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의 취리히보험(Zurich Insurance)이 영국의 특수보험사인 비즐리(Beazley)에 대해 인수 제안을 상향했다. 취리히는 기존 제안을 재검토한 끝에 총 80억 파운드(약 109억 7천만 달러)1 규모의 인수를 제안하며, 주당 1,310펜스(현금)와 최대 25펜스의 허용 배당을 합산할 경우 주당 최대 1,335펜스로 비즐리의 몸값을 산정했다.
2026년 2월 4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비즐리 이사회는 취리히가 형식적인 확정 제안을 하면 이를 권고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비즐리는 앞서 취리히가 제시한 1,280펜스 제안(1월)과 지난해 6월의 1,315펜스를 모두 거절한 바 있다.
시장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비즐리 주가는 한때 최대 9% 상승해 역대 최고치인 1,265펜스를 기록했다. 취리히는 이번 제안으로 유럽 내에서 특수보험 영역에서의 지위를 강화하고, 특히 사이버, 해상(마린), 항공·우주, 미술품 보험 등 전문영역에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게 된다. 취리히는 또한 미국 노출과 약세 달러로 인한 성과 부담을 완화하려는 전략적 의도도 가진 것으로 보인다.
“발표 이후에는 경쟁 제안 가능성과 거래 종결 위협 측면에서 리스크가 낮아 보인다.”라고 자문사 MKI Global의 최고경영자 마크 켈리(Mark Kelly)는 평가했다.
취리히와 비즐리는 공동성명에서 “취리히는 비즐리에 대한 확인 실사(confirmatory due diligence)를 개시하고, 비즐리와 협력해 구속력 있는 제안 발표를 추진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영국 인수·합병 규정에 따르면, 취리히가 형식적 제안을 하려면 2월 16일까지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비즐리 이사회는 밝혔다.
용어 설명 — 특수보험(specialty insurance)이란?
일반적으로 보험은 자동차, 주택, 생명보험 등 대중적 리스크를 다루는 반면, 특수보험은 표준화되기 어려운 고위험·저빈도 리스크를 다룬다. 이번 사례의 비즐리는 사이버 위험, 해상(마린), 항공 및 우주 관련 리스크, 고가 미술품 보험 등 전통적 보험사가 취급하기 힘든 영역에서 전문성을 가진 업체다. 이러한 분야는 손해 발생 때 발생하는 규모가 클 수 있으나 전문화된 언더라이팅(위험평가)과 재보험 구조를 통해 수익성과 마진을 확보하는 특징이 있다.
영국 인수 규정과 ‘허용 배당(permitted dividends)’의 의미
취리히가 제시한 조건에는 주당 최대 25펜스의 허용 배당이 포함돼 있다. 이는 인수 조건에 따라 일정 기간 동안 배당이 허용되는 형태로, 인수 시점 전후의 배당 지급을 통해 주주에게 추가 현금가치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또한 영국의 기업결합·인수 규정은 제안 일정과 공시 의무, 권고·거부 결정을 명확히 규정한다. 비즐리 이사회가 언급한 2월 16일은 취리히가 형식적이고 구속력 있는 제안을 제출해야 하는 기한을 의미한다.
거래의 전략적 의미와 시장 영향 분석
이번 제안은 몇 가지 면에서 의미를 가진다. 첫째, 취리히는 비즐리 인수를 통해 특수보험 분야의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전문 역량 확보를 기대한다. 사이버 보험과 항공·우주 보험 등은 성장성이 높고 고부가가치 영역으로 평가되며, 글로벌 데이터·디지털화의 진전에 따라 수요가 확대될 전망이다. 둘째, 비즐리를 통한 영국 시장 내 입지 강화는 유럽 내 전략적 확장 뿐 아니라, 미국 중심의 수익구조에 편중된 취리히의 리스크 분산에도 기여할 수 있다.
시장 측면에서는 단기적으로 비즐리 주가의 강세가 예상된다. 이미 주가가 발표 직후 급등한 점은 투자자들이 이번 제안을 실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했음을 시사한다. 또한 MKI Global의 평가처럼 경쟁입찰(최종적으로 더 높은 제안 등장) 가능성과 규제·승인 리스크가 크지 않다고 본다면 종결 리스크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주의할 점도 존재한다. 인수 후 통합 과정에서의 문화·운영 통합, 계약 포트폴리오 재평가, 재보험(리스크 분산 구조)의 재조정 등이 필요하다. 특히 특수보험 영역은 전문 인력과 언더라이팅 철학이 기업 가치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취리히가 비즐리의 전문성을 어떻게 보존하면서 스케일 이코노미를 달성할지 여부가 성과의 관건이다.
기타 주요 사실
취리히는 이번 거래 발표 직전인 월요일에 비즐리 지분 1.47%를 공시(디스크로저)했다. 환율 기준으로 제안 가치는 달러 환산 시 약 $109.7억로 표기되며, 기사 말미에 표기된 환율은 $1 = 0.7292파운드이다. 이러한 지분 공개는 종종 인수 전 지분 취득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향후 일정과 기대
비즐리 이사회가 밝힌 바와 같이, 취리히가 2월 16일까지 형식적 제안을 하게 되면 비즐리 이사회는 이를 권고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정할 가능성이 크다. 이후 실사와 규제 검토, 주주 승인 절차 등을 거쳐 최종 거래가 성사되면 유럽 보험업계에서 다시 한 번 크로스보더 인수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주: 본문에 사용된 금액 단위와 환율은 발표 시점의 공시를 기준으로 표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