 양상으로 번지기도 한다. 관세 전쟁(Trade War)은 공급망 혼란, 물가 상승, 소비 위축 등 다양한 부작용을 야기한다.


■ 온타리오주 판매량 80% 급락…알버타·서스캐처원은 ‘부분 철회’

스피리츠 캐나다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캐나다 최대 소비 시장인 온타리오(Ontario) 주는 매대 철수 직후 미국산 증류주 판매량이 80% 급락했다. 다만 알버타(Alberta)·서스캐처원(Saskatchewan) 두 주는 소비자·소매점 반발을 고려해 최근 판매를 재개했다.

브리커 대표는 “미국산 제품을 빼면 소매 채널의 제품 다양성이 제한돼 소비자 선택권이 축소되고 자국 주류 업체 매출도 동시에 감소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번 조처가 미국 증류주 업체들뿐 아니라 캐나다 숙박·외식업계까지 타격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 美·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의 법적 틀은 유지

현재 미국은 USMCA(United States–Mexico–Canada Agreement)를 준수하는 캐나다산 수입품에 한해 관세를 ‘유예’하고 있다. 캐나다산 증류주는 이 협정에 포함돼 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35% 관세가 발효될 경우 유예 조항이 무력화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USMCA는 2020년 7월 발효된 북미 자유무역협정으로, 자동차·농업·디지털 무역 등 다양한 분야에서 관세를 면제하거나 낮추는 것이 핵심이다. 증류주도 상호 무관세 기반에 있어 왔으나, 정치적 변수가 협정 이행과 별도로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사태로 재확인됐다.


■ 美 주류기업 브라운포먼, “보이콧이 보복 관세보다 훨씬 치명적”

3월 초 ‘잭다니엘(Jack Daniel’s)’ 제조사 브라운포먼(Brown-Forman Corp)은 “매장에서 제품이 사라지는 것이 관세보다 더 큰 손실”이라며 캐나다의 조치를 ‘과도한 대응’이라 비판했다. 해당 기업은 캐나다 시장을 북미 내 최대 수출처 중 하나로 꼽아 왔다.

업계 관계자들은 “소매점 보이콧은 즉각적 판매 실종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관세처럼 가격이 오르는 수준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설명한다. 수주·수개월 단위로 운영되는 주류 공급망 특성상 한 번 끊긴 물류는 회복에 상당 시일이 걸린다.


소비자·외식업계 파급 확대

캐나다 국내 소비자들은 미국산 증류주 품귀에 따라 대체재를 찾아야 하는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프리미엄 버번·위스키를 취급해 온 바(bar)·레스토랑은 메뉴 수정, 가격 재조정 등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온타리오 토론토에서 바를 운영하는 한 업주는 “평소 인기이던 테네시 위스키 라인이 빠지자 매출이 10%가량 줄었다”면서 “국산 증류주를 확대했지만 맛·브랜드 인지도 면에서 곧바로 대체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캐나다 정부는 관세 합의 전까지 자국 업체 보호를 위해 일정 부분 가격 보조금을 검토하고 있지만, 재정 부담과 자유무역정책 기조에 대한 비판이 상존한다.


■ 향후 전망과 과제

무역 전문가들은 8월 1일 예정된 미국의 35% 추가 관세를 둘러싼 협상이 관건이라고 진단한다. 양국이 합의를 도출하지 못할 경우 관세·보이콧 악순환이 장기화돼 북미 주류·농식품·소매업계 전반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동시에 캐나다 주류시장의 다양성 확보소비자 후생을 위해선 정부 차원의 ‘선별적 제외(예외 적용)’나 ‘무역 보복 완화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업계에서 제기된다. 그러나 정부가 정치·외교적 레버리지로 보이콧을 유지하는 상황에선 실질적 진전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함께 나온다.


정리: 미국산 증류주 판매 급감은 단순한 양국 갈등을 넘어, 복합적인 북미 공급망·소비 트렌드·정치 지형이 교차한 결과물이다. 관세 전쟁이 장기화할수록 기업·소비자·정부 모두 위험이 커질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