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가 24일(현지시간) 채권 금리 급등이라는 복병을 만나 일제히 약세로 돌아섰다. 대표 지수인 S&P 500 지수는 ‑0.28% 내린 반면,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0.37%, 기술주 비중이 큰 나스닥 100 지수는 ‑0.31% 떨어졌다. 같은 날 12월물 E-미니 S&P 선물은 ‑0.27%, E-미니 나스닥 선물은 ‑0.34% 후퇴했다.
2025년 9월 24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4.15%로 2주 반 만의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주식 투자자들이 차익실현 매물을 쏟아냈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의 오스턴 굴즈비 총재가 ‘물가가 목표치보다 높아지고 있으며 잘못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경고한 점도 채권 매도를 부추겼다.
■ 경기·물가 지표: 서프라이즈 속출
시장에서는 이날 발표된 8월 미국 신규주택 판매가 전월 대비 20.5% 급증해 연율 80만 건(3년 반 만의 최고치)을 돌파했다는 사실이 가장 큰 이슈였다. 예상치는 65만 건에 불과했기 때문에 금리 상승 압력이 더욱 거세졌다는 분석이다. 미국 8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9월 미시간대 소비자심리 등 남은 주간 지표에도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MBA(전미주택대출협회) 자료에 따르면 9월 19일까지 한 주간 모기지 신청 건수는 전주 대비 0.6% 늘었다. 주택구입 목적 대출은 0.3%, 재융자 목적 대출은 0.8% 각각 증가했다. 평균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는 6.34%로 5bp 하락했다.
■ 섹터별 흐름: 반도체·에너지 ‘선방’
채권 금리 급등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업종은 오히려 지수 하락을 방어했다. 중국 알리바바가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를 기존 500억 달러에서 더 늘리겠다고 밝히자 AI 인프라 공급망 기대감이 확산됐다. 마벨테크놀로지(7%↑)는 50억 달러 규모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해 나스닥 100 지수 상승 종목 1위를 차지했다. 인텔(6%↑), ARM·퀄컴(+2%대) 등 다른 칩주도 동반 강세를 보였다.
국제유가(WTI)가 2% 넘게 급등하면서 필립스66(3%↑), 코노코필립스·데번에너지(2%↑) 등 정유·탐사 기업도 튼튼한 모습을 보였다. 석유서비스 업체 베이커휴스, 다이아몬드백에너지, 셰브런 등도 1% 이상 상승했다.
반면 개별 악재가 있는 종목은 가차 없이 두들겨 맞았다. 프리포트-맥모란은 인도네시아 그라스버그 광산에서 발생한 사망 사고로 구리 공급 계약에 ‘포스마주르’를 선포하고 생산을 중단해 16% 급락했다. 블룸에너지(-10%), 아카디아 파마슈티컬스(-9%), 제임스하디(-4%) 등도 각각 투자지표 하향, 임상 실패, 이익률 전망 하락 등의 요인으로 두 자릿수 혹은 큰 폭의 하락을 기록했다.
■ 연준 정책 기대와 시장 베팅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10월 28-29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25bp(0.25%포인트) 기준금리 인하가 단행될 확률은 92%로 집계됐다. 다만 굴즈비 총재의 ‘물가 재상승’ 발언이 점도표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미지수다.
주: T-note는 만기 10년의 미국 재무부채권으로, 쿠폰금리가 고정돼 있으며,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벤치마크 역할을 수행한다. FOMC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통화정책 결정기구로, 금리·양적완화(QE) 등을 결정한다.
■ 기업 실적 가이던스 개선
블룸버그 인텔리전스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S&P 500 상장기업의 22% 이상이 3분기 실적 전망치(가이던스)를 상향 조정, 애널리스트 예상치를 뛰어넘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1년 만에 최고 비율이다. S&P 500 기업의 3분기 순이익 증가율 컨센서스도 6.7%에서 6.9%로 상향됐다.기업 실적 개선은 주가 하방을 지지할 수 있는 핵심 동력으로 평가된다.
■ 유럽·아시아 증시 동향
같은 날 유로 Stoxx 50 지수는 ‑0.14% 하락했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0.83%, 일본 닛케이225 지수는 0.30% 각각 상승 마감했다. 독일 9월 IFO 기업환경지수는 87.7로 예상치(89.4)를 밑돌아 경기 둔화 우려를 재확인했다.
채권시장에서는 독일 10년물 국채금리가 2.748%로 0.1bp 하락했고, 영국 10년물 길트금리는 4.669%로 1.1bp 내렸다. 그러나 미국 5년물 국채 700억 달러 규모 입찰의 응찰률(bid-to-cover)이 2.34로 10회 평균(2.38)을 밑돌아 수요 부진이 확인되면서 미 국채 가격은 약세를 면치 못했다.
■ 개별 종목 움직임
• uniQure는 헌팅턴병 치료제 AMT-130의 임상 1/2상에서 통계적 유의성 확보 소식에 240% 급등했다.
• 일렌(IREN)은 애리트 증권이 78달러 목표가로 커버리지를 개시하면서 13% 상승했다.
• 토르 인더스트리스는 4분기 매출이 25억 2,000만 달러를 기록해 예상치(23억 3,000만 달러)를 크게 상회, 6% 뛰었다.
• 제너럴모터스(GM)는 UBS가 투자의견을 ‘매수’로 상향하고 목표주가를 81달러로 제시하자 2% 이상 올랐다.
이날 장 마감 후 기준, 액센츄어, 코스트코, 카맥스 등 주요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어 투자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기자 해설: 금리와 실적의 힘겨루기
연준이 실제로 10월에 금리를 내릴지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지정학적 리스크 없이도 미 국채 금리는 ‘강한 지표-완화 기대’ 간 불균형 속에서 4% 이상 레벨을 반복적으로 테스트하고 있다. 실적 개선 모멘텀이 확인되더라도, 꺾이지 않는 채권 금리는 성장주의 밸류에이션을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즉, 시장은 ‘완만한 국채금리 안정 + 실적 서프라이즈’라는 두 조건이 동시에 충족돼야 재차 상승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우리는 아직 매파(통화 긴축 선호)·비둘기파(완화 선호) 간 진검 승부가 끝나지 않았다고 본다.” – 마켓애널리스트 주석
따라서 투자자들은 단순히 ‘다음 회의에서 금리를 얼마나 내릴 것인가’보다 근원 PCE(연준이 선호하는 물가지표)의 추이를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8월 근원 PCE 상승률 예상치는 전월 대비 0.2%, 전년 대비 2.9%다. 만약 실제 값이 예상치를 웃돈다면 FOMC의 스탠스가 재차 매파적으로 기울 가능성이 높다.
■ 결론
이날 월가의 움직임은 “채권 금리가 주식시장 심리를 좌우한다”는 교훈을 또 한 번 상기시켰다. 10년물이 4% 중반 영역으로 진입하면 기술주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 입증됐다. 다만 AI와 에너지같이 장기성장 스토리가 굳건한 섹터는 조정장에서도 상대적 강세를 나타냈다. 향후엔 연준 이벤트 외에도 노동시장·주택시장 지표가 동시다발적으로 발표되는 만큼 투자자들이 ‘데이터 의존적’ 접근법을 유지해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