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생성형 AI ‘버블’인가 ‘생산성 혁명’인가 — 향후 10년 미국 증시·경제에 미칠 중장기 충격파

이중석 칼럼니스트·데이터 분석가


1. 서론 — ‘AI 대세론’과 ‘AI 버블론’의 격돌

2025년 10월 뱅크오브아메리카가 실시한 글로벌 펀드매니저 서베이는 한 장의 그림으로 시장의 속내를 보여 줬다. 전체 응답자의 33%가 ‘AI 버블’을 최대 꼬리 위험(tail risk)으로 꼽았으나, 정작 주식 순비중은 1년 만에 최고치로 확대됐다는 결과가 그것이다. 투자자들은 거품일 수 있다고 입을 모으면서도, 그러나 빠질 수 없다는 모순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본 칼럼은 ‘AI 버블’ 논쟁의 핵심 쟁점을 객관적 데이터로 재조명하고, 향후 최소 1년에서 10년까지 미국 경제·증시에 가해질 구조적 충격을 다각도로 분석한다.


2. 현황 점검 — 밸류에이션·자본투입·실적의 삼중 불균형

2-1) 밸류에이션 과열 신호

  • 엔비디아 PER(2025E)는 38배, 과거 10년 평균(27배)을 40% 상회.
  • S&P500 내 AI 핵심 7개 종목의 시가총액이 지수 전체의 31% 차지(역대 최고).

이는 1999년 닷컴 버블 당시 ‘닷컴 10걸’이 24%를 차지하던 구도보다 더 집중된 모습이다.

주목

2-2) 자본투입—‘GPU 캡엑스’의 기하급수적 증가

회사 2023 CAPEX 2025E CAPEX 증가율
마이크로소프트 $39bn $67bn +72%
메타 $28bn $38bn +36%
알파벳 $31bn $52bn +68%

단일 해에만 500억~700억 달러 규모의 GPU·데이터센터 투자가 예정돼 있어, 반도체·전력·부동산 시장에 파급이 불가피하다.

2-3) 수익 실체—‘환상곡선(幻象曲線)’의 초입

메가캡 기업들은 AI 매출을 구체적으로 분리 공시하지 않는다. 메타의 경우 ‘AI 인프라’가 아니라 광고 효율 향상 항목에 녹아 있어, 투자 대비 IRR(Internal Rate of Return)을 측정하기 어렵다. 필자가 추정한 2024년 AI 관련 순매출은 S&P500 전체에서 3.6% 수준에 불과하다.


3. 거품의 연료 — 여섯 가지 장기 드라이버

  1. 생산성 기대: 골드만삭스는 생성형 AI가 향후 10년간 미국 노동생산성을 1.4%포인트 높일 것이라 추산.
  2. 디플레 → 골디락스: AI가 단가 인하와 새로운 수요를 동시에 창출, 디플레이션적 성장 시나리오를 부각.
  3. 자본 비용 완화: 연준이 2026년까지 실질금리를 0% 부근으로 유도할 것이란 중장기 전망.
  4. 정책 보조금: 미국 CHIPS Act $520억·인플레감축법(IRA) $3,690억 중 AI 파생 인프라 항목 다수.
  5. 글로벌 군비 경쟁: 중국·EU·일본의 대응 투자 → 비용의 죄수의 딜레마.
  6. 데이터 주권 규제: 지역별 데이터센터 신‧증설 가속.

이처럼 펀더멘털·정책·지정학 요인이 동시다발적으로 ‘돈의 파이프’를 열고 있어, 거품은 팽창보다 ‘장기 체류’ 가능성이 높다.


4. 리스크 매트릭스 — 네 모서리로 보는 중장기 충격

주목

가로축: 밸류에이션 레벨 | 세로축: 실질 생산성 창출 속도

  • Q1 (고평가·고생산성): ‘정당한 프리미엄’ — 연착륙·Goldilocks Scenario.
  • Q2 (저평가·고생산성): ‘21세기 고성장’ — 1995~97 美 IT재평가 구간.
  • Q3 (저평가·저생산성): ‘Ice Age’ — 투자 위축·디스인플레이션.
  • Q4 (고평가·저생산성): ‘닷컴 버블 붕괴’.

