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차기 총리 레이스, 고이즈미 신지로 경제 공약
도쿄발—자민당(LDP) 차기 총재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은 임금과 생산성을 동반 제고해 인플레이션 국면에 대응하겠다는 구체적 경제 공약을 공개했다.
2025년 9월 20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고이즈미 후보는 도쿄에서 열린 출마 기자회견에서 “디플레이션 탈출에 초점을 맞춰 왔던 기존 정책 틀을 ‘인플레이션 시대’에 맞춰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비자물가 상승률(CPI)을 웃도는 임금 인상이 이뤄져야 가계 소비가 성장 엔진으로 작동할 수 있다”며 “경제가 정책의 최우선 과제”라고 선언했다.
정책 공조와 금융 정책 방향
고이즈미는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긴밀한 공조를 강조하며 “일본은행(BOJ)과 정부가 한 몸처럼 움직여야 물가 안정을 달성하고 견고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BOJ가 초저금리 정책에서 단계별 금리 인상으로 전환하는 시점에 나온 그의 발언은 시장 참가자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현재 BOJ는 단기정책금리 –0.1%를 사실상 탈피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며, “조기 통화 긴축”을 우려하는 재정 비둘기파와 성장 투자 확대를 요구하는 재계의 목소리가 엇갈리고 있다.
자민당 경선 구도와 정치 일정
10월 4일 실시되는 자민당 총재 경선은 고이즈미와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상이 2강 구도를 형성했다. 앞서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총재 선거 결과가 곧바로 차기 총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시바 정권에서 자민당은 중·참 양원 과반을 잃었기 때문에, 총재가 총리에 취임하더라도 국회 운영에는 진통이 예상된다.
재정정책 및 보완예산 계획
고이즈미는 총리에 취임할 경우 “물가 상승 충격 완화 대책 패키지”를 즉각 편성하고, 임시국회에 추가경정예산안(supplementary budget)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
재정 건전성을 염두에 두면서도 인플레이션으로 늘어난 세수 일부를 성장 정책에 투입할 수 있다
”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①휘발유세 인하, ②가계 소득세 공제 확대, ③평균 임금을 2030회계연도까지 1인당 100만 엔 인상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이 밖에도 민간 설비투자 세액공제 확대를 통해 생산 능력을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다.
시장 반응과 국채금리 변동
채권 시장에서는 차기 총리가 재정 지출을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며 초장기물(30년·4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상승세를 보였다. 초장기물은 만기가 길어 재정 건전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이번 경선이 ‘확장 재정 vs. 긴축 재정’ 구도로 비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한 투자자들은 BOJ의 추가 금리 인상 전망과 후보자들의 발언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카이치는 과거 BOJ의 금리 인상에 공개적으로 반대했으나, 이번 기자회견에서는 통화정책에 대해 언급을 피했다.
주요 용어 설명
초장기물 국채는 만기가 30년 이상인 국채로, 금리 변화에 민감해 정부의 재정 전략에 대한 신호를 파악할 때 자주 활용된다.
추가경정예산(추경)은 회계연도 중 예상치 못한 경제·사회적 요인에 대응하기 위해 편성되는 임시 예산을 의미한다.
향후 관전 포인트
경선 결과에 따라 일본의 재정·통화정책 지형이 크게 바뀔 수 있다. 고이즈미가 주장한 임금 주도 성장 전략이 지지를 얻을 경우, 기업의 인건비 부담과 인플레이션 추이가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반면, 다카이치가 승리해 통화완화 유지론이 힘을 얻으면, BOJ의 정책 정상화 속도는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
환율 측면에서는 달러/엔이 1달러당 147.94엔 전후에서 거래되는 가운데, 차기 총리가 시장 기대를 충족시키느냐에 따라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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