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가 기술주 약세와 중동 긴장 고조 여파로 화요일 대체로 하락했다. 투자자들은 여러 주요 경제국의 강한 무역 지표를 소화하는 한편, 수요일 발표될 미국 인플레이션 지표에 시선을 돌렸다. 미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6월 9일(현지시간) 공개된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한 미군 헬리콥터가 격추됐다는 소식 이후 이란 관련 긴장감이 다시 고조되며 시장 전반에 부담을 줬다.
이번 장세에서 특히 눈에 띈 것은 기술주와 반도체 관련 종목의 동반 약세다. 뉴욕 증시의 대표 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0.3% 하락했고, 나스닥 종합지수는 1% 떨어졌다. 반면 아시아 증시는 대체로 올랐으며 한국은 9%, 중국은 3%, 일본은 2% 상승했다. 유럽과 영국 증시는 하락했고, 페루 증시는 4% 올랐다.
칩과 반도체 업종은 시장의 약세를 주도했다. 미국 증시 11개 업종 가운데 9개 업종이 상승했지만, 기술주가 2% 하락하고 에너지주도 1.6% 떨어지며 전체 지수 상승을 제한했다. 슈퍼마이크로컴퓨터는 8% 급락했고 퀄컴은 6%, 델은 5% 하락했다. 반도체 업종을 추종하는 SOX 지수는 2% 떨어졌다. SOX 지수는 미국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 흐름을 보여주는 지표로, 인공지능과 전자기기 투자 심리를 가늠하는 데 자주 활용된다. 반면 홈디포는 4% 상승했다.
외환시장에서는 달러와 엔화의 움직임이 계속 주목받았다. 달러/엔 환율은 160선을 웃돌며 여전히 개입 경계 구간에 머물렀다. 일반적으로 이 수준은 일본 당국이 환율 변동성 완화를 위해 시장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는 구간으로 받아들여진다. 페루 솔화는 2% 상승해 5년 만에 가장 큰 하루 상승폭을 기록했고, 인도네시아 루피아도 9월 이후 최대 상승세를 보였다.
채권시장에서는 미 국채 수익률이 단기물 구간에서 3bp 하락했다. bp는 베이시스포인트의 약자로, 1bp는 0.01%포인트를 뜻한다. 또 3년물 국채 입찰에서는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의 꼬리(tail)가 나타났지만, 수요는 양호했다. 꼬리란 입찰 낙찰금리가 시장 예상보다 얼마나 높게 형성됐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크면 수요 약화를 의미할 수 있다. 원유는 3% 떨어져 7주 만의 저점으로 내려갔고, 금 가격도 2% 하락했다.
이번 장세를 둘러싼 또 다른 핵심 쟁점은 미국 재무부의 단기국채 발행 확대다. 미 재무부는 연방 예산 적자를 메우기 위해 만기 1년 미만의 T-bill, 즉 단기 국채 사용을 늘리고 있다. 칼럼에 따르면 이들 국채 발행 규모는 현재 주당 평균 5,000억 달러를 넘고 있다. 당장 심각한 문제는 아니지만, 금리가 계속 오르거나 정부가 공급을 더 늘려야 할 경우 시장 부담으로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자자들의 관심은 이제 수요일 발표될 미국 물가 지표로 쏠리고 있다. 이번 주는 세계 주요국의 5월 인플레이션 수치가 대거 공개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미국의 연간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4%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일본의 도매물가 상승률은 3년 만에 처음으로 5.5%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도 한때보다 1%포인트 높아져 4%를 약간 밑돌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충격이 소비자와 기업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라는 점에서, 결과에 따라 글로벌 금리와 위험자산 가격이 다시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시장 참가자들이 주목한 또 다른 이슈는 중동 정세, 인도네시아의 긴급 금리 인상, 그리고 시장에 상장될 예정인 스페이스X와 오픈AI 관련 소식이다. 모닝스타 애널리스트들은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를 주당 63달러로 평가했는데, 이는 곧 진행될 기업공개(IPO) 공모가보다 53% 낮은 수준이다. 다만 이들은 세 가지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산출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들의 이른바 ‘달성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 시나리오에서는 스페이스X 가치가 1조9,700억 달러, 주당 154달러로 계산되며, 이는 IPO 가격보다 14% 높은 수준이지만 확률은 7%에 불과하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금요일 시장 데뷔를 앞둔 스페이스X의 IPO 수요는 거의 4배가량 초과 청약된 상태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화요일 시장을 놀라게 하며 예상 밖의 긴급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인도네시아은행은 루피아 안정을 위해 정책금리를 25bp 올려 5.25%로 조정했다. 최근 루피아화는 연일 사상 최저치를 경신해 왔다. 이는 에너지 수입 비용 급등과 자국 통화 약세 압박을 받는 여러 신흥국의 현실을 보여준다. 스리랑카가 최근 100bp를 인상한 데 이어, 이번에는 인도네시아가 장중 회의 사이에 금리를 올린 것이다. 향후 다른 신흥국도 비슷한 선택을 할지 시장의 관심이 모인다.
한편 오픈AI는 애너스로픽에 이어 미국 IPO를 추진하며 인공지능 거대기업의 공개시장 진입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또 숏셀러, 즉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투자자들은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 토큰화 주식 상장과 관련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경계감도 제기됐다. 이와 함께 ‘Automatic for the people? AI as public utility: Mike Dolan’과 ‘SPECIAL REPORT-Under the Trump crypto playbook, the family always wins. Investors don’t’ 등 시장 해석과 관련된 여러 기사도 함께 거론됐다.
향후 시장 흐름을 가를 변수는 매우 뚜렷하다. 중동 지역의 긴장 수위가 다시 높아질 경우 에너지 가격과 안전자산 선호가 동시에 움직일 수 있고, 미국 CPI가 예상보다 높게 나올 경우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대는 더 뒤로 밀릴 수 있다. 반대로 물가 압력이 완화되는 신호가 확인되면 기술주와 성장주의 반등 여지도 생길 수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칩주식 약세, 달러/엔 환율 경계, 신흥국 통화 불안, 그리고 미국 물가 발표 대기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단기 변동성이 확대되는 국면으로 해석된다.
로이터는 독자들에게 매주 평일 아침 ‘Trading Day’ 뉴스레터를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다고 안내했다. 다만 기사 말미에는 이 칼럼의 견해가 작성자 개인의 것이며, 로이터 뉴스의 공식 입장을 반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