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어가며 — ‘관세는 한 번만 가격에 반영되지 않는다’
7월 12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EU·멕시코산 전 품목에 30% 관세를 공식화하자, 월가는 잠시 흔들렸으나 이내 ‘별일 아니다’는 듯 사상 최고치 근처에서 안도 랠리를 재개했다. 그러나 기자는 이 움직임이 ‘2차 세계대전 이전 경제사에서 반복된 착시’로 귀결될 가능성을 우려한다. 관세는 단기 실적이 아니라 물가·통화정책·국채 수급·공급망 재배치를 통해 3~10년에 걸쳐 복합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1. 관세 구조와 숫자 — ‘스무트-홀리’보다 가파른 역진행
트럼프 행정부가 제시한 골자는 ‘일괄 30%+품목별 스나이퍼 관세(최대 200%)’다. 1930년 스무트-홀리 법의 가중평균 관세율이 20% 안팎이었던 점과 비교하면, 명목세율·대상국 범위·발효 속도 모두에서 상회한다. 백악관이 제시한 관세 수입 증가 목표는 연 1,280억 달러로, 2024년 법인세 실징수액(4,700억 달러)의 27%에 달한다.
표 1 | 관세 수준 비교
구분 | 1930년 | 2018년 | 2025년(예정) |
---|---|---|---|
평균 관세율 | 20.0% | 3.0%→8.6% | 16.0%→18~25% |
적용 품목 | 농산물 중심 | 철강·알루미늄·중간재 | 전 품목(의약품 포함) |
주요 상대국 | 60여 개국 | 중국·EU·캐나다 등 | EU·멕시코 등 90개국 |
관세 수입은 재무부가 6월 흑자(270억 달러)의 100%를 관세로 설명할 만큼 이미 재정에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경기 둔화 → 세수 감소를 선반영하기에, ‘길게 보면 장부상의 착시’다.
2. 인플레이션 → 연준 → 미 국채 : 장기 금리의 파급 경로
- 물가 (P): 30% 관세는 수입 소비재·중간재 가격을 6~8% 상향시킨다. UBS는 2026년 PCE 물가가 +1.3%p 가산될 것으로 추정한다.
- 임금 (W): 기업은 관세 충격을 흡수하려고 국내 리쇼어링·FTZ 활용을 확대하겠지만, 숙련 인력 부족으로 시간당 임금이 추가 0.5%p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 연준 (Fed): ‘물가 2%’ 목표가 훼손되면 연준은 2026~27년까지 기준금리를 3.5% 이하로 내리기 어렵다. 파월 해임론이 현실화되면 장·단기 금리가 정책 신뢰 프리미엄을 상실해 더 높게 재조정될 수 있다.
- 국채 수급: 높은 금리+관세 흑자 착시→ 연방 순이자 비용 1조 2,000억 달러(CBO)를 상회. 채권시장 민감도는 1994년 ‘본드 대폭락’과 유사한 조건을 갖춘다.
3. 기업이익과 밸류에이션 충격—‘상쇄 구간 → 슬로 모션 이익 훼손’
초기 2~3년은 S&P 500 이익이 달러 강세·가격 전가 (pass-through)로 순영업이익률(NOPAT) −50bp 내외에서 버틸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①이연된 CapEx(IT·AI) 부담, ②임금·물류·전력비 상승, ③해외 보복 관세가 겹치면 2027~29년 EPS 성장률은 연평균 4%→ 1.5%까지 둔화할 수 있다.
그림 1 | 관세 시나리오별 S&P 500 EPS
자료: Fundstrat, UBS, 필자 가공
4. 공급망 대이동 — FTZ·보세창고의 ‘현금흐름 해방 효과’, 그러나 영구 해법은 아니다
기업들은 관세를 늦추거나 피하기 위해 외국인무역지대(FTZ)·보세창고·멕시코 마킬라도라 모델을 총동원한다. 단기적으로는 관세 납부 시점 지연→운전자본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역전관세 폐지·보세창고 5년 한도·정치 리스크를 감안하면, 결국 ▲남미 (멕시코 外) 생산기지 확대 ▲인도·동남아 ‘차세대 차이나’ 전략 ▲친(親)민주주의 블록형 공급망으로 수렴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장기적으로 CAPEX 슈퍼사이클을 자극하지만, 동시에 전력·물류·노동 수급을 압박해 기업의 자유현금흐름(FCF) 지표에 ‘J-커브(단기 악화, 장기 회복)’ 패턴을 만든다.
5. 달러·외국인 투자 — “파월이 물러나면 나는 달러를 팔겠다”의 의미
달러는 연준 독립성 프리미엄으로 유지돼 왔다. 만약 금리 결정이 정치화되면, 美 국채·달러 비중 축소가 글로벌 리저브 매니저 트렌드로 확산될 수 있다. 지난 12개월간 중앙은행의 달러 보유 비율은 60%→58%로 이미 하락했다.
표 2 | 달러·미 국채 수요 충격 지표
구분 | 중립 시나리오 | 정책 신뢰 훼손 |
---|---|---|
달러 DXY 3년 평균 | 102±3 | 94~96 |
10년 T-Yield 목표 | 3.80% | 4.50%+ |
순포지션(선물) 변화 | +30K 계약 | −80K 계약 |
6. 투자 체크리스트 — 섹터·ETF·크레디트
①리쇼어링 수혜 — 산업재·전력 인프라 ETF
• XLI, IDRV, GRID : 미국 설비증설·전력망 확충 → 매출/마진 구조 개선
②방어적 현금흐름 — 저변동성 멀티팩터
• UBS ‘퀄리티 디비던드’ 바스켓: 고배당·고신용·낮은 레버리지
③신용 리스크 확산 국면 — IG CDS·폴른엔젤 채권
• 3Q 스프레드 77→95 bp 전망 (UBS) → BBB- CDS 스티프너
④AI·CapEx 장기 수혜, 단기 변동성 헤지
• 장기: AI 파운드리·HBM 생산업체(삼성전자, 마이크론)
• 단기: S&P 500 ATM 풋(Δ 0.35) 3-개월 보유
7. 결론 — ‘경고등은 아직 노란불’…그러나 충격은지연형
현재 시장이 보내는 “걱정할 것 없다”는 신호는 단기 전술적 관점에선 유효하다. 그러나 본 칼럼은 ①30% 관세의 인플레이션 귀환, ②연준 독립성 훼손 가능성, ③CAPEX J-커브로 인한 EPS 둔화, ④달러 프리미엄 축소라는 네 갈래 긴 파급 경로를 경고한다.
투자자는 ‘3개월의 차트’보다 ‘3년의 P&L’을 중시할 때다. 관세는 수입 청구서에 한 번 찍히고 끝나는 숫자가 아니다. 그것은 정치 — 통화 — 무역 — 기업 행동을 관통해, 2025~2035년 미국 경제·증시에 슬로 모션 충격파를 보내는 장기 시스템 변수다. 투자전략은 수면 아래 잠복한 그 변수를 어떻게 가격화할 것인가를 중심으로 재편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