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금융 인프라로 부상한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미국 달러의 글로벌 지배력과 금융 생태계 재편의 중장기 전망

차세대 금융 인프라로 부상한 스테이블코인 법제화의 중장기적 함의

2025년 5월 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비트코인 2025’ 컨퍼런스는 전통적인 암호화폐 논쟁을 넘어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정책·입법 논의의 전환점을 알렸다. 부통령 제이디 밴스는 “스테이블코인은 미국 달러의 무결성을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증진하는 요소”라고 발언했고, 상원에서는 GENIUS 법안에 대한 최종 표결이 임박했다. 이 같은 정책 전환은 단기적 호재를 넘어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금융 시스템과 미국 달러의 위상을 재편할 잠재력을 내포한다.


1.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현황과 주요 내용

CNBC, 로이터, Investing.com 등 복수 매체 보도에 따르면, 현재 미국 의회와 행정부는 다음과 같은 법제화 프레임워크를 추진 중이다.

  • 상원 GENIUS 법안: 스테이블코인 발행자에 대한 포괄적 규제 기준을 도입하고, 미국 국채 보유·투자 의무를 규정.
  • 하원 시장 구조 개편 법안: 금융 서비스위원회를 통해 7월 이전에 함께 통과 추진, 거래소·지급 결제 시스템과의 통합을 목표.
  • 행정부 실행명령: 재무부·Fed·증권거래위원회(SEC)의 협업체계 구축과 비환거래 플랫폼(OTC) 토큰화 추진.

구체적 의사일정을 정리하면 다음 표와 같다.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주요 일정
단계 주체 예상 시점 주요 내용
상원 표결 상원 금융위 2025년 6월 초 GENIUS 법안 최종 의결
하원 가결 하원 금융위 2025년 7월 전 병행 법안 통과
대통령 서명 백악관 2025년 8월 최종 법률화
행정부 규제 고시 SEC·Fed·재무부 2025년 하반기 규제 체계 구축

2.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 미치는 중장기적 영향

스테이블코인이 제도권 금융의 한 축으로 편입되면,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주요 변화를 촉발할 전망이다.

  • 결제 인프라 혁신: 블록체인 기반 결제 레일의 효율화로 결제 속도·투명성 향상
  • 달러 수요 증대: 발행 기반이 미국 국채가 되면서 외국 기관·투자자의 추가 수요 유발
  • 위험 관리 다각화: 펀드·연기금 등의 포트폴리오 다변화 및 헤지 수단으로 채택
  • 금융 포용 강화: 은행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계층에 대한 접근성 확대
  • 규제 공조 모델: SEC·Fed 간 협업 체계가 금융 규제 정책 전반으로 확장

특히, 달러 수요 증대 측면은 전 세계 외환 보유고와 비상금 시장에도 변곡점을 제공한다. 현재 외국 정부·중앙은행의 외환 보유고 중 달러 자산 비중은 60% 수준이다. 스테이블코인 채권 편입이 본격화되면, 해외 투자자는 직접 국채를 매입하기보다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로부터 토큰 형태로 달러·금리를 확보하는 것이 편리해질 것이다.


3. 주요 이슈와 리스크

3.1 규제 역기능 가능성

과도한 규제가 혁신을 위축하고, 자금이 해외로 이탈하는 ‘재규제 탈출(Reregulation Flight)’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예컨대, 법률 적용 대상이 광범위할 경우, 중소형 발행사·스타트업은 미국 대신 유럽·싱가포르로 본사를 이전할 가능성이 크다.

3.2 시스템 리스크 증폭

스테이블코인은 기초자산인 국채·단기 금융상품과 1:1 연동을 목표로 하지만, 만약 디펀딩·대규모 상환 요청이 동시에 발생하면 유동성 경색이 현실화될 수 있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머니마켓펀드(MMF) ‘블랙먼데이’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

3.3 기술·운영 리스크

블록체인 스마트컨트랙트 보안 취약성, 키(key) 관리 실패, 합법적 고객 확인(KYC)/자금세탁방지(AML) 미비 등도 잠재적 위험 요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대형 은행·핀테크 기업의 토큰화 경쟁으로 시스템 복잡도가 높아지면, 통합 감독의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


4. 미국 달러 주권 강화 전략으로서의 스테이블코인

부통령 밴스와 보 하인즈 재무부 디지털자산 위원장은 스테이블코인을 ‘달러 외교의 신(新)축’으로 정의한다. 기축통화의 지위는 단순히 통화공급량에 국한되지 않는다. 글로벌 공급망 결제, 원자재·에너지 거래, 점증하는 디지털 경제 환경에서 결제 중립성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다.

스테이블코인의 이점은 다음과 같다.

  • 전통적 외환시장의 제한(영업시간·접근성)을 탈피한 24시간 글로벌 결제
  • 투명한 온체인 추적으로 위조·사기 방지
  • 스마트컨트랙트 연동으로 복잡한 금융 상품·파생 거래 자동화 가능
  •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경쟁에 대한 보완적 역할

이로 인해 미국은 전통적 SWIFT 중심 통제 모델에서 벗어나, 민간·공공 영역이 결합된 디지털 달러 체계를 통해 달러 주권을 더욱 공고히할 수 있다. 유럽연합·중국·일본 등도 CBDC 개발에 박차를 가하지만, 미국이 먼저 민간 주도의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면 국제 통화패권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된다.


5. 시장 참여자별 중장기 전략 제언

5.1 기관투자가·연기금

  •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신용평가 모델 도입
  • 국채·RP 시장 대비 기대수익률·유동성 차별 분석
  • 포트폴리오 내 헤지·알파(alpha) 전략으로 토큰 채권 활용

5.2 핀테크·블록체인 기업

  • 차별화된 준법감시(KYC/AML)·보안 기술 확보
  • 글로벌 협력 네트워크 구축(은행·결제사업자·디앱 서비스)
  • 토큰화 파생서비스(대출·스왑·합성자산) 확대

5.3 금융당국·정책입안자

  • 단계적·유연한 규제체계 도입으로 혁신 저해 최소화
  • 국내외 감독기관 간 협의체(CRF·FSB 등) 활성화
  • 사례 기반의 샌드박스 확대

6. 결론 및 전망

스테이블코인 법제화는 금융 혁신과 규제의 교차점에서 벌어지는 거대한 정책 실험이다. 글로벌 금융 질서가 포스트금융위기를 거치며 다극화·디지털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선제적 규제 수용은 달러 주권을 재강화하고 차세대 결제 인프라 주도권을 확보하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다.

물론 충분한 모니터링과 리스크 통제가 수반되지 않으면 전통 금융시스템 불안, 기술 취약성, 규제 회피 등 부작용이 현실화될 수 있다. 다만 적절한 거버넌스 구축, 국제 공조, 기술·자본 집약형 혁신이 결합될 때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디지털 토큰을 넘어 미래 금융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투자자, 금융기관, 정책입안자 모두가 이 변곡점을 예의 주시하며 중장기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선도하는 스테이블코인 제도권 편입은 단순히 암호화폐 시장의 성숙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21세기 디지털 경제 패권을 쥐기 위한 필수 전초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