현재 좌표는 Q1 쪽으로 기울어 있으나, 생산성 지표가 2026년까지 가시화되지 못하면 Q4로 급격히 이동할 수 있다.


5. 과거 사례 비교 — 닷컴 버블 vs AI 버블

1999 닷컴 2025 AI
핵심 지표 ‘클릭’ 트래픽 GPU Flops·데이터 용량
CAPEX 생태 광케이블 과잉 데이터센터 과잉 우려
현금흐름 음(-) Free Cash Flow 메가캡은 양(+)
규제 리스크 從(종)→高 (안보·저작권)

결정적 차이는 돈을 벌고 있느냐다. 엔비디아·마이크로소프트는 분기당 수십억 달러의 잉여현금을 창출한다. 이는 거품 붕괴 시 하방 쿠션으로 작용할 수 있다.


6. 2025~2030 전망 시나리오

6-1) 기본 시나리오 (확률 55%)

• 미국 10년물 국채 2026년 3.5% 안착
• AI CAPEX 성장률 2027년부터 둔화(연 +12%)
• S&P500 EPS 연복합 +8% → 지수 2028년 6,200p
• 버블 완전 붕괴 없이 ‘고평가 + 저변 확대’ 병존

6-2) 낙관 시나리오 (확률 25%)

• 생산성 충격 + AI 플랫폼 수익화 가속 → EPS 복합 +12%
• 연준, 중립금리 r* 상향 인정 → 장단기 금리 역전 해소
• 나스닥100 2030년 30,000p 잠정

6-3) 비관 시나리오 (확률 20%)

• GPU 공급 과잉 + 전력망 병목 → CAPEX 급감
• EU·美 저작권 규제, 상업용 모델 폐기 위기
• S&P500 2027~28년 최대 -35% 조정


7. 투자·포트폴리오 전략

7-1) 섹터·산업 선택

  • GPU 밸류체인 상위 3사: 파운드리·서브스트레이트·냉각 솔루션.
  • 전력·송배전: AI 캡엑스→전력 수요 연평균 +9% 추정.
  • 데이터 센터 리츠(REITs): 실물 자산 + 인덱스 헤지.
  • 로컬 데이터 서비스: 데이터 주권 법제화 수혜.

7-2) 자산배분 모델

AI Cyclicality Barbell
① 고성장 AI 순수플레이 25%
② 현금창출 메가캡 25%
③ 전통 배당주(에너지·통신) 20%
④ 골드·TIPS 15% — 인플레·정책 리스크 대응
⑤ IG 채권·레포 15% — 변동성 완충


8. 정책·거버넌스 시사점

① 미 연준(Fed): 생산성 추정치가 상향되지 않는 한, 장기금리 구조는 다시 3% 대 초반으로 눌릴 가능성. 이는 자산가격을 실질적으로 방어하는 환경이다.
② SEC: AI 관련 매출·CAPEX 세부 공시 의무화 논의가 2026년 안으로 나올 전망.
③ 의회·백악관: 초지능(Superintelligence) 개발 중단 서명과 ‘안전성 감찰 독립기구’ 설립안이 결합되면, 빅테크 규제비용 +3~4%p 추가 부담.


9. 결론 — ‘버블’과 ‘패러다임 시프트’의 공진(共振)

현재 생성형 AI는 확실히 과열 구간에 진입했으나, 기업의 현금흐름·정책 지원·기술 혁신 속도가 거품을 떠받치는 구조 역시 공고하다. 거품이 완전히 터지는 형태보다는 산업 내 이익잉여금이 흡수되며 ‘길고 얕은 눌림’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투자의 초점은 버블을 피하느냐가 아니라 버블 안에서 어떤 자산이 진짜 현금을 벌 것이냐로 이동해야 한다. 1990년대 광케이블 과잉 속에서도 시스코·퀄컴이 살아남았듯, 2020년대 AI 대전에서도 선별적 승자가 등장할 것이다.

향후 12~18개월간 투자자는 ① GPU 생태계 이익률, ② 전력·전기 요금 지표, ③ AI 서비스 유료화 속도, ④ 미·EU 규제 시계를 핵심 선행지표로 모니터링하며, 레버리지·밈 주식 비중을 제한하는 보수적 접근이 필요하다.

“버블의 유일한 대안은 무(無)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현금흐름이다.” — 필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