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 금리 0.25%p 인하보다 더 중요한 한 줄
2025년 9월 1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예고된 대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그러나 시장을 진정으로 긴장시킨 대목은 바로 점도표(dot plot)였다. 19명의 위원 중 과반이 2028년 이후 정책금리가 연 3.0% 부근에서 안착한다는 전망치를 찍었고, 제롬 파월 의장은 이를 “사실상 장기 중립금리에 대한 내부 합의”라고 설명했다.
중립금리 3%—표면적으론 단순 숫자이지만, 그 여파는 향후 5년간 미국 경제·글로벌 자본시장·정치지형을 관통할 핵심 변수다. 필자는 오늘 이 수치가 품은 매크로 함의를 객관적 데이터와 역사적 선례로 조망하고, 투자·정책·기업 전략의 기회·위험을 입체적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I. 중립금리란 무엇인가: 정의·추정·논쟁
중립금리(r★)는 경제를 과열도, 침체도 시키지 않는 실질금리를 뜻한다. 여기서 ‘실질’이란 명목 정책금리에서 기대인플레이션을 차감한 값이다. FOMC는 내부 모델(Laubach-Williams, Holston-Laubach-Williams 등)과 시장 파생지표(5y5y breakeven)로 이 개념을 추정한다.
- 2010년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요 부진·저물가가 겹치며 r★는 0~0.5%까지 추락.
- 2020년 팬데믹 직후: 초저금리·양적완화로 장기채 수익률이 역사적 저점. 당시 연준 내부 중립금리 중앙값 2.5%.
- 2023~2025년: 인플레이션 재발·팬데믹 후 저축 과잉 해소·AI 투자 붐이 복합 작용, r★ 재상승 논쟁 본격화.
이번 점도표는 ‘장기 3% 명목 → 기대 인플레 2%p 가정 시 실질 1%’를 전제로 한다. 1% 실질은 1990년대 후반 닷컴 전성기에 근접한 수치다. 연준이 암묵적으로 “미국의 잠재성장률이 예전보다 높다”고 선언한 셈이다.
II. 중립 3%가 미국 실물경제에 미치는 구조적 영향
1. 성장률·투자
실질 1%는 CBO(의회예산국)가 제시한 잠재성장률 1.8%를 상회한다. 이는 향후 5년간 총요소생산성(TFP)이 AI·에너지전환·리쇼어링을 매개로 상승할 것이라는 연준의 장기 베이스라인과 일치한다.
- 투자 함수 I=f(r, ρ)에서 할인율 r이 1%p 높아도 기대수익률 ρ가 더 큰 폭으로 상승하면 I는 증가한다.
- 실제로 반도체(캡엑스 YoY +28%), 데이터센터(+32%), 공공 인프라(+14%) 투자가 2024~25년 폭발적이다.
2. 고용시장
고용 측면에선 r★↑가 노동수요 축소 아닌 고급 인력 재배치로 귀결될 공산이 크다. AI 엔지니어 연 환산 임금은 2년 새 26만 달러→34만 달러로 뛰었다.
- 블랙록·골드만은 노동생산성이 과거 10년 평균 1.3%→향후 2.2%로 상승할 것이라 전망.
- 이는 실질임금·소비력 상승을 통해 中‧장기 소비루프를 창출한다.
3. 부채 지속 가능성
연 3% 명목 중립금리는 연방정부 이자비용 부담을 상당 기간 1조 달러 근방에 묶어둘 수 있다. CBO 시나리오에 따르면 GDP 대비 이자비용 비중은 2028년 3.2%로 정점 후 안정화된다.
다만, 국채 듀레이션 5.8년·입찰 성공률 2차 시장 의존 47%라는 구조적 요인은 달라지지 않는다. 달러 패권이 흔들릴 경우 프리미엄 재상승 리스크가 상존한다.
III. 자산시장 4대 수혜·리스크 채널
1. 채권
주기적 인하→재인상 패턴 후 장기 3% 고정은 벤치마크 듀레이션 중립 세팅을 가능케 한다. 10년물 목표밴드는 3.25~3.75%가 합리적이라는 컨센서스가 형성될 것이다. 스티프너(장단기 금리차 확대) 거래가 유효하다.
