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닫고 사무실 텅 비운 채 진행되는 베이징 ‘승리의 날’ 열병식, 일반인 관람 전면 통제

[베이징] 중국 정부가 제2차 세계대전 태평양 전선 종전 80주년 기념일인 ‘승리의 날’(Victory Day)을 맞아 대규모 군사 열병식을 준비하고 있지만, 일반 시민에게는 열병식 현장을 전면 비공개하기로 결정했다.

2025년 9월 3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은 이번 행사에 20개국 이상의 정상급 인사만 초청했으며,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직접 열병식을 주재한다.

열병식 준비 현장

주목

정상급 초청 명단과 정치적 상징성

시 주석은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비롯해 총 20여 명의 세계 각국 정상들을 초청했다. 이는 중국이 “역사적 승리”를 기념하는 동시에 글로벌 영향력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미국 외교협회(Council on Foreign Relations)의 선임연구원인 Carl Minzner는 “이번 열병식은 철저히 무대 연출된 정치적 퍼포먼스”라며 “중국 내부 현실과 달리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인다는 오해를 유발할 위험이 있다”고 분석했다.

“관영 TV 화면에 비치는 것은 공산당이 모든 것을 통제하고 있다는 이미지다. 이는 중국 내 잠재적 불만 세력이 어떤 돌발 행동을 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목적이다.” — 칼 민즈너


철통 보안‧도심 봉쇄 규모

열병식 주무대가 될 톈안먼(天安門) 광장과 이를 가로지르는 창안(長安)대로 일대 6제곱마일(약 15.5㎢) 구역이 완전 봉쇄됐다. 이는 뉴욕 센트럴파크 면적(3.41㎢)의 약 4배에 달하는 규모다.

행진로 인근 빌딩 관리사무소들은 9월 2일 화요일 저녁부터 열병식 종료 후까지 창문을 꼭 닫고, 사무실에 머무르지 말라는 공지를 입주민과 근무자에게 전달했다. 지하철 역사는 물론 상점들도 모두 문을 닫았으며, 경찰 검문이 대폭 강화됐다.

주목

일반 대중이 접근할 수 있는 최단 거리는 차선 하나 너머로 제한됐고, 그마저도 철제 펜스와 가림막이 이중 설치돼 있다. 일부 교통용 펜스는 무지개색으로 칠해져 있어 ‘축제 분위기’를 연출하려는 시도가 엿보인다.


전시될 최신 무기 체계

중국 국방부는 이번 열병식에서 ‘국산 현역 장비’(domestically produced, active-duty)라는 점을 강조하며, 다음과 같은 무기 체계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전차(Tank), 전투기(Fighter Jet), 드론(Drone)
  • 전자교란(Electronic Jamming) 시스템
  • 극초음속 미사일(Hypersonic Missile)

또한 45개 편제(Formations)의 병력이 행진하며 중국군의 ‘전력(戰力)’을 과시할 예정이다. 시 주석은 톈안먼 광장의 단상에서 사열(檢閱)을 실시해 부대의 결속을 직접 점검한다.


용어 설명: ‘창안대로’와 ‘승리의 날’

창안대로(長安街)는 베이징 도심을 동서로 관통하는 상징적 도로로, 국가적 행사와 열병식의 주무대로 사용된다. ‘승리의 날(Victory Day)’은 1945년 9월 3일 중국이 일본의 항복을 공식 선언한 날을 기념하는 국가 공휴일이다. 중국 정부는 이 날을 통해 반파시즘 전쟁 승리국가 정통성을 강조해 왔다.


공개 통제와 대내외 메시지

CNBC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행사 중 불상사를 방지하고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라는 명목으로 일반 시민의 현장 참관을 금지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를 정치적 이미지 관리여론 통제 차원에서 해석한다.

민즈너 연구원은 “중국 내부의 불만이 어느 정도 누적됐다고 판단되는 상황에서, 당국은 작은 변수조차 허용하지 않으려 한다”며 “이를 통해 중국 국민에게 ‘당이 모든 것을 장악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진핑·푸틴·김정은 열병식 참석 예고

실제로 지난 2015년 9월 3일 열린 ‘70주년’ 열병식에도 당시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과 시진핑 주석, 푸틴 대통령이 나란히 중앙 단상에 섰다. 중국 정부는 당시에도 출입 제한·교통 통제·항공 금지구역을 설정해 ‘완벽한 장면’을 보장한 바 있다.


전문가 분석

중국 정치 연구자들은 이번 비공개 열병식을 통해 중국 공산당의 체제 안정성과 군사력을 동시에 과시하려는 복합적 의도를 지적한다. 동시에 이 같은 ‘닫힌 이벤트’는 국제사회에 불투명한 중국이라는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극초음속 미사일전자 교란 시스템 등 첨단 무기의 등장은 미국, 일본 등과의 군사기술 경쟁 구도에서도 중요한 신호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실전 배치 여부와 성능 검증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장비를 과시하는 것만으로도 중국은 전략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베이징 시민들은 봉쇄 조치로 인해 출퇴근 지연, 상점 휴업 등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일부 시민들은 온라인상에서 “거리를 색색으로 칠한다고 해도 결국 통제일 뿐”이라는 반응을 보였으나, 관련 댓글 상당수는 곧 삭제되기도 했다.


향후 전망

전문가들은 사전에 검열된 화면을 통해 열병식을 시청하는 중국 내 대중 다수가 ‘체제 자신감’을 확인하는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내다본다. 동시에 국제사회는 베이징의 경직성거버넌스 투명성 문제를 다시 논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민즈너 연구원은 “이 같은 고도로 통제된 퍼포먼스는 단기적으로는 체제 결속에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국제적 신뢰도를 저해할 위험이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