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목적합병회사(SPAC) 시장의 대표적 ‘큰손’으로 불리는 챠마스 팔리하피티야(Chamath Palihapitiya) 가 새로운 블랭크-체크 컴퍼니를 들고 돌아왔다.
2025년 8월 20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팔리하피티야는 ‘American Exceptionalism Acquisition Corp. A’(티커: AEXA)라는 이름의 SPAC을 통해 2억5,000만 달러를 모집하는 신주 발행 신고서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했다. 그는 2021년 이후 3년 만에 다시 한 번 공모 시장 문을 두드리며, 에너지 생산·인공지능(AI)·탈중앙화 금융(DeFi)·국방 등 네 가지 분야에서 인수합병(M&A) 대상을 찾겠다고 밝혔다.
📌 SPAC이란 무엇인가
SPAC은 회사 운영 실체 없이 “합병 전용”으로 설립되는 페이퍼컴퍼니다. 투자자는 주당 10달러를 내고 SPAC 주식을 매수한 뒤, 스폰서(설립자)가 2년 내 기업을 찾아 합병하면 해당 기업 주식으로 전환받는다. 전통적 기업공개(IPO) 대비 절차가 간편하고 신속하다는 장점이 있으나,
‘무엇을 살지 모른 채’ 돈부터 넣어야 한다는 구조적 위험이 존재한다.
워런트(warrant)와 파운더주는 SPAC 투자에서 핵심 변수다. 워런트는 향후 낮은 가격으로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이며, 파운더주는 스폰서가 거의 무상에 가깝게 받는 지분이다. 2020~2021년 SPAC 열풍에서 일반투자자 손실이 컸던 이유는, 합병 직후 스폰서가 파운더주와 워런트를 현금화하며 주가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 AEXA 구조: “이번엔 다르다”는 근거
팔리하피티야 측은 이번 SPAC에 워런트를 포함하지 않았다. 또한 스폰서가 보유할 파운더주 20%는 합병 완료 후 주가가 50% 이상 상승해야만 베스팅(가시화)된다. 주가가 오르지 않으면 해당 지분은 무가치가 된다. 그는 ‘투자자-스폰서 간 이해관계 정렬’을 내세우며 기존 SPAC 구조의 문제점을 보완했다고 강조했다.
“현재 전 세계에는 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비상장사가 700곳이 넘고, 미국 상장사는 1990년대 대비 2,000개나 줄었다. 전통 IPO를 꺼리는 우량 비상장사 수요가 충분하다.” – SEC 신고서 중
실제로 SEC 통계에 따르면 2020~2021년 사이 약 600개의 SPAC이 증시에 등장했고, 전체 합병 건수의 70% 이상이 합병 후 1년 내 주가가 순상장가(1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팔리하피티야가 이 점을 의식해 구조 개선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 팔리하피티야의 과거 성적표
그는 ‘IPOA’부터 ‘IPOF’까지 여섯 개 시리즈 SPAC을 런칭했다. 2025년 8월 19일 기준 YCharts 데이터에 따르면, 유일하게 수익을 안겨준 종목은 소파이 테크놀로지스(SoFi Technologies)로, 초기 10달러 투자 대비 130.2%의 총수익률을 기록했다. 반면 버진 갤럭틱(–98.5%), 클로버 헬스(–75%) 등은 대규모 손실을 남겼으며, 두 개의 SPAC(IPOD·IPOF)은 결국 목표 기업을 찾지 못해 원금을 돌려주고 청산됐다.
티커 | 합병 대상 | 현재가(달러) | 총수익률 |
---|---|---|---|
IPOA | 버진 갤럭틱 | 2.95 | -98.5% |
IPOB | 오픈도어 테크놀로지스 | 3.58 | -64.2% |
IPOC | 클로버 헬스 | 2.52 | -75% |
IPOD | N/A | N/A | 0% |
IPOE | 소파이 테크놀로지스 | 23.02 | +130.2% |
IPOF | N/A | N/A | 0% |
팔리하피티야는 2021년 바이오테크 전용 SPAC 네 개도 스폰서로 참여했다. 이 가운데 두 곳은 청산됐고, 나머지 두 곳 역시 10달러 공모가 대비 주가가 크게 하락한 상태다.
💡 투자자 주의사항 및 전문가 시각
SPAC 주식을 ‘합병 대상 발표 전’에 매수하는 행위는 본질적으로 고위험·고변동 투자를 의미한다. 아직 어떤 기업이 상장될지, 밸류에이션은 적정한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에너지, AI, DeFi, 국방은 모두
초기 성장 단계 기업이 즐비해 수익창출 구조가 불안정할 가능성이 높다. 안정적 현금흐름을 보유한 중·대형사가 SPAC을 통해 상장하는 사례는 드물다. 따라서 자금 규모·투자 기간·리스크 허용 범위를 냉정히 따져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구조 변경이 투자자-스폰서 이해 충돌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진 못하지만, “워런트 제외 + 파운더주 조건부 베스팅”은 확실히 긍정적 신호라고 평가한다. 다만 “이번엔 다르다”는 주장 자체가 시장에서 가장 위험한 단어라는 격언도 상기할 필요가 있다.
📝 기자 해설
팔리하피티야는 2020~2021년 SPAC 열풍의 상징이었으나, 이후 시장 환경이 급변했다. 미 연준의 금리 인상과 유동성 축소로 성장주 밸류에이션이 조정받으면서 다수 SPAC 합병주가 급락했다. AEXA가 성공하려면, ① 질 높은 딜 파이프라인, ② 시장 친화적 밸류에이션, ③ 합병 기업의 조기 현금흐름 창출이라는 세 가지 조건을 동시에 충족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번 신규 SPAC이 2021년의 ‘데자뷔’로 끝날지, ‘달라진 교훈’을 증명할지는 팔리하피티야의 딜 선정 능력과 매크로 환경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