2. 주식
S&P500 선행 P/E 23배는 명목 3%·실질 1% 환경 치고 과도해 보이지만, EPS 성장률(’25~’27 CAGR 11%)과 배당·자사주 총주주환원 2.8%를 고려한 주주 수익률 모델(ERP) 상 아직 80bp 여유가 있다. 단, 초대형 기술주 대비 중형 가치주의 밸류에이션 갭은 역사상 최대치이다.
3. 달러·원자재
중립금리 수렴 과정에서 달러 인덱스 DXY는 95~102 레인지에 고착될 확률이 높다. 이는 유가·귀금속과 역상관성을 다소 둔화시키며, 원자재 슈퍼사이클이 더딘 U자형으로 전개될 여지를 남긴다.
4. 크립토·프런티어 자산
실질 1%는 2020년 DEFI·NFT 붐을 촉발한 제로금리 환경보다 현저히 덜 자극적이다. 그러나 기관 자본이 안착 가능한 헤지수단으로 비트코인 ETF 등이 제도권 편입되는 흐름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IV. 정치·제도 변수: ‘연준 인사 + 의회 예산 + 대선’ 삼각 파동
① 인사 — 2026년 1월 파월 의장 임기 만료, 월러·보우먼 교체, 미란 등 신규 파견. 인사 구성이 더 온건화되면 점도표 우하향 재조정 가능성.
② 예산 — 셧다운 공방이 반복될수록, 시장은 국채 초과공급→금리상승 프리미엄을 요구. 중립 3% 유지가 어렵게 된다.
③ 대선 — 누가 집권하든 산업정책·관세·재정확대 공약은 여야 공통분모. 물가 재상승 압력과 성장 제고 효과가 충돌한다.
V. 시나리오별 장기전략 (2025-2030)
시나리오 | 정책경로 | 실물경제 | 주식 | 채권 | 실물자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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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연착륙 + r★3% | ‘25 2차례 인하 후 동결 | GDP 2%·실업률 4% | 배당·순익 동반상승 로우볼·퀄리티↑ |
10Y 3.5%±25bp | 금·부동산 안정↑ |
2.리플레이션 | 인하→재인상 | 물가 재가열·임금↑ | 가치주·에너지↑ | 커브 재반전 | 유가·산업금속↑ |
3.경착륙 | ‘26 추가 빅컷 | 실업률 >5% | 디펜시브·고배당 | 듀레이션 롱 | 달러↑ 금↑ |
가장 확률이 높은 시나리오는 1번이다. 그러나 정치·지정학 변수로 2,3번이 교차 변동성을 만들 가능성도 40%에 달한다.
VI. 실전 포트폴리오 가이드
- 채권: 7-10년 국채 40%, 인플레이션 링크채 (TIPS) 10%로 베타와 헤지 병행.
- 주식: S&P Equal Weight ETF 15%, 러셀 2000 ETF 10%, AI·클라우드 특화 ETF (QQJ 등) 10%, 배당귀족 ETF 5%.
- 대체투자: 글로벌 인프라 5%, 금 3%, 원자재 브로드 2%.
이 구성을 3% 명목 – 1% 실질 환경에 최적화된 중립 포트폴리오라 명명하고 싶다.
맺음말 — 중립금리 3%는 ‘금리 시대의 귀환’인가
연준이 제시한 3% 중립금리는 “영구적 저금리” 패러다임의 종식을 선언한다. 동시에 미국이 낳은 기술·자본·인구학적 회복력이 다시 성장잠재력을 끌어올리고 있음을 방증한다. 물론 이는 공짜 성장이 아닌 규율 있는 거버넌스·재정조율·생산성 개혁을 전제 조건으로 한다.
따라서 정책·투자·기업 경영자는 ‘마운트 이베레스트형’ 금리 사이클 대신 구간별 플래토(plateau)와 스텝다운(step-down)으로 이루어진 장기 고지형을 상정해야 한다. 필자 이중석은 이를 ‘New High Plateau Theory’로 명명해 두고 싶다.
미국 경제가 이 새로운 고원(plateau)에서 균형을 잡느냐, 아니면 인플레·부채·정치 파열음에 휩쓸리느냐는 시장참여자 모두의 선택에 달려 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중립 3% 시대는 이미 시동을 걸었다는 점이다. 우리의 전략도 같은 시점에서 업데이트돼야 한다.
— 이중석(경제 전문 칼럼니스트·데이터 분석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