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정부가 마크 카니 총리 체제에서 처음으로 세법 초안을 공개하며 전임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을 대체로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확인했다. 이번 조치는 소규모 기업 승계, 과학기술 연구개발 지원, 비영리 단체 규제 강화 등 여러 분야에 걸친 세제 개편을 담고 있어 시장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2025년 8월 15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캐나다 재무부(Department of Finance Canada)는 ‘2024년 가을 경제성명(Fall Economic Statement 2024)’과 ‘예산안 2024(Budget 2024)’에 명시된 공약을 그대로 살린 세법 초안(draft tax legislation)을 16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는 전임 저스틴 트뤼도(Justin Trudeau) 총리와 크리스티아 프릴랜드(Chrystia Freeland) 재무장관이 사임한 뒤에도 정책적 연속성을 유지하려는 마크 카니(Mark Carney) 총리의 구상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 프랑수아-필리프 샴페뉴(François-Philippe Champagne) 재무장관은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9월 12일까지 공식 의견 제출을 요청했다. 이후 올 가을 재개될 의회 회기 전에 법안을 최종 확정하겠다는 일정이다. 샴페뉴 장관은 “
세법 개정은 소규모 사업자, 근로자 협동조합, 연구개발 기업 모두에게 실질적 혜택을 줄 것
”이라고 강조했다.
주요 개정안 ①: 자본이득 이월공제 확대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소규모 기업 승계(small business transition)를 지원하기 위한 자본이득 이월공제(rollover rules) 대상 확대다. 근로자 협동조합(worker cooperatives)에 기업을 매각할 때 최대 1,000만 캐나다달러까지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여기서 ‘자본이득 이월(rollover)’이란, 일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 자산 매각으로 발생한 이익에 대한 과세를 미래로 연기하는 제도를 뜻한다.
주요 개정안 ②: 근로자 지분신탁 보완
직원 지분신탁(Employee Ownership Trust, EOT) 구조에도 기술적 개정이 담겼다. EOT는 회사가익을 근로자가 공유하도록 설계된 제도로, 영국·호주 등에서 활성화돼 있다. 정부는 이번 개정을 통해 근로자 주도 기업 인수에 따른 세제상 불확실성을 줄이고 국내 기업의 해외 매각을 억제할 전망이다.
주요 개정안 ③: 연구개발(R&D) 세제 인센티브 확대
과학적 연구 및 실험개발(SR&ED: Scientific Research and Experimental Development) 활동에 대한 지원도 강화된다. 지출 한도 상향과 함께 환급형 세액공제(refundable credit) 대상이 확대되는데, 여기에는 자본성 투자(capital investments)와 일부 공기업(public corporations)도 포함된다.
주요 개정안 ④: 비영리단체(NPO) 공시 의무 강화
흔히 ‘NPO’로 줄여 부르는 비영리 조직(non-profit organization)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느슨한 보고 의무를 적용받아 왔다. 새 초안은재무제표 제출 및 운영 목적 공개를 의무화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캐나다국세청(CRA)이 부과할 수 있는 새로운 과태료·벌칙을 명시했다.
주요 개정안 ⑤: 국제 조세 표준 준수
캐나다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추진 중인 암호자산 보고 체계(Crypto-Asset Reporting Framework) 도입을 이어가며, 현행 공통보고기준(Common Reporting Standard)도 최신화한다. 이에 따라 암호화폐 거래소 및 금융기관은 더 많은 고객·거래 정보를 자동 교환해야 한다.
정책 기조 변화: 자본이득 포함 비율·탄소세 조정
카니 총리 정부는 전임 트뤼도 행정부가 추진했던 자본이득 포함 비율(capital gains inclusion rate) 인상 계획을 철회했다. 대신 탄소세(carbon tax)도 일시 중단해 기업 부담을 완화했다. 전문가들은 “물가 압력을 고려한 조정”이라 평가하면서도, 장기적 기후 목표와의 균형을 지적한다.
또한 과도한 이자·금융비용 제한(Excessive Interest and Financing Expenses Limitation, EIFEL) 규정에서 목적형 임대주택(purpose-built rental housing)과 공공요금 사업(규제 캐나다 유틸리티)에 한해 예외를 두기로 했다. 이는 인프라 투자 촉진과 주거비 부담을 동시에 해결하려는 의도다.
용어·배경 설명
1‘자본이득 포함 비율’은 자산 매각 차익 중 과세 대상이 되는 비율을 말한다. 캐나다는 현행 50%로, 앞서 66.7%로의 인상이 논의됐으나 이번 초안에서 제외됐다.
2‘이월공제(rollover)’는 일종의 과세 이연 제도로, 재투자나 특정 구조 변경 시 세금을 당장 내지 않고 미래로 미룰 수 있게 한다.
3‘SR&ED 세액공제’는 우리나라의 ‘R&D 세액공제’와 유사한 제도다. 연구개발 비용의 일부를 세금에서 환급하거나 차감해 기업의 혁신 활동을 장려한다.
시장과 이해관계자의 반응
소규모 기업계는 최대 1,000만 달러 면세 한도에 “세대 간 승계 비용을 낮추는 현실적 해법”이라며 긍정적이다. 반면 환경단체는 탄소세 중단이 “기후변화 대응에 역행한다”고 비판한다. 학계에서는
“직원 지분신탁 확대는 외국계 사모펀드에 비해 근로자 중심 거버넌스를 강화할 수 있다”
며 노동 친화적 효과를 주목한다.
한편, 샴페뉴 장관이 제시한 9월 12일 의견 제출 마감이 다가오며, 회계·법무 법인과 산업 로비 단체는 세부 쟁점별 수정안을 준비 중이다. 의회 재개 시점은 가을로 예정돼 있어, 최종 법안 통과까지는 추가 논쟁이 불가피하다.
전망
시장 전문가들은 “대규모 증세나 긴축이 아닌 ‘선별적 규제 완화+혁신 인센티브’ 전략”이라고 진단했다. 이는 고금리·고물가 환경 속에서 성장 동력과 재정 건전성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다만, 향후 경기 상황과 국제환경 변화에 따라 탄소세 재개 여부, R&D 지원 지속성이 재검토될 가능성도 언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