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적 리스크 재부상에 원유 가격 급등

3월물 WTI 원유 선물(CLH26)은 전일 대비 +1.61달러(+2.71%) 상승했고, 3월물 RBOB 휘발유(RBH26)는 +0.0314달러(+1.71%) 올랐다. 이날 원유와 휘발유 가격은 큰 폭으로 상승하며 원유는 최근 1주일 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달러 약세는 에너지 가격에 우호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2026년 1월 23일, Barchart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원유 상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평화 협상에서 영토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밝혀 전쟁 장기화 가능성이 커진 점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군사행동 가능성을 부활시킨 발언이 겹치며 지정학적 리스크가 되살아난 영향이 크다. 보도는 작성자 리치 애스플런드(Rich Asplund)가 작성했고, 기사 말미에 해당 저자가 기사에 언급된 증권에 직간접적으로 포지션을 보유하지 않았음이 표기됐다.

크렘린은 우크라이나와의 관계에서

주목

“영토 문제(territorial issue)는 해결되지 않았다”

고 밝히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내 영토 요구가 수용되지 않는 한 장기적인 종전 합의 기대가 없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제약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지며 원유 가격을 지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와 함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란의 시위 진압에 대해 군사력 사용 가능성을 재차 거론하며 미 해군 함대(armada)가 중동으로 이동 중이라고 주장했다. 이 발언은 시장에서 중동을 둘러싼 불안 심리를 자극하며 유가를 밀어올렸다.

또한 파이낸셜타임스(FT)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이라크의 석유판매를 위한 달러 공급을 제한하겠다고 위협하며 이라크 내 친이란 민병대가 배제된 정부 구성을 압박하고 있다. 달러 결제 제약은 이라크 원유 수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공급 우려를 키웠다.

이란에서는 치안 당국이 시위대를 강경 진압하며 수천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로이터는 지난 수요일 일부 미군 인력에게 카타르의 알 우데이드(Al Udeid) 공군기지에서 철수 권고가 내려졌다고 전했다. 이 기지는 지난해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이란이 보복 공습 대상으로 삼았던 바 있다. 이란은 OPEC(석유수출국기구) 내에서 4번째로 큰 생산국이며 일일 생산량은 300만 배럴(bpd) 이상이다. 시위가 심화되거나 미국의 군사 공격이 현실화될 경우 이란의 원유 생산과 수출이 교란될 가능성이 있다.

주목

전일의 다른 공급 충격 요인으로는 카자흐스탄의 텐기즈(Tengiz)와 코롤례프(Korolev) 유전에서 발전기 화재로 인해 생산이 중단돼 다음 주까지 가동 중단이 예상된다는 로이터 보도가 있다. 카자흐스탄은 드론 공격으로 인해 러시아의 흑해 연안 카스피안 파이프라인 컨소시엄(Caspian Pipeline Consortium) 터미널로 유입되는 약 90만 bpd 규모의 원유를 일시적으로 감축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수요일에 2026년 글로벌 원유 잉여분 추정치를 지난달의 381.5만 bpd에서 370만 bpd로 하향 조정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 화요일 2026년 미국 원유 생산 추정치를 지난달의 13.53만 bpd(=13.53 million bpd)에서 13.59 million bpd로 상향했고, 2026년 미국 에너지 소비 추정치는 95.68 쿼드릴리언BTU에서 95.37 쿼드릴리언BTU로 하향 조정했다.

시장 데이터 제공업체 Vortexa는 1월 16일로 끝나는 주(week ended January 16)에 최소 7일 이상 정박한 유조선에 저장된 원유가 전주 대비 -8.6% 감소해 1억1518만 배럴(115.18 million bbl)로 집계됐다고 월요일에 보고했다. 이는 해상 재고가 줄어들고 있음을 시사한다.

중국의 원유 수요 강세도 가격을 뒷받침하고 있다. 선박·상품 데이터업체 Kpler에 따르면 중국의 12월 원유 수입은 전월 대비 10% 증가해 사상 최대인 1220만 bpd(12.2 million bpd)에 달했고, 중국은 재고 축적을 진행 중이다.

