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적 불안에 다시 뛰는 유가…美, 베네수엘라 군사공격 검토 소식

WTI 12월물 선물 가격(CLZ25)이 전일 대비 0.69% 오른 1배럴당 0.42달러(+0.42) 상승했고, 같은 달 RBOB(개솔린) 12월물도 0.0061달러(+0.32%) 오른 가운데, 휘발유 가격은 1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5년 10월 31일, 나스닥닷컴이 인용한 미국 시황 전문 매체 바차트(Barchart) 보도에 따르면, 유가는 베네수엘라를 겨냥한 미국의 군사행동 가능성이 불거지며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이 관세 휴전을 연장하기로 합의한 소식도 전일(30일)부터 이어진 위험 선호 심리를 자극해 수요 기대감을 높였다.

베네수엘라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으로, 미국이 마약 단속 차원의 공습을 준비 중이라는 마이애미 헤럴드‧월스트리트저널 보도가 나오면서 공급 차질 우려가 부각됐다. 시장에서는 “실제 타격이 이행될 경우, 국제 원유 흐름에 즉각적인 쇼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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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화 급등은 유가 상승폭을 일정 부분 제한했다. 달러 인덱스(DXY00)는 장중 2.75개월래 최고치를 갱신했다. 통상 달러 강세는 달러 표시 원자재 가격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지만, 이날은 지정학적 프리미엄이 그 효과를 상쇄한 모습이다.

또 다른 악재로는 중국 10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9.0으로 전월 대비 0.8포인트 하락하며 6개월 만에 가장 큰 위축세를 보인 점이 지목됐다.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의 경기 둔화는 장기적으로 수요 전망을 약화시킬 수 있는 요인이다.

우리는 러시아 에너지에 대한 제재를 이미 시행했고, 이를 강력히 집행할 예정이다.” — 美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대표

미국 행정부는 23일(현지시각) 로스네프트(Rosneft)와 루코일(Lukoil) 등 러시아 최대 석유기업에 대한 추가 제재를 발표했다. 유럽연합(EU) 역시 가즈프롬네프트(Gazprom Neft) 거래를 금지하고, ‘섀도 선단’(shadow fleet)으로 불리는 제재 회피 유조선 117척과 45개 법인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이같은 규제 강화 속에서 우크라이나는 최근 두 달간 러시아 정유시설 최소 28곳을 드론·미사일로 타격, 러시아의 해상 석유제품 수출은 10월 첫 10일 평균 188만 배럴(bpd)로 3년 3개월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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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수급 지표

조사기관 복텍사(Vortexa)가 10월 24일 종료 주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7일 이상 정박한 해상 원유 재고는 전주 대비 12% 증가한 8,975만 배럴로 집계됐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달 14일 보고서에서 2026년 세계 석유시장이 하루 400만 배럴의 초과 공급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OPEC+는 이번 주말 회의에서 12월 증산 폭을 13만7,000배럴로 결정하는 ‘베이스 시나리오’에 초점을 맞출 전망이다. 이는 시장 컨센서스와 동일하다. 앞서 OPEC+는 2024년 초 단행된 220만 배럴 감산분을 완전히 되돌리기 위해 166만 배럴 추가 증산 로드맵을 공표한 바 있다. 9월 OPEC 산유량은 전월보다 40만 배럴 증가한 2,905만 배럴로 2년 반 만의 최고치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29일 발표한 주간재고(EIA) 통계에 따르면, 10월 24일 기준 미 원유 재고는 5년 평균 대비 5.8% 낮았다. 휘발유와 디스틸레이트(난방유‧경유 포함) 재고도 각각 2.7%, 8.4% 부족했다. 같은 기간 미국 원유 생산량은 주당 0.1% 늘어난 1,365만5,000배럴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베이커휴즈는 24일 종료 주간 미국 내 가동 중인 석유 시추장비가 420기로 전주 대비 2기 늘었다고 발표했다. 이는 8월 1일 기록한 4년래 최저치(410기)를 소폭 웃도는 수준이지만, 2022년 12월 고점(627기) 이후 2년 반 동안 빠르게 감소해 왔다.


용어 설명

WTI는 미국 서부 텍사스 중질유(West Texas Intermediate)를 뜻하며,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대표 지표물로 거래된다. RBOB는 ‘Reformulated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의 약자로, 환경 기준을 충족하도록 정제된 휘발유 선물 계약을 말한다. 둘 다 글로벌 원유‧연료 시장의 핵심 가격 지표로 사용된다.


전문가 시각 및 전망

지정학적 변수와 공급 차질 우려가 중첩됐지만, 달러 강세와 중국 경기 둔화라는 수요 측 역풍도 만만치 않다. 단기적으로 가격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으며, 특히 미국의 對베네수엘라 군사 옵션이 실제 실행되면 중남미 공급망 불확실성이 크게 증대될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OPEC+가 예정된 증산을 강행하고, 러시아 수출 차질이 완화될 경우에는 과잉 공급에 따른 조정 위험도 상존한다.

시장 참여자들은 1) 베네수엘라 사태 전개, 2) OPEC+ 회의 결과, 3) 미 EIA 재고 및 생산 동향, 4) 중국 제조업 지표 등 핵심 변수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복합 요인을 고려할 때, 향후 수 주간 브렌트 기준 80~90달러, WTI 기준 75~85달러 범위 내에서 넓은 박스권 등락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견해가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