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칠레 국영 구리 생산업체 코델코(Codelco)가 노동감독청( Dirección del Trabajo )으로부터 대표 광산인 엘 테니엔테(El Teniente) 지하광산의 일부 작업 구역 재가동 승인을 받았다. 이는 2025년 7월 31일 발생한 갱도 붕괴 사고로 근로자 6명이 사망한 이후 10여 일 만의 결정이다.
2025년 8월 10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구리 시장 최대 생산자인 코델코는 사고 영향을 받지 않은 필라르 노르테(Pilar Norte), 파넬 에스메랄다(Panel Esmeralda), 파시피코 수페리오르(Pacífico Superior), 디아블로 레지미엔토(Diablo Regimiento) 등 여러 작업 구역에서 즉시 채굴을 재개할 수 있다. 반면 레쿠르소스 노르테(Recursos Norte)와 안데시타(Andesita) 구역은 추가 안전 점검이 완료될 때까지 여전히 중단 상태를 유지한다.
엘 테니엔테의 중요성은 단순한 한 광산의 재가동 여부를 넘어선다. 1905년 상업 생산을 시작한 이 지하광산은 안데스 산맥 깊숙이 4,500km에 달하는 갱도와 통로를 보유하며, 전 세계 구리 공급망에서 전략적 거점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편, 칠레 광업감독청(Sernageomin)은 전날 밤 부분 재가동을 허가했으나, 실제 생산 재개를 위해서는 산업안전·보건 감독 권한을 가진 노동감독청 최종 승인이 필수적이었다.
주요 승인 내용과 안전 조치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한 어떠한 생산 목표도 의미가 없다”— 코델코 엘 테니엔테 디비전 발표문 중
코델코는 이번 승인에 따라, 영향받지 않은 구역에서 점진적 3단계 재가동 계획을 즉시 실행한다. 1단계에서는 라이너(내부 지지벽) 점검 완료 구역에 한해 최소 인력으로 시추·발파·채굴을 시작한다. 2단계부터는 환기·배수·전력 공급을 정상화해 생산능력을 사고 전 수준의 70%까지 끌어올리고, 3단계에서 전 구역 재가동 여부를 최종 검토한다.
노동감독청은 근로자안전보건법 기준을 인용하며, 고위험 지하 작업장의 환기·지반 안정성·탈출 경로 확보를 필수 조건으로 명시했다. 코델코는 이를 위해 24시간 상주 구조대, 실시간 지반 모니터링 시스템, 스마트 헬멧(산소·가스 농도 센서 내장) 지급 등 강화된 안전 패키지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시장 영향 및 전망
코델코는 전 세계 구리 생산량의 약 8%를 담당한다. 국제 구리가격은 사고 직후 톤당 8,700달러 수준에서 8,950달러까지 상승했으나, 부분 재가동 소식이 전해지며 8월 9일 런던금속거래소(LME) 장 마감 기준 8,810달러로 소폭 조정됐다.
전문가 견해로는, “부분 재가동이 공급 불확실성을 완전히 해소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레쿠르소스 노르테와 안데시타 구역은 올해 엘 테니엔테 총 생산량의 30% 이상을 책임지는 핵심 벨트다. 따라서 두 구역의 중단이 장기화될 경우, 2025년 코델코 연간 생산 목표(150만 톤) 달성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반면 코델코는 “엘 테니엔테 전체 생산능력의 60% 이상을 빠르게 회복해 4분기부터 정상 궤도에 오를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구리 수요 측면에서는, 전기차·재생에너지 투자 확대가 꾸준히 늘고 있어 중장기 강세 요인이 지속된다는 데 시장 의견이 모인다.
배경: 엘 테니엔테 사고 개요와 후속 조치
7월 31일 사고 당시, 파네라 22번 갱도(800m 지하)에서 갱도 지붕 일부가 붕괴돼 현장 작업자 여섯 명이 매몰·사망했다. 코델코는 곧바로 전 구역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고, 독립조사단을 포함한 3개 기관(노동감독청·광업감독청·검찰)의 합동조사에 착수했다.
이번 부분 재가동 승인에도 불구하고, 코델코는 “사고 원인 최종 보고서가 나올 때까지 관계기관과 함께 추가 현장 조사를 이어갈 것”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또한 사망 근로자 유가족 지원을 위해 1인당 40만 달러(한화 약 5억 3,000만 원)의 보상 패키지를 마련하고, 정신건강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용어 설명
지하 광산(Underground Mine)은 노천광(Open Pit)과 달리 지하 깊숙한 곳에 매장된 광물을 채굴하기 위해 터널·갱도를 뚫는 방식이다. 엘 테니엔테처럼 4,000km가 넘는 갱도를 보유한 사례는 드물며, 안정성 확보를 위한 지반 공학·환기 기술이 핵심이다.
스마트 헬멧은 작업자의 호흡 환경을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센서, 통신 장치를 장착한 보호구로, 산소 부족·가스 누출 등 위험 징후를 즉각 경고한다.
기자 분석
전망 : 코델코는 최근 수년간 노후 광산 설비 교체 지연과 생산차질로 인해 국제 신용평가사로부터 “전망 부정적” 조정을 받아왔다. 이번 사고는 경영진이 강조해온 “안전·생산성 균형” 전략의 시험대가 된 셈이다. 부분 재가동 승인은 단기적으로 생산 공백을 메울 수 있으나, 재발 방지를 위한 장기적인 설비·안전 투자 확대가 필수적이다.
향후 투자자들은 코델코의 ① 완전 가동 시점, ② 연간 생산 목표 달성 가능성, ③ 추가 안전 투입 비용을 주목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구리 가격이 에너지 전환·AI 데이터센터 인프라 확대 등에 힘입어 구조적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공급 측면의 불확실성이 프리미엄을 형성할 가능성이 크다.
결론적으로, 엘 테니엔테 광산의 정상화 속도는 2025년 하반기 구리 시장과 칠레 국가 재정에 직접적인 변수로 작용할 것이며, 이번 노동감독청 승인은 그 첫 단추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