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공급 개선에 따른 국제 시세 급락

국제 선물시장에서 카카오 가격이 11개월 만의 최저치로 추락했다. 30일(현지시간) ICE 뉴욕 12월물 카카오는 전 거래일 대비 ‑249달러(-3.56%) 하락한 6,760달러, ICE 런던 12월물은 ‑120파운드(-2.47%) 떨어진 4,736파운드에 각각 마감하며 약세장을 연출했다.

2025년 9월 30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카카오 공급 회복 기대가 투자심리를 냉각시켰다. 특히 가나(세계 2위 생산국)의 최근 4주간(8월 8일~9월 4일) 항만 반입 물량이 5만 440t으로 전년 동기 1만 1,000t 대비 약 4.6배 급증한 점이 결정적인 압박 요인으로 작용했다.

ICE 뉴욕 카카오 선물 가격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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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 둔화 우려도 하락세를 부추겼다. 스위스 초콜릿 기업 린트&스프륑글리는 7월 상반기 판매 부진을 이유로 연간 마진 가이던스를 하향 조정했으며, 벨기에 기반 글로벌 공급업체 바리칼레보 또한 3개월 새 두 번째로 판매량 전망을 축소했다. 해당 기간(3~5월) 판매량은 전년 대비 ‑9.5% 줄어 10년 만의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지속적인 고가 원료와 관세 부담이 초콜릿 소비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진단이다.


서아프리카 작황 회복도 공급 전망을 밝히고 있다. 몬델리즈는 최근 조사에서 아이보리코스트(세계 1위 생산국)의 코코아 꼬투리(pod) 수가 5년 평균 대비 7% 이상 많고, 지난해보다 ‘현저히 개선됐다’고 밝혔다. 주수확기(main crop)는 10월 개시 예정으로, 현지 농가들은 품질과 수확량 모두 긍정적이라고 응답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수출 속도 둔화가 가격을 방어하고 있다. 아이보리코스트 정부 자료에 따르면 10월 1일~9월 28일 누적 선적량은 182만t으로 전년 대비 3.4% 증가했으나, 지난해 12월 기록한 35% 급증세와 비교하면 상승폭이 크게 축소됐다.

재고 상황 역시 매도세를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ICE가 집계한 미국 내 카카오 공인재고는 9월 26일 기준 1,980,232포대(약 5개월 만의 최저치)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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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E 런던 카카오 선물 가격 차트

지난달 2년 고점까지 치솟았던 카카오는 최근 급락 전까지 1979년 이후 가장 건조했던 60일이라는 기상 이슈를 반영해왔다. 건조·한랭한 날씨는 나무에 달린 꼬투리 유지율을 떨어뜨리고, 가나·나이지리아에서 ‘블랙팟병’(흑색병) 확산을 야기해 생산 차질 우려를 키웠다.

현재 진행 중인 아이보리코스트 중간 수확(mid-crop)의 품질 저하도 주목된다. 라보뱅크는 늦은 우기로 인해 작황이 위축됐다고 진단하며, 올해 중간 수확량을 40만t으로 추산해 전년(44만t) 대비 ‑9% 감소를 전망했다.

한편 세계 5위 생산국 나이지리아는 2025/26년 생산량이 30만5,000t으로 전년 대비 ‑11%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나이지리아 7월 카카오 수출은 1만 3,579t으로 전년 대비 ‑22% 급감했다.

수요 부진도 가격에 부담이다. 7월 17일 유럽카카오협회(ECA)는 2분기 유럽 그라인딩(가공) 물량이 331,762t으로 전년 대비 ‑7.2% 줄었다고 발표했다. 아시아카카오협회(CAA) 집계도 같은 기간 ‑16.3%(176,644t) 감소해 8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북미 그라인딩은 ‑2.8%(101,865t)로 상대적으로 낙폭이 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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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 생산 확대 전망도 약세 재료다. 가나코코아위원회는 7월 1일 2025/26년 생산량이 65만t으로 전년 대비 8.3%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카카오기구(ICCO)는 5월 30일 ‘2023/24년도 세계 공급부족’을 49만4,000t으로 상향 조정하며 60년 만의 최대 적자라고 밝혔다. 다만 2024/25년에는 14만2,000t 흑자 전환과 7.8% 증산(4,840만t)을 예상했다.


복합 용어 해설

ICE(Intercontinental Exchange)는 원자재·통화·지수 등 다양한 자산을 거래하는 글로벌 파생상품 거래소다. 뉴욕·런던 카카오 선물 가격은 세계 초콜릿 업계가 활용하는 벤치마크다.

선물(futures)은 미리 정한 가격으로 미래 일정 시점에 자산을 인수·인도하기로 약정하는 계약이다. 가격 변동 위험을 헤지하거나 투기적 수익을 추구할 수 있다.

그라인딩(grindings)은 카카오콩을 분쇄해 코코아매스·버터·파우더 등 반제품으로 가공하는 공정을 의미한다. 수요 지표로 활용된다.

블랙팟병(Black Pod Disease)은 곰팡이성 병해로, 감염 시 꼬투리가 검게 변하며 품질·수량이 급감한다.


시장 전망
공급 측 호재와 수요 둔화가 맞물리면서 단기 약세 기조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미국 ICE 재고 감소, 서아프리카 기상 리스크, 질병 확산 등 변동 요인도 상존해 향후 파동성(volatility)이 확대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메인 크롭 수확이 본격화되는 10~12월 실제 인도 물량과 품질 데이터를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 본 기사에서 언급된 종목·선물 계약에 대해 작성자는 직접·간접적 투자포지션이 없으며, 정보 제공 목적의 기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