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적 위험 고조에 국제유가 상승세…폴란드·중동 긴장 겹악재

국제 유가가 재차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전 거래일 대비 1.58% 오른 배럴당 0.99달러 상승했으며, 10월 RBOB 가솔린 선물 역시 0.95% 상승했다.

2025년 9월 10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유가 강세는 달러 약세와 더불어 유럽·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 확대가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폴란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역에 가한 최신 공습 과정에서 자국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제 드론을 격추하며 이를 “공격 행위”로 규정했다. 중동에서도 이스라엘이 하마스 지도부를 겨냥해 카타르 도하를 공습, 카타르 정부가 국제법 위반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두 지역 모두 세계 원유 생산·수송의 핵심 요충지로, 갈등 확산 시 약 3분의 1에 달하는 글로벌 공급망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유가를 끌어올렸다.

주목

OPEC+도 전날 회의에서 10월부터 일일 13만 7천 배럴 증산에 합의했으나 이는 8~9월 증산량(54만 7천 배럴)보다 크게 줄어든 규모다. 나아가 OPEC+는 “시장 상황을 지켜보며” 기존 감산 물량 166만 배럴의 정상화 시점을 조정하겠다고 밝혀 공급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 정유시설은 우크라이나의 드론·미사일 공격 탓에 가동률이 급락해 8월 1~27일 정제 규모가 하루 509만 배럴로 3년 3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실제 시장에 풀리는 러시아산 원유가 줄어 추가 공급 타이트닝 요인으로 해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의 전쟁 지속을 저지하기 위해 “EU가 동참한다면 인도·중국 등 러시아산 원유 최대 수입국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추가 제재 가능성은 러시아 원유 수출 차단 가능성을 높여 투자자 심리에 다시 한번 불을 붙였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수급 완화 신호도 포착됐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아람코는 10월 아시아향 전 등급 원유 공식판매가격(OSP)을 배럴당 1달러 인하해 시장 예상치(50센트 인하)를 두 배나 웃돌았다. 이는 최근 아시아 수요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주목

민간 해운정보업체 보텍사(Vortexa) 집계에 따르면 9월 5일 주간, 7일 이상 정박한 부유식 저장유는 전주 대비 6.8% 늘어난 7,769만 배럴로 늘어났다. 해상 재고 증가는 물리적 수급이 그만큼 느슨해졌음을 시사하기 때문에 통상 약세 요인으로 간주된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의 금주 주간 재고 보고서는 다소 약세로 평가됐다. 원유 재고가 시장 예상치(140만 배럴 감소)와 달리 394만 배럴 증가한 데다, 가솔린 재고는 예상치(50만 배럴 증가)를 상회하는 150만 배럴 늘었다. 디스틸레이트(난방유·경유) 재고도 470만 배럴 급증해 8개월 만의 최고치를 찍었다. 다만 선물 인도지점인 오클라호마주 쿠싱 허브 재고는 36만 5천 배럴 줄었다.

EIA는 또 9월 5일 기준 미국 원유 재고가 5년 평균보다 3.2% 낮고, 가솔린 재고는 0.6% 낮으며, 디스틸레이트 재고는 10.4% 낮다고 밝혔다. 동일 주간 미국 산유량은 하루 1,349만 5천 배럴로 전주 대비 0.5% 증가했으나 지난해 12월 기록한 역대 최고치(1,363만 1천 배럴)보다는 소폭 낮다.

석유 서비스업체 베이커휴스에 따르면 9월 5일 기준 미국 내 활동 중인 원유 시추기는 2기 증가한 414기로, 4년 만의 최저수준(410기)에서 소폭 회복됐다. 다만 2022년 12월 기록한 5년 반 만의 최고치(627기) 대비로는 여전히 크게 줄어 있다.


용어 해설

WTI는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대표적인 경질유 벤치마크다. RBOB는 Reformulated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의 약자로, 미국 동부 대부분 주에서 사용하는 친환경 가솔린 선물이다. OPEC+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13개국과 러시아 등 10개 산유국의 협의체이며, EIA는 미국 정부 산하 에너지 통계·분석 기관이다.


한편, 기사 작성자 리치 애스플런드는 해당 종목에 직·간접 보유 지분이 없으며, 본 기사는 정보 제공을 위한 것이라고 명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