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여행 산업의 유통 구조를 재편하면서 새로운 격변기가 도래하고 있다. 과거 오프라인 여행사, TV 홈쇼핑, 인터넷, 모바일 앱으로 이어진 변화마다 산업의 지형은 완전히 뒤바뀌었으며, 현재 그 무게추는 다시 AI로 이동 중이다.
2025년 7월 19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AI는 이미 항공권·호텔 검색 결과를 생성하고, 여행 수요자의 예약 결정 과정을 실시간으로 안내하는 차세대 배포 채널로 급부상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소비자는 여행 예약 방식을 바꿀 때마다 새로운 플랫폼을 선택했다. 오프라인 대리점을 TV 기반 채널이 대체했고, 이어 인터넷 포털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 주도권을 가져갔다. Booking.com은 이러한 변화를 발판 삼아 검색과 앱 두 영역에서 모두 1위를 지켜 왔으나, AI 시대에는 지위가 재정립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Booking.com은 핵심 사용자 참여 지표에서 선두를 달린다. 이 플랫폼의 이탈률(bounce rate)은 33.30%로 가장 낮고, 평균 체류 시간은 7분 59초로 가장 길다. 영국 애플 앱스토어 평점 역시 4.8점으로 최고 수준이다. 뚜렷한 경쟁우위의 배경에는 구글 광고 인프라와의 깊은 통합, ‘잔여 객실 수’ ‘동시 접속 중인 인원’ 등을 강조해 소비자 심리를 자극하는 설계가 있다고
Bernstein 애널리스트
들은 분석한다.
AI의 영향력 확대
AI 기반 어시스턴트의 존재감은 수치로 확인된다. 2025년 4월 ChatGPT 애플리케이션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 앱(5,200만 건)으로 기록됐으며, 스킵트(Skift) 설문에서는 응답자의 50%가 ‘향후 1년 이내 여행 계획에 AI를 활용하겠다’고 답했다.
구글은 항공편 검색의 7%, 호텔 검색의 최대 7%에서 AI 생성 응답을 이미 제공 중이다. 2025년 5월 기준, ChatGPT가 유입한 트래픽은 Booking.com 방문의 4.35%, Expedia 방문의 5.12%를 차지해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기존 소셜미디어를 앞질렀다.
그러나 구조적 한계도 존재한다. 현재의 대규모 언어 모델(LLM)은 변동성이 큰 실시간 요금·객실 재고를 안정적으로 조회하기 어렵다. 예컨대 Booking.com이 ‘최저가’를 제공하는 비율은 33%에 불과하며, Expedia는 9%에 머문다. 뉴욕 파크 하얏트와 같이 특정 객실 타입·재고를 온라인여행사(OTA)에 전혀 공개하지 않는 호텔도 있다. 더불어 미국 호텔의 13~15%는 OTA 자체에 노출조차 되지 않아 ‘정보 공백’이 발생한다.
OTA란? OTA(Online Travel Agency)는 항공권·숙박·패키지 상품을 대신 판매·예약해 주는 온라인 플랫폼을 뜻한다. 대표적으로 Booking.com, Expedia, Agoda 등이 있으며, 여행자에게는 가격 비교와 간편 결제를, 제휴 호텔에는 대규모 마케팅과 전 세계 노출을 제공한다.
새로운 도전자들의 부상
이 같은 한계를 겨냥해 신규 사업자가 잇달아 등장하고 있다. 구글·트립어드바이저 출신 경영진이 설립한 Directbooker는 ‘직접 예약’ 방식을 고수하되 호텔 멤버십 혜택과 전 객실 재고를 그대로 유지하게 해 준다. 이미 힐튼, 아코르, IHG, 프리미어 인과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또 다른 스타트업 Selfbook은 원클릭 결제 기능을 앞세워 퍼플렉시티 AI(Perplexity AI)와 통합됐다. OTA보다 낮은 중개 수수료를 제시하며, 호텔 측에는 수익률 개선을, 소비자에게는 간소화된 결제 경험을 제공한다.
메이저 호텔 브랜드 역시 AI 플랫폼과의 직거래를 통해 주도권 회수를 모색한다. 힐튼 최고경영자(CEO) 크리스 나세타는 “당사는 중개 단계를 건너뛰고 AI 플랫폼과 직접 협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AI 검색 결과가 ‘유료 위치’에 덜 의존하게 되면, 자체 브랜드 가시성과 가격 경쟁력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강자의 방어선, 그리고 향후 관전 포인트
현시점에서 Booking.com과 Expedia는 막대한 데이터 인프라와 AI 개발사 파트너십을 무기로 우위를 유지한다. 다만 직접 예약 툴, 호텔 체인, AI 태생 플랫폼이 저마다 점유율 확대에 나서면서 ‘다극 경쟁’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AI 알고리즘이 실시간 요금·재고 API와 완전히 통합될 경우, 데이터 정확도가 개선되고 사용자 만족도가 급격히 높아질 것으로 내다본다. 그 과정에서 누가 플랫폼 호환성을 선점하느냐가 승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힌다.
결국 차세대 여행 채널을 둘러싼 패권 전쟁은 이제 막 시작된 셈이다. 인공지능이 여행 계획 전 과정을 설계·추천·예약까지 아우르는 ‘토털 컨시어지’로 진화하는 시점, 플랫폼 생태계의 지배자는 다시 한번 교체될 가능성이 열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