OPEC+는 1월 3일 발표에서 2026년 1분기 생산 증가를 보류하겠다고 밝혀 원유 공급 측면에서 상방 요인이 등장했다. OPEC+는 2025년 11월 회의에서 회원국들이 12월에 +13.7만 bpd(+137,000 bpd)를 증산했지만 2026년 1분기에는 증산을 중단하기로 했다. 이는 초과 공급이 부각되는 상황에서 생산 정책을 신중히 운용하려는 의도다. OPEC+는 2024년 초 이행했던 220만 bpd 감산분의 전면 복구를 시도 중이나 아직 120만 bpd가량은 복구되지 않은 상태다. 한편 OPEC의 12월 원유 생산량은 29.03 million bpd로 전월 대비 +4만 bpd(+40,000 bpd) 증가했다.

우크라이나는 최근 드론·미사일 공격으로 지난 5개월 동안 최소 28곳의 러시아 정유시설을 타격해 러시아의 정유·수출 역량을 제한했고, 11월 말 이후 러시아 유조선에 대한 공격도 강화돼 발틱해역에서 최소 6척의 유조선이 드론·미사일 공격을 받는 등 해상 공급 리스크를 높이고 있다. 여기에 미·EU의 러시아 석유 기업·인프라·유조선에 대한 신규 제재가 러시아산 원유의 수출을 억제하고 있다.

미국 EIA가 목요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월 16일 기준으로 (1) 미국 원유 재고는 계절적 5년 평균 대비 -2.5% 낮았고, (2) 휘발유 재고는 계절적 5년 평균 대비 +5.0% 높았으며, (3) 경유(디스틸레이트) 재고는 5년 평균 대비 -0.5% 낮았다. 같은 기간 미국 원유 생산은 주간 기준으로 -0.2% 감소해 13.732 million bpd를 기록했는데 이는 11월 7일 주의 기록치 13.862 million bpd보다 소폭 낮다.

Baker Hughes는 지난 금요일 발표에서 1월 16일로 끝나는 주의 미국 가동 중인 유정(오일 리그) 수가 +1개 증가해 410기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2025년 12월 19일 주의 4.25년 저점인 406기보다 소폭 높은 수준이다. 지난 2년 반 동안 미국 유정 수는 2022년 12월 기록된 627기의 5.5년 고점에서 큰 폭으로 감소했다.

해설(용어 설명)
WTI는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est Texas Intermediate)를 말하고, RBOB는 휘발유 선물의 한 형태로 도로용 휘발유(Retail Gasoline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를 뜻한다. bpd는 배럴당 일일 생산량(barrels per day)을 의미하며, EIA는 미국 에너지정보청(U.S. 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 IEA는 국제에너지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를 지칭한다. OPEC+는 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OPEC 비회원 주요 산유국의 연합을 말한다.

시장 영향 및 향후 전망
지정학적 불안(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가능성, 이란의 내정 불안과 미국의 군사 위협, 카자흐스탄·러시아 인프라 타격)은 단기적으로 원유 공급 우려를 강화해 가격 상방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IEA의 잉여분 축소는 수급 전망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음을 시사하지만, OPEC+의 증산 보류와 중국의 재고 축적 등 수요·공급 요소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변동성은 당분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이란 내 혼란이 더욱 심화돼 생산 및 수출 차질이 발생하거나 미-이란 군사 충돌 우려가 현실화할 경우 시장은 즉각적으로 추가적인 공급 쇼크 프리미엄을 가격에 반영할 것이며, 이는 단기적으로 유가의 급등을 초래할 수 있다. 반대로 미국·사우디 등 주요 산유국의 증산 여력이 가동되고 해상 운송 경로가 안정될 경우에는 상승세가 제한될 수 있다. 즉, 향후 방향성은 지정학적 사건의 전개 양상과 OPEC+의 정책, 미국·중국의 수요 회복 추이, 그리고 해상 운송 안전성에 좌우될 전망이다.


실무적 시사점
원유 및 정유업계, 석유제품 트레이더, 항만·해운사 등 관련 업종은 단기적으로 운임·보험료 상승, 공급 차질 대응 계획, 재고 운영 전략 재검토가 필요하다. 또한 금융시장 참가자와 정책당국은 달러 약세와 지정학적 리스크가 물가 및 금리 경로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

참고: 본문에 인용된 수치와 사건은 2026년 1월 23일 Barchart 보도 및 로이터, 파이낸셜타임스, IEA, EIA, Baker Hughes, Vortexa, Kpler 등의 공개 자료를 종합해 기술했다.