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E 선물 시장에서 거래되는 코코아 가격이 급락했다. 25일 기준 뉴욕 ICE 9월물(종목 코드 CCU25)은 전장 대비 -3.74%(-316달러) 하락해 파운드(lb)당 8,119달러에 마감했고, 런던 ICE 9월물(CAU25)은 -2.23%(-122파운드) 떨어져 톤(t)당 5,343파운드에 장을 마쳤다.
2025년 7월 25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최근 가격 하락의 직접적인 배경은 세계적인 초콜릿 수요 감소다. 스위스 프리미엄 초콜릿 기업 린트 & 슈프륭글리(Lindt & Sprüngli) AG는 23일(현지시간) 올해 상반기 초콜릿 판매가 예상보다 크게 감소했다며 연간 마진 가이던스를 하향 조정했다. 이어 글로벌 원재료 공급사 바리칼리바우트(Barry Callebaut) AG도 불과 석 달 만에 두 번째로 판매량 전망을 내렸다. 회사는 3~5월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9.5% 줄어 10년 만의 최대 분기 감소폭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가격은 장 초반 아이보리코스트(코트디부아르) 수출 둔화 우려로 2주 만에 고점을 시도했으나, 수요 측 리스크가 부각되며 낙폭을 키웠다. 아이보리코스트 정부 자료에 따르면 10월 1일부터 7월 20일까지 현지 농가가 선적한 코코아는 연간 누적 174만t으로 전년 대비 +6.1% 증가했지만, 지난해 12월 +35% 급증세에 비하면 둔화됐다.
공급·수요 지표가 던지는 신호
한편
“런던 코코아 선물에 대한 펀드의 순쇼트 포지션이 6,361계약으로 2년래 최대”
라는 ICE 퓨처스 유럽 통계가 발표되면서, 쇼트커버링(매도 포지션 청산) 가능성이 단기 반등 변수로 거론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주 뉴욕·런던 양 시장 가격은 각각 8개월·17개월 만의 저점을 찍었다.
수요 약세는 분명하다. 유럽 코코아협회(ECA)는 2분기 유럽 분쇄량이 전년 대비 -7.2%(331,762t) 감소했다고 발표했는데, 애널리스트 예상치(-5%)를 하회했다. 아시아 코코아협회 역시 같은 기간 아시아 분쇄량이 -16.3%(176,644t) 줄어 8년 만의 최소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북미 분쇄량은 -2.8%(101,865t) 감소하며 상대적으로 낙폭이 적었지만, 글로벌 수요 위축 흐름을 뒤집기엔 역부족이다.
재고·작황 변수
미국 항만에 보관된 ICE 모니터링 재고는 23일 236만8,141포대(10.5개월 만의 최고치)로 늘어, 공급 우위 관측을 강화했다. 여기에 주요 산지 중 하나인 가나는 2025/26년 생산량이 65만t으로 전년 대비 +8.3%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아이보리코스트는 9월까지 이어지는 세컨드(미드) 크롭 품질에 대한 불안이 남아 있다. 현지 가공업체들은 트럭 한 대당 불량률이 5~6%에 달한다고 호소했는데, 주수확기 평균 1% 대비 크게 높은 수준이다. 라보뱅크(Rabobank)는 “늦은 우기로 생육이 제한돼 콩이 작고 손상된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올해 미드 크롭 예상 생산량은 40만t으로 전년(44만t) 대비 -9% 감소할 전망이다.
국제 코코아기구(ICCO) 전망
ICCO는 5월 30일 보고서에서 2023/24 시즌 세계 코코아 공급 부족분을 -49만4,000t으로 상향 조정, 60년 만에 최대 적자를 예고했다. 생산량은 전년 대비 -13.1%(438만t) 급감했고, 재고/분쇄 비율은 27.0%로 46년 저점을 기록했다. 다만 2024/25 시즌에는 14만2,000t 흑자로 전환될 것이라며 +7.8%의 생산 반등(484만t)을 가정했다.
※ 용어 설명
• 분쇄량(Grindings): 코코아 원두를 갈아 코코아 버터·파우더로 만드는 과정으로, 실제 소비 수요를 가늠하는 핵심 지표다.
• 쇼트 포지션: 추후 가격 하락을 기대하며 매도 계약을 선취하는 투자 전략이다.
• 세컨드(미드) 크롭: 아이보리코스트·가나 등 서아프리카 산지에서 4~9월 수확하는 소규모 추가 작황을 의미한다.
기자 관전평
가격이 기술적 지지선 아래로 내려앉은 상황에서, 단기적으로는 쇼트커버링 및 아이보리코스트 품질 리스크가 반등 촉매가 될 수 있다. 그러나 ①유럽·아시아 소비 부진, ②미국 재고 증가, ③가나·나이지리아 생산 회복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중·장기 하락 압력이 더 크다는 판단이다. 특히 초고가 원재료 부담이 이어지면 초콜릿 제조사들이 판가 인상을 꺼리거나 제품 구성을 축소해 수요 회복이 지연될 소지가 크다.
계절적으로 8~9월은 산지 매수세가 약해지는 ‘수요 공백기’다. 따라서 선물 시장에선 10월 이후 주요 바잉 시즌(할로윈·연말) 수요를 확인하기 전까지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투자자라면 현물·선물 가격 차이, 펀드 포지션, 재고 흐름을 종합적으로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