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총리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가 2월 8일로 임시총선을 선언하면서 재정지출 확대(리플레이션) 기조를 지지받고자 하는 시도가 채권금리를 수십년래 최고 수준으로 밀어올렸다. 이는 일본의 재정 악화 우려가 커진 데 따른 결과이며, 각 정당의 선거 공약과 지도부 발언을 바탕으로 주요 정당들의 핵심 경제정책을 정리한다.
2026년 1월 23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전임자 이시바 시게루(Shigeru Ishiba)를 이어 집권 자민당(LDP) 내에서 보다 공격적인 재정지출 확대를 주도해 왔으며, 장기간 유지돼 온 재정긴축 목표를 희석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재정정책 방향은 국채금리 상승과 엔화 변동성 확대를 초래하면서 시장의 경계심을 자극하고 있다.
자민당(LDP)
다카이치 총리는 ‘지나치게’ 긴축적인 재정정책을 끝내겠다고 약속했으며, 식품 소비에 부과되는 8%의 간이 과세(식료품 대상 소비세) 부과를 2년간 유예하겠다고 공약했다. 정부가 추가 채무 발행은 하지 않겠다고 했으나, 세수 부족을 어떻게 메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당의 선거공약(매니페스토)에는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다른 정당과 시행 시기와 재원조달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문구가 포함돼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12월 일본은행(BOJ)의 금리인상을 일정 부분 수용해 엔화 급락을 억제하려는 태도를 보였으나, 선거 승리는 차후 차입비용 추가 인상에 반대하는 리플레이션 성향의 자문그룹을 더욱 고무시켜 금리 추가 인상을 막으려는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분석가들은 다카이치의 재정정책이 이미 목표치를 상회한 물가상승률을 더욱 자극할 수 있으며, 수요 부진이 원인이 아닌 노동력 부족과 공급제약 문제를 겪는 경제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일본혁신당(이신·ISHIN)
우익 성향의 이신은 10월 다카이치의 총리 당선 시 의회 내 표 확보에 도움을 주었고 자민당과 연립을 구성했다. 이신은 전통적으로 규제 완화와 비효율적 지출 삭감에 초점을 맞춰 왔으나, 이번에는 자민당과의 정책 합의의 일환으로 식품 대상 8% 세율 유예를 2년간 시행하는 데 찬성하며, 추가 채무 없이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중도개혁연합(CRA)
헌법민주당(Constitutional Democratic Party of Japan)과 또 다른 야당 고메이토(Komeito) 사이에서 결성된 중도개혁연합(CRA)은 분열된 국제정세 속에서 중도 노선을 표방한다고 설명한다. CRA는 올해 가을부터 식품에 대한 8% 소비세를 영구적으로 폐지할 것을 요구하며, 초기 재원은 정부 비축액(예비비)을 활용하겠다고 했다.
중장기 대책으로는 정부 비축자금과 일본은행의 상장지수펀드(ETF) 보유분을 활용해 수익을 창출하는 국부펀드(sovereign wealth fund)를 설립하자는 제안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지나친’ 엔화 약세를 바로잡아 물가상승을 가속화하는 요인을 완화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식료품·연료 등 생활필수품 가격 인하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국민민주당(DPP)
전 재무성 관료인 다마키 유이치로(玉木雄一郎)가 이끄는 국민민주당(DPP)은 과거 선거에서 가계의 실질 구매력을 높이는 공약으로 의석을 늘려왔다. 당은 매년 5조엔(약 315억 달러※) 규모의 교육채권을 발행해 보육·교육·과학연구 지출을 두 배로 늘리자는 정책을 제시했다. 또한 임금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을 안정적으로 상회할 때까지 소비세율을 5%로 인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다마키는 소비세 인하는 수요부진으로 경제가 악화되는 경우에만 단행해야 하며, 가계에 즉각적인 생활비 경감을 제공하기에는 실행 속도가 충분치 않다고 주장했다. 또한 일본은행은 중소기업이 지속적으로 약 5% 수준의 임금인상을 달성할 수 있다면 금리 인상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세 인하는 경제가 약화될 때만 고려해야 하며, 일시적 완화는 가계의 즉각적 부담 경감에 충분하지 않다.” — 다마키 유이치로
산세이토(SANSEITO)
한때 주변부의 극우 정당이던 산세이토는 지난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일본 우선(Japanese First)’ 캠페인으로 큰 성과를 거두며 유권자 생활 재건을 내세웠다. 산세이토는 소비세의 전면 폐지를 주장하고 있으며, 현행의 ‘긴축’ 재정정책을 전면 개편해 지출을 확대할 것을 요구한다.
