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폴레, 수요 부진에 올해 매출 전망 세 번째 하향 조정

치폴레 멕시칸 그릴(Chipotle Mexican Grill)2025 회계연도 연간 매출 전망을 또다시 낮추며 소비 둔화의 여파가 패스트캐주얼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재확인했다.

2025년 10월 29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치폴레 경영진은 실적 발표 자리에서 “올해 들어 세 번째로 가이던스를 하향 조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회사는 2025 회계연도 동일 매장 매출(컴퍼러블 세일즈) 증가율 전망치를 전년 대비 ‘한 자릿수 초반 감소(로우 싱글 디클라인)’으로 수정했다. 이는 직전 전망치였던 ‘전년 수준 유지(플랫)’에서 한 단계 더 후퇴한 수치다. 금융정보업체 LSEG가 집계한 월가 컨센서스(–0.28%)보다도 비관적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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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가이던스 조정의 배경에는 고물가 장기화, 정부 셧다운 장기화 우려 등으로 소비자 심리가 위축된 점이 자리한다. 그동안 비교적 여유가 있는 소득층을 주고객으로 확보해 온 치폴레조차 ‘외식 지출 축소’라는 흐름을 피하지 못했다. 이는 업계 내에서 “마지막 보루가 무너졌다”는 평가를 낳는다.

시장조사업체 플레이서에이아이(Placer.ai)가 집계한 발걸음(풋트래픽) 데이터에 따르면, 7~9월(3분기) 치폴레 매장 방문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0.5% 증가에 그쳤다. 같은 기간 패스트캐주얼(Fast-Casual) 부문 전체 방문객 증감률 0.7%를 밑도는 수치다.

패스트캐주얼이란?
패스트캐주얼 레스토랑은 패스트푸드보다 높은 재료 품질과 맞춤형 메뉴를 제공하면서도 풀서비스 레스토랑보다 빠르고 합리적인 가격을 앞세우는 외식 모델을 뜻한다. 치폴레, 파네라브레드, 샤케샤크 등이 대표 사례다.

치폴레가 속도를 조절하는 또 다른 요인으로는 식재료·인건비 상승이 꼽힌다. 경영진은 이번 컨퍼런스콜에서 “원가 부담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며 “소비자 가격을 추가 인상할지 여부를 충분히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 셧다운 우려 역시 변수로 떠올랐다. 미국 연방정부가 재정지출안 합의에 실패해 부분 폐쇄에 들어갈 경우, 공무원 임시 해고 및 소비 둔화가 소득 상위 계층까지 번질 가능성이 있다. 업체 측은 “비즈니스여건을 보수적으로 가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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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폴레의 연간 가이던스 하향은 올해만 세 번째다. 1월 실적발표에서 2025년 매출 성장률을 ‘중한 자릿수(미드 싱글 디짓)’로 제시했다가 4월 ‘한 자릿수 후반(하이 싱글)’으로 낮췄고, 7월에는 ‘0% 내외(플랫)’로 조정한 바 있다.

당초 월가에서는 치폴레가 가격 인상 효과와 매장 확장 전략을 바탕으로 올해 실적 방어에 성공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고금리·고물가 악재가 장기화하면서, 소득 상위 20% 소비자조차 지출 패턴을 재조정하는 흐름이 뚜렷해졌다. 이번 실적 전망 하향은 그러한 추세가 실제 매출로 반영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시장 반응과 향후 관전 포인트

실적 발표 직후 치폴레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약세를 보였다. 투자자들은 “매출 가이던스 하향 → 추가 가격 인상 압력 → 고객 이탈 가속”이라는 부정적 피드백 루프 형성을 우려한다. 특히 불과 3개월 만에 다시 전망을 내린 만큼, 시장의 신뢰도 타격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다만 일부 애널리스트는 “치폴레가 타 브랜드 대비 높은 브랜드 충성도를 보유하고, 매장 내·외(오프라인·디지털) 채널 다변화에 성공했다”는 점을 거론하며 장기적 경쟁력에는 변함이 없다고 평가한다. 실제로 동사는 최근 멤버십 프로그램 강화, 라이선스 상품 출시 등 비(非)매장 매출 다각화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향후 투자자들이 주시할 지표는 ▲동일 매장 객단가(체크당) 변동 ▲원가율 추이 ▲마케팅·프로모션 비용 증가 여부 등이다. 특히 원가율 면에서 육류·유제품 가격이 안정화될 경우, 수익성 개선 폭이 예상보다 크게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전문기자 시각

이번 가이던스 하향은 ‘고소득층 방어막’이 깨지는 순간이었음을 시사한다. 과거 불황기마다 패스트푸드가 최후의 소비자로부터 버텨냈다면, 2020년대 들어서는 패스트캐주얼이 그 역할을 대신할 것이란 견해가 우세했다. 그러나 치폴레 사례는 금융 환경이 충분히 까다로울 경우, 가격·품질·속도 삼박자로 무장한 비즈니스 모델도 한계에 직면할 수 있음을 드러냈다.

이 같은 흐름은 외식업 전반에 의미심장한 시그널을 던진다. 중·고가 라인을 겨냥한 카페 체인, 샐러드 전문점 등이 매장 확장과 리브랜딩에 나서고 있으나, 소비 양극화 심화가 지속될 경우 성장 궤적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업계는 메뉴 단가 재조정, 충성고객 락인 전략, 비외식 IP 사업 강화라는 세 가지 축을 동시에 추진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성장주 밸류에이션이 거품인지, 혹은 일시적 조정인지를 판별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4분기 성수기(연말·휴가 시즌) 동안 매장 방문 흐름과 모바일 주문 건수가 얼마나 회복되는지가 단기 주가 변동성을 좌우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