통화정책에 대해 당 지도자 카미야 소헤이(神谷宗幣)는 일본은행이 금리를 너무 빠르게 인상하고 있을 수 있으며, 추가 인상은 연약한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앙은행 독립성이 중요하다고 하면서도, 독립성 보호에만 과도하게 집착할 경우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과 보조를 맞추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중요하지만, 그 보호에만 치우치면 정부의 재정확대와 보조를 맞추지 못해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 카미야 소헤이
용어 설명
본 기사에서 자주 등장하는 주요 용어를 간단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소비세(Consumption Tax)는 상품과 서비스에 부과되는 일반적인 간접세로, 일본에서는 식료품에 대해 별도의 간이 과세율(예: 8%)을 적용해 왔다. 리플레이션(reflation)은 물가와 경제활동을 부양하기 위해 재정·통화정책을 완화하는 정책 기조를 뜻한다. 국부펀드(sovereign wealth fund)는 정부가 보유한 자산을 투자해 수익을 창출하는 기금으로, 장기적 재원 확보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일본은행(BOJ)의 정책금리와 자산매입 기조 변화는 채권시장과 환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시장 및 경제적 영향 분석
단기적으로는 다카이치 총리의 선거 선언과 자민당·연립당의 소비세 유예 공약이 국채 수익률 상승(다년 최고치)과 엔화 약세 우려를 자극해 금융시장 변동성을 키운 점이 확인됐다. 재정지출 확대는 가계와 기업의 단기 실질구매력 개선 및 내수 진작 효과를 가져올 수 있으나, 재원을 어떻게 확보하느냐에 따라 중장기적 재정건전성에는 부담을 가중시킬 위험이 있다.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영향이 예상된다. 첫째, 재정지출 확대와 소비세 인하가 동시에 진행되면 단기 물가상승(인플레이션) 압력이 강화될 가능성이 높아 금융당국과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선택폭을 좁힐 수 있다. 둘째, 국채 발행 확대에 대한 시장의 불안으로 채권수익률이 상승하면 국채 보유 비용은 증가하고, 이는 장기적으로는 재정지표(국가채무비율 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셋째, 엔화 약세는 수입품 가격 상승을 통해 생활물가를 자극할 수 있으며, 이는 실질임금과 소비 행동에 복합적인 영향을 준다.
일본은행의 정책 선택은 향후 시장 흐름을 좌우할 핵심 변수다. 만약 BOJ가 금리인상을 이어갈 경우 단기적으로는 엔화 강세와 채권시장의 안정이 나타날 수 있으나,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과 충돌할 경우 채권시장에는 추가적인 변동성이 발생할 수 있다. 반대로 BOJ가 완만한 정책기조를 유지하거나 금융완화를 지속하면 실질적인 국채금리 상승 압력은 완화될 수 있으나, 이는 장기적으로 물가 궤도와 재정건전성에 대한 의구심을 증폭시킬 수 있다.
투자자와 정책결정자들은 향후 몇 달간 발표될 예산안, 국채발행 계획,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회의 성명, 그리고 임금 협상 결과(특히 중소기업의 임금상승 지속성)를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 시장은 이러한 신호들을 바탕으로 채권수익률, 환율, 주식시장에 빠르게 반응할 것이며, 정책의 일관성과 재원조달 방안의 명확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변동성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결론
요약하면, 2026년 2월 8일로 예정된 총선은 일본의 재정·통화정책 방향성에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자민당 주도의 재정확대와 연정의 소비세 유예 제안은 단기적 경기부양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나, 명확한 재원조달 방안 부재는 채권시장과 환율을 통해 재정건전성 우려로 연결될 위험이 있다. 각 정당의 공약은 표층적으로는 생활비 경감과 경제활력 회복을 약속하고 있으나, 시행 시기·재원·통화정책과의 정합성 여부가 향후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을 결정할 핵심 요